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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들 Feb 17. 2024

콩다래끼가 쌍꺼풀이 되었다구요?

게으름이 필요할 때



 아이눈에 뾰루지 비슷한 게 생겼다. 다음날 더 커지길래 엄마의사들에게 물어봤더니 '콩다래끼'라는 것이란다. 둘째가 태어난 지 3개월째, 첫아이는 30개월이었고 어린이집 적응기간이 끝나던 중이었다. 이제 아침마다 울고불고 이산가족이 되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게 평화가 오려고 하는데 걱정 하나가 추가된다. 콩다래끼야 어디서 왔니. 아이눈을 보고 있자니 심난하다. 다래끼 째는 건 엄청 아프다던데..


 콩다래끼를 검색하고 또 검색했다. 안과를 몇 군데 찾아가 기다려보자는 말을 기대했는데 째야 한다는 답만 들었다. 시술날짜를 잡지 못하고 일주일이 흘렀다. 아이눈에 작은 콩처럼 대롱대롱 염증이 매달려있다. 조그맣게 곪아있는 콩은 갈색으로 변했고 눈에 대롱대롱 두 달간 매달려있다가 떨어졌다. 다래끼가 지나간 자리에는 예쁘게 쌍꺼풀이 생겼다. 엄마의 게으름과 두려움이 병을 키울 수도 있는데 운이 좋았다.




대롱대롱 매달린 콩때문에 심난했다.



본의아니게 쌍커플변천사



 아플 때만 들어갔던 맘카페에 별일 없을 때에도 종종 들어가서 콩다래끼 검색을 해본다. 심난했던 날을 기억하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려고 댓글을 열심히 달아본다. 완벽히 아는 것도 아닌데 경험한 것들을 조언하는 열정은 어디에서 오는지 실컷 댓글을 달고나면 나도 엄마의사다. (악플반사)

 소아과가 없는 동네에서 아이가 아플 때 인터넷부터 뒤적이는 게 습관이 됐다. 증상 공유만으로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이 세상 모든 아가들이 아프지 말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저희는 콩다래끼가 자연스럽게 떨어졌지만 방치가 답은 당연히 아닙니다. 의사 선생님과 꼭 상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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