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단한 Dec 30. 2023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충분히 뛰어들겠다는 마음

도전

일을 시작도 하지 않은 채 망설이는 것은 시간과 마음을 모두 버리는 일이다. 나는 그간, 이유를 알 수 없는,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실패할 것이 분명한' 일이라는 어떤 단정 때문에 모든 일을 그르쳤다. 실패할 것이 분명하다는 정의는, 순전히 혼자 생각하고 내린 판단인데, 이 판단에 관해서 다른 사람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그래, 괜히 시간 낭비 하지 말고 다른 거 하는 게 좋을 것 같아,라는 이야기를 들으려 무던히도 노력했다. 그래서 결국, 시작도 하지 않고 포기한 일이 꽤 많다. 다 나열할 수 없을 정도다.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충분히 뛰어들겠다는 마음이 모자랐던 것일 수도 있다. 20대의 열정에 가득 찬 상황이었을 때는, 오만 원만 달랑 들고 서울에 올라가 배우를 해보겠다고 아르바이트를 3개씩이나 하고(그래도 사정은 달라지는 것 없었지만), 별 고생을 다했다. 다시 그렇게 하라면, 절대 하지 못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그때와 지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딱 하나. '하겠다는 마음'이 부족하다는 것일 테다.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면, 하게 된다. 나는 그것을 조금 늦게 깨달았다. 시선을 다른 곳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정작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휘청이며 걸었다. 조금 더 시선을 똑바로 하고, 앞을 보았다면, 발밑에 무엇이 있는지 잘 보고, 넘어지지도 휘청이지도 않고, 걸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러면, 길을 조금 돌아가더라도 나에게 맞는 속도를 찾아 걸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러나 후회하지는 않으려 한다. 그 모든 걸음이 있기 때문에 지금 내가 여기에, 그나마 멍하게라도 서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글을 쓰면서, 여러 가지에 많이 도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이건 나한테 안 될 것 같아'라고 생각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러면, 정말로 그건 '나에게 어떠한 것도 가져다줄 수 없다'. 이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안 하니까, 남는 게 없는 것이다. 안 하니까, 안 했으니까 결과적으로 남길 것도 없고, 그래도 해냈다는 작은 마음도 없다. 없을 수밖에. 


그래서 우선은 내가 할 수 있는 분야에 있어 시간을 내서라도 도전하는 마음을 잃지 않으려 한다. 2023년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뒤를 살짝 돌아보면, 수많은 발자국이 찍힌 것을 보게 된다. 제자리걸음만 한 적도 있고, 다른 곳으로 가려다가 되돌아온 적도 있고, 가만히 서서 생각에 잠긴 발자국도 볼 수 있다. 그런 흔적이 많을수록, 나는 2023년을 잘 보냈구나, 생각하게 된다. 결국 어딘가에 닿지 않았음에도, 걸을 수 있는 용기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나를 칭찬하고 싶다. 


2024년에는 좀 더 많이 헤매고 싶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다. 일이 일어나려면, 과정이 있어야겠지. 나는 무엇이든 어떻게든 도전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할 예정이다. 실패의 맛도 보고, 어쩌면, 성공의 맛을 보기도 할 것이다. 시간은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다. 요긴하게 그 시간을 잘 쓰려면, 일단 발을 내밀어보는 것부터 시작할 것이다. 더는 남에게 묻지 않고, 내가 나와 잘 타협하며,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충분히' 뛰어들어보리라 다짐한다.

이전 08화 나의 가능성을 한 단계 더 키워보겠다는 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