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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들 Nov 10. 2023

중학교 1학년은 다 그런가요?

엄마 화 안났어


 

 콘서트를 왜 보내줘서  포카교환하는 봉지 택배가 하나둘씩 쌓인다. 보냈으니까 오는 거겠지, 포카검색하는 시간도 만만찮을 텐데 수학문제집 밀려있는 건 어떻게 할 생각인지? 계획이 있는 건가?

 잘못했다. 덕질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말았어야 했다.  '엄마도 하잖아'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엄만 포카 사고파는 건 안 했거든? 난 콘서트 가고 공방만 뛰었다구.

 널 혼내고 아니 너와 싸우고 아니 싸운 게 아니라 대화. 아무튼, 계획하고 안 지키고 확인하고 타이르고 다시 계획하고 안 지키고 타이르고를 반복하는데 내가 어디까지 내려놓아야 하는지 답답해서 카페에 글을 남겨봤어. 선배 엄마들이 공감해 줘서 눈물이 찔끔 나더라 그 시간 이후로 내려놓기로 마음먹고는 그날 저녁 다시 너를 잡았어. 내려놓는 건 버티는 일이더라. 내가 더 버텼어야 했나


- 쥐 잡듯 잡다(x)  / 방황하는 너의 손을 잡다(0)


 



 인스타그램. 하지 말라는 게 아니야 적당히 했으면 좋겠어

 중학교 1학년인데 남자친구? 그래..



 서진아 기억해 넌 태어날 때부터 효녀였어(유지해 줘 효녀모드를) 출산의 고통도 크지 않았고 모유수유도 어렵지 않았어. 50일부터 통잠을 잤던 건 정말 칭찬해. 잔병치레 없이 월령에 맞게 잘 컸고 처음 간 어린이집은 적응을 잘해줘서 죄책감을 덜고 회사에 갈 수 있었어. 어릴 때부터 학교 준비물은 알아서 챙기고 숙제도 알아서 척척. 척척박사였던거 기억해? 육아는 산 넘어 산이라던데 엄마는 폴짝 폴짝 뛰기만 하면 됐어. 네가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엄마는 요즈음 자기 전 수학 진도 체크해야 하는 게 두려워. 너도 알다시피 일주일 계획도 지킨 적이 별로 없잖아. 계획기간 다시 잡고 파이팅 하고도 다시 몇 주 만에 또 늘어지는데 이제 더 실망하기 싫어서 관두고 싶어. 복작복작한 저녁시간 잘 보내놓고 서로 기분 망가진채 잠들어야 하는 게 너무 괴로워. 너는 더 괴로울 테고 눈치 봐야 하는 둘째에게도 미안해. 누나가 자꾸 혼나는 모습 보이면 안되는데, 내가 만든 상황이라서 더 힘들다. 어느 날은 꾹 참고 잤는데 내가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더라. 더 버텨야 했나







 


 언젠간 내려갈지라도 지금 열심히 하는 게 맞잖아요. 잘한데요, 욕망의 근원은 제일 잘했던 탓이에요. 중학교 입학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보자고 야심차게 수학학원을 그만뒀어요. 수학공부 혼자 하기로 한 날부터 문제집 선택, 진도 계획, 심화는 어디까지 해야 할지, 현황과 선행은 어떤 비중으로 할지 등등 등등 혼공러들이 클릭하지 않을 수 없는 영상들을 거의 다 본 것 같아요. 출퇴근하며 유튜브 영상을 틀어놓고 영상목록 사이에는 사춘기 자녀와 잘 지내는 방법도 관심 있게 봤어요. 좋은 엄마가 되고 싶고 아이를 잘 키우고 싶거든요. 늘 계획보다 늦게 진도를 끝내서 많이 하려고 하지 말고 계획한 것을 지키는 연습부터 하자고 했지만 꾸역꾸역 1주씩 2주씩 쌓이더니 차라리 학원을 다녔어야 했나 봐요. 뭐가 문제일까 지금 글 쓰면서 생각해 봤는데 아이에게 동기가 없어진 것 같아요. 시험이 없고 내년 시험은 내년에 열심히 하면 되는 거죠, 입시를 위한 준비는 아이에게 아직 와닿지 않나 봐요. 학원비 25만원 아껴가며 넣어주는 문제집 잘 풀고 있는 것만으로도 느리지만 따라와 주고 있으니 다행으로 알아야 할지, 혼공 세팅을 다 해놨는데 계획을 버리고 학원을 가야 하는 건지 고민하다가 내버려 두고 있어요. 첫 시험을 치르고 긴장했던 게 2학기 자유학기제로 오면서 긴장이 풀리고 늘어지는데 어떻게 붙잡을지 모르겠네요. 11월까지 끝내야 하는 단원을 지금도 늘어지게 풀고 있는데 과연 계획이 지켜질까요.



 관계가 나빠지면 아무것도 소용없지요. 약속을 안 지키면 화내는 대신 페널티를 주고 싶은데 중딩이에게 페널티는 핸드폰 뺐는 것뿐이라 딜이 안되네요? 우리 중딩이 어떻게 달랠까요.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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