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요 인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내 전임자의 역할이 컸다.
나는 전임자를 보지 못했고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인수인계를 받지도 못했다. 그런데도 전임자의 역할이 내게 닿은 이유는 단 하나. 전임자는 해도 해도 너무할 정도로 일을 못했기... 아니 안 했기 때문. 정말 놀라운 것은 그런 사람이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부매니저로 근무를 했다는 사실이었다.
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받지 못한 대신 바쁜 매니저님께 교육을 받았다. 매니저님은 안 그래도 업무가 많은데 나에게 하나하나를 가르치느라 고생하셨다. 그래서 하나하나 되묻지 않으려고 몸과 마음을 다해 기억하려 애썼다.
이틀 매니저님 옆에 꼭 붙어서 이것저것 회사의 흐름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전임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매니저님은 나보다 몇 달 먼저 입사하셨는데 입사하신 당일날부터 전임자에게 받은 굴욕감으로 힘들었던 지난 일을 말씀해 주셨다.
매니저님을 통해 들은 전임자는 실로 대단한 인물이었다. 커피 주문이 들어온 순간 이외에는 편하게 앉아서 드라마를 보기만 했다고 한다. 나는 그러니까 흔한 말로 1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일단 행정업무를 보던 직책이 아니고서야 커피 일을 하면서 앉아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카페 업무와 매점 업무를 병행하는 사내카페에서는 계속해서 할 일이 생겼다. 그런 환경에서 커피 주문이 들어올 때를 제외하곤 앉아서 드라마를 본다는 것 자체가 근무태만이었다. 게다가 내가 입사했을 때부터 느낀 점이 바로 카페 업무 비중이 적다는 것, 그러니까 이것도 설명하자면 전임자가 업무에 임하는 시간은 사실상 그리 길지 않았다는 말이다.
매니저님이 해주신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전임자에 대해 추측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게 쏟아져 나왔다. 사내카페를 이용하는 임직원분들에게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온갖 사례의 주인공이 되는 전임자 때문에 혹은 덕분에 나는 보다 빠르게 임직원분들의 신뢰를 쌓은 듯했다.
사내카페로 들어오는 분들께 큰 목소리로 꼬박꼬박 인사를 하는 나를 보며 다양한 반응을 볼 수 있었다.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들이었는데 어떤 분들은 당황하는 얼굴을 했고, 어떤 분들은 좋아하는 얼굴을 했다. 당황하는 사람들은 전임자와 비교해서 태도 자체가 다른 나를 보며 놀란 기색이었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전임자와 비교해서 태도 자체가 다른 나를 보며 감동받은 기색이었다. 나로서는 이건 당연히 해야 할 그런 '기본'이었는데 말이다.
내가 사내 공간을 찾아주는 분들께 적응하는 동안 직원분들도 내게 서서히 적응을 했다.
"친절하게 맞이해 주시니까 힘나요."
"올 때마다 돈 쓰고도 기분 나빴는데. 이제 여기 올 맛이 나네요."
처음에는 조용했던 사내 카페도 서서히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쿠폰함의 쿠폰이 늘어났고 카페 업무 비중도 늘어났다. 전임자가 있던 때보다 높은 매출이 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