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발톱의 멍은 쉽게 빠질 수가 없었다. 입사를 하고 2주 동안은 매일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 누워서 힘들어 죽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걱정의 마음이 들었다.
그간 내가 해왔던 프랜차이즈 카페들보다는 업무 강도 자체는 높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일이었다. 배워야 하는 단계니 당연한 거고 일할 때 한가한 환경을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 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숨 돌릴 틈이 있어야 했는데 그럴 틈이 없었다. 적응해야 했다. 사내카페를 이용하는 임직원분들 한 분 한 분을 기억해야 했고 매점 상품 하나하나 신경 써야 했다. 너무 많은 것들이 자리하고 있는 이 공간의 분위기에 최대한 빨리 적응해야 했다.
커피를 내리고 음료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메뉴와 레시피가 다양하지만 사내카페의 특성상 대부분 커피와 논커피 부분의 베스트 메뉴 몇 가지만을 찾았다. 다만 분위기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었다. 처음 겪는 집단의 문화. 모든 것이 새로웠기에 모든 것이 처음 겪는 일이었다.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의 마음은 사실 무의미했다. 나는 본래가 적응력이 빠른 사람이고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라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하고 기억했다. 2주 동안에는 너무 힘들어서 입맛이 없을 정도였는데. 이 회사에서 오래 남을 수 있을지 아닌지에 대해서 자주 고민했는데. 그렇게 고민한 시간이 무색하게도 3주 차에 접어들고 나니 몸도 마음도 서서히 편안해졌다. 언제 그랬냐는 듯 입맛도 금세 돌아왔다.
매니저님과 함께 근무하는 날이면 대화를 나누다가 배꼽이 빠져나갈 듯 웃는 일도 잦았다. 매니저님을 잘 알고 나니 더더군다나 매니저님의 서브를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심신이 환경에 적응되고 나서부터는 일부 발주업무를 배워서 해보기 시작했다. 매니저님의 업무량이 많아 보였기에 헷갈리는 부분을 계속해서 여쭤보면서 내가 그 업무를 질문 없이도 알아서 할 수 있게끔 집중해서 노력했다.
4주 차쯤에는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업무들은 거의 다 마스터된 상태였다. 나는 비로소 매니저님을 서브할 부매니저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때부터는 매점 쪽의 일도 새로이 벌렸다. 묵혀둔 재고들을 정리하고, 상품을 재배치해서 진열하고, 발주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임직원분들의 편의를 위해 다양하게 가짓수를 늘려 발주를 했다. 나의 그런 노력이 보였는지 내게 말 한마디씩을 해주는 분들이 늘어났다.
"이거 새로 들어왔네요?"
"궁금했는데 어떻게 아시고 넣어주셨네요!"
"일을 정말 잘하시는 분 같아요."
직원들끼리 나를 부르는 호칭도 생긴 듯했다. 그런데 그 호칭이 나로서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매점쌤" 혹은 "매점애기"
나는 사내카페의 부매니저가 아니라 매점의 쌤, 매점의 애기가 되어있었다. 정체성의 혼란이 온 것처럼 기분이 묘했다. 내가 사내카페라고 부르는 곳을 나 이외의 모든 사람들은 매점이라고 부르는 것이 조금은 자존심 상하기도 했다. 바리스타라는 부매니저라는 그럴듯한 호칭을 두고 그렇게 불리는 게 싫었는데.
'매점이 뭐 어때서? 꼭 필요한 공간이잖아.' 방향을 틀어 생각하니 괜찮아졌다. 게다가 다들 호의적으로 친근한 분위기로 불러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런 호칭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나는 사내카페 입사를 했지만 어느새 그렇게 매점의 주요 인물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