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
나는 생각이 많다. 그냥 많은 것이 아니라, 엄청나게 많다. 지금은 어느 정도 괜찮아졌지만, 한때 나를 힘들게 했던 '불면증'의 명확한 원인도 바로 잡생각 때문이었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래요. 생각하지 말고, 잠들도록 몸과 마음을 편히 두세요. 내가 매일 들었던 말이다. 하지만, 어디 그게 쉽나. 생각이란 것은 갑작스럽게 생각나게 마련이고, 그래서 생각인 것이고, 생각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알아보려면, 또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생각이라는 것을 완전히 멈추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아주 방법이 없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필요하지 않은 것은 마음에 머물게 하지 않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우리는 우리를 지킬 수 있다.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서 떠올리기 싫은 생각이 갑자기 머리를 잠식하거나, 마음을 옥죄어올 때, 숨을 참거나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린다. 그러면, 정말 고맙게도 내 몸과 마음은 나를 따라준다. 내 편이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불쑥 침범하는 생각은 우리의 일상을 망가지게 만들 수도 있고, 일의 효율을 떨어지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자신만의 방법을 구상해 보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필요하지 않은 것은 마음에서 쓸어내는 것이 좋다.
마음에서 쓸어내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다. 사실, 나는 아직 완벽하게 무언가를 쓸어내지 못했다. 다들 그럴 것이다. 깨끗하게 자신의 과오나 문제, 혹은 생각하기 싫은 일을 마음에서 벗어던진 사람은 없을 (만약 그 방법을 안다면 알려달라) 것이다. 그러니, 잠시 덮어두거나 옆으로 밀어놓는 것, 혹은 마음의 방 하나를 따로 만들어 거기에다 문뜩 떠오르는 생각을 넣고 문을 잠가버리는 것이 좋은 방법일 수 있다.
필요하지 않은 것이 마음에 들어앉아 있으면, 생각하는 회로가 막히는 기분이다. 흔히, 몸이 아프거나 팔이 저린 현상 등이 있으면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서 그렇다고들 한다. 생각하는 회로가 막히거나 마음이 답답하면, 일상이 막혀버리고, 생각이 더 많아지고, 그렇기에 더욱 힘든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마음 정리를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 각자의 방법을 고심하는 것이 좋다.
나는 언젠가, 방안을 모두 뒤집어엎은 적이 있다. 평소에도 야금야금, 보이는 곳을 청소하곤 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청소를 한 것은 처음이었다. 먼지를 쓸어내고, 위치를 바꾸고, 또 읽지 않는 책들이나 읽었던 책들은 팔고, 그런 식으로 공간을 내다보니, 마음의 공간도 조금은 더 넓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 눈에 보이는 뭔가를 정리하면, 마음이 스스로 공간을 만드는 경우들이 있다. 다른 방법도 충분히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잘 맞는 방법을 선택하면 될 것이다.
마음은 흔히 쓴다고 말한다. 마음 써줘서 고마워, 같은 말만 보면 마음은 희소성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도 마음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자꾸 생성되지만 닳기도 하는 것. 그렇기에 너무 마음을 쓰면 몸과 정신이 자연스레 지치는 것 같다. 조금 더 깔끔한 마음의 방을 만들어보자, 그리고 거기에 이것저것 많이 넣었다가 빼거나, 혹은 정말 묵혀있던 감정을 끌어내는 것으로 나를 더 건강하게 만들어보자. 마음의 순환이 잘 된다면, 혈색도 분명 좋아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