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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단한 Jan 09. 2024

서로의 마음이 같을 수 없다는 걸 이해하겠다는 마음

사랑

우리는 모두 1인칭의 시점으로 산다. 상대방의 입장에 관해서 모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너를 이해한다는 말은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100%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은 적잖이 어려운 일이다. 나는 언젠가 그런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노래 가사에서 빌려온 것인데,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나를 알겠느냐' 대충 이런 식으로 시작하는 글이었다. 정말이다. 나도 내 마음을 모르는데, 상대가 내 마음을 어떻게 다 알겠으며, 반대로 상대의 마음을 내가 어떻게 다 알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상대의 마음을 알고 싶어 한다. 상대가 나랑 같은 생각과 마음을 지녔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어떤 물건을 살 때나,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부터 시작해서 그 범위는 아주 넓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나, 여기 '사랑'이라는 단어가 끼어들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 하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 그리고 하고 싶은 일, 받고 싶은 일, 해주고 싶은 일…… 하나의 세계가 더 생긴다고 볼 수 있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상대방이 제때 해주지 않으면 마음이 상한다. 반대로, 나는 최대한 표현했을 뿐인데 상대방이 몰라주면 그것도 서운하다. 그러니까, 우리에게는 서로의 마음이 같을 수 없다는 걸 이해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사실 쓰면서도 이건 정말 어렵다고 생각한다)하다.

얼마 전, 어느 프로그램에서 개그맨 유세윤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이 언급되어 화제가 되었다. 유세윤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에는 '아구럴수도 있겠당'이라는 말이 적혀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다. 물론, 모든 것을 다 이해하라는 뜻은 아니다. 내가 한 톨도 빠짐없이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한들, 늘 놓치게 되는 부분은 있게 마련이며, 내가 한 톨도 빠짐없이 상대방을 이해했다고 생각하더라도, 상대방에겐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모든 것을 다 맞출 수는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구럴수도 있겠당'이란 마음을 가진다면. 조금은 마음의 숨은 공간이 튀어나오지 않을까?


나는 요즘 입을 다물게 되는 순간, 그러니까…… 누군가가 무심코 한 말에 상처를 받거나, 아니면 나와 생각이 다른 이에 대화를 할 때 말문이 막히는 상황이 오면, 마음속으로 '아구럴수도 있겠당'을 외친다. 그러면, 기분이 좀 나아진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구럴수도 있겠당' 다음이다. 나는 이다음에 꼭, '그렇지만' 혹은 '그런데'를 붙이고 싶다. 아, 그럴 수도 있겠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말이야, 내 생각은… 이런 식으로. 나의 마음도 확실하게 이야기를 해야, 서로 어긋난 부분과 틈을 메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서로의 마음이 같을 수 없다는 걸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서로의 마음이 같을 수 없지만, 고로, 생각은 다르지만, 그 틈을 어떻게든 메워볼 노력은 할 수 있지 않을까. 


흩어진 퍼즐 조각에서 단 하나의 조각이 없어졌다고 치자. 그 단 하나의 조각을 찾는 방법은 일단 있는 조각을 다 맞춰보는 것이다. 그래야 잃어버린 조각이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천천히 대화하면서, 하나씩 조각을 맞춰보자. 그렇다면, 상대방에게 나를 이해시키기도 좋을 것이고, 상대방의 입장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사랑이나 사람에 관련된 일은 다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 일을 하고 있다. 그것만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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