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의 등장(1)

by 김커피

전임자는 정말이지 해도 해도 너무했다. 일을 안 한 것뿐만 아니라 기업의 임직원들이 주 고객인 사내카페에서 응대 또한 멋대로였다. 마음대로 자리를 비웠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자주 무시했다. 그나마 자신과 어떤 점에서 통했는지는 모를 포인트로 마음이 통한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잘해줬다.


그 극소수중의 한 사람으로 관리급 직원 G가 있었다. 전임자가 그에게 잘해준 이유는 단 하나. 동명이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들어보니 전임자는 그 직원분께 매번 무료로 커피를 내려드리곤 했다. 어떤 뜻에서 통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둘은 부녀관계로 생각해도 될 정도의 나이차였는데도 사이가 좋았다고 한다.


입사를 한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관리급 직원 G는 직원 식당에서 밥을 먹고 돌아가는 길에 큰소리로 인사를 하며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순간 매니저님의 표정이 살짝 굳는 것이 느껴졌다. 눈치가 빠른 나는 찰나에 불호의 눈빛을 알아챘다.


"아이고오~ 매니저님. 또 누가 새로 오셨나 보네."


말투에서 비아냥거림이 느껴졌다. 매니저님은 내게 그분을 소개하셨고 나는 정중하게 인사드렸다. 그런 내게는 호의적인 말투로 오래 보자는 식으로 대답했다. 이어서 매니저님을 향해


"매니저님~ 이번엔 잘해주세요. 여기 부매니저님 좀 오래 있게."


순간 욱하는 내 성질이 올라올 뻔했다. 관리급 직원이 사내카페 관리자에게 무슨 화법이지? 요상했다. 매니저님께 그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사실 4년간 근무했다는 전임자의 퇴사 후 후임으로 두 사람이 지나갔다고 했다. 담당자가 면접을 보고 신중하게 고른 두 사람은 며칠 근무를 해보고 힘들다며 도망을 갔다고 했다.


사실 전임자도 그렇게 오래 일했지만 퇴사를 하게 된 이유가 매니저님이었다. 나보다 몇 개월 먼저 입사한 매니저님이 엉망이 된 사내카페의 체계를 바로 잡아나가니 불편했던 이유였다. 전임자는 항상 '꿀직장'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렇겠지. 오는 사람 무시하면서 고객 유입 즉 매출을 줄이고 자신의 본분을 다하지 않고 앉아서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그게 꿀직장이 아니고 뭐람. 하지만 일은 그렇게 해선 안 됐다. 직장을 꿀로 보면 안 됐다. 적어도 매니저님과 나의 공통분모가 그 사고에 있었다.


관리급 직원 G는 오래 일한 전임자와 사이가 좋으니 퇴사를 하면서 매니저님을 가스라이팅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니 그런 무지성 발언을 했을 터. 아무튼 그날 G는 무료로 커피를 받아갔다.


직원식당을 가는 길목에는 사내카페가 있다. 사내 공간에 식당과 카페가 묶여있는 것이 당연하니까. 직원들은 주로 직원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외출해서 밥을 먹을 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임직원들은 퇴사를 하지 않는 이상 일주일에 몇 번은 만난다.


그러니까 관리급 직원 G는 그렇게 직원 식당에서 밥을 먹고 커피가 당길 때마다 세상 편한 얼굴을 하고 다가와서는 커피를 달라고 했다. 우리가 묻기 전에 먼저 "커피 한잔 주세요." 뻔뻔하게 요구했다.

황당했다. 커피는 직원의 완전한 복지 혜택이 아니기에 저렴하게 판매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G는 단 한 번도 돈을 내지 않았고 단 한 번도 그냥 지나가지 않았다. 나는 그런 걸 참지 못하는 사람이었지만 참고 또 참았다.

앞에선 웃지만 뒤에선 인상을 찌푸리며. 매니저님 앞에서만 G를 꼰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Copilot_20260413_173325.png 먹고살기 힘들다...


월요일 연재
이전 05화전임자의 만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