사내카페 바리스타 채용. 구인 공고에는 분명 그렇게 되어있었다. 사내카페에서 일하는 바리스타 브이로그를 보아도 혼자서 혹은 두세 명이 카페 음료제조를 하는 모습뿐이었다. 그래서 당연히 카페 업무만 보는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공고를 클릭해서 들어갔을 때 내용으로 음료제조와 응대, 매점 관리가 주 업무며 매니저를 서브할 부매니저를 구한다고 되어 있었고 실제로 면접에서 담당자도 그렇게 말했다. 사내카페에서 같이 운영되는 매점은 임직원들의 편의를 위한 공간이었다. 말 그대로 편의를 위한 공간이라 생각해서 매점의 비율이 높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내 오산이었다.
면접을 보던 날 넓은 그 공간을 잠시 둘러봤었다. 한쪽은 카페존이었고 한쪽으로는 상품들이 진열된 매대가 있었다. 매점의 매대와 쇼케이스에는 각종 음료수와 군것질거리, 라면과 간단한 냉장, 냉동식품이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회사 직원들은 사내에 이런 공간이 있다니 편하고 좋겠다는 생각만 했지 이 업무가 나를 힘들게 할 줄은 몰랐다.
면접에 합격을 하고 바로 출근을 했다.
회사도, 나도 미룰 것 없었기에 바로 출근이 가능하냐 물었고 바로 출근이 가능하다 대답했다.
걸어가다가 새똥을 맞은 첫 출근날. 여유 있게 도착했고 나와 함께 근무할 매니저님의 안내로 유니폼을 입고 근무를 시작했다.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 어딘가에서 처음이라는 사실은 나 같은 베테랑도 긴장하게 했다. 늘 해오던 일이지만 처음 배운다는 자세로 매니저님이 알려주시는 것들을 머릿속에 저장하고 몸으로 기억하려 애쓰며 하루를 보냈다.
최고 관리자 역할만 하며 커피업에 종사했던 나는 내 상사를 두고 일하는 것이 조금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것보단 즐거움이 컸다. 누군가를 가르치던 입장에서 가르침을 받는 입장이 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웠다. 그렇다고 일을 가볍게 할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매니저님은 첫날 하루에 거의 모든 것을 알려주셨다. 내가 그걸 다 흡수할 수 있는 스펀지 같은 사람인지는 몰랐으나 다음날 출근을 하고서 깨달았다. 나는 스펀지. 흡수가 빨랐다. 특히 빠르게 흡수하고 싶었던 큰 이유가 있었다. 그간 부매니저의 부재로 매니저님은 계속해서 출근을 하시고 쉬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사내카페의 운영은 보통 한두 명의 직원으로 이루어지기에 대체 근무자가 없으면 휴무를 반납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매니저님을 얼른 쉬게 해드리고 싶었다.
엄마뻘의 매니저님은 나보다 올곧은 자세로 서계시며 응대는 물론 일 자체를 잘하시는 분이었다. 무엇보다 기본을 지키는 분이었다. 그랬기에 그런 매니저님께 하루라도 빨리 휴무의 기쁨을 안겨드리고 싶었다.
이틀 일을 배워보니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조금 불안했지만 부딪쳐봐야 알 일이니까 나는 어떻게든 해보겠다 말씀드렸고 그렇게 3일 차부터 혼자서 근무를 했다. 별문제 없이 혼자 근무를 해냈고 매니저님은 오랜만에 이틀 휴무를 보내고 오셨다. 매니저님은 내게 고맙다고 하셨다.
당신의 당연한 휴무인데도 덕분에 잘 쉬고 왔다고 말씀하시는 상사를 만나서 다행이라고 나는 역시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어 내가 쉴 차례였다.
며칠 동안 일을 배우고 적응하느라 정신없어서 몰랐는데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걷기가 힘들 정도로 발이 아팠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씻으러 욕실에 들어가서 보니 엄지발톱에 시퍼런 멍이 들어있었다. 오랜만에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힘들다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왔다.
하던 카페 일이야 크게 문제 될 건 없었고 사실 카페 일이 그렇게까지 바쁘지도 않았다. 문제는 매점 업무였다. 정말 하루 종일 일이었다. 내 양쪽 엄지발톱의 반을 시퍼런 멍이 차지하게 만들 정도로.
그 멍은 내가 일을 흡수하는 속도는 빨랐지만 이곳에 스며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증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