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기덕 쿵덕'
"청국장... 끓는 냄새가 납니다 그려."
등 굽은 노인이 닫혀있는 문을 살며시 열며 말했다.
식당 문은 아직 닫혀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구수한 그 특유한 청국장 냄새에 문을 열고 들어와 버렸다.
주방 안, 백여운이 고개를 돌렸다.
"묵은 콩으로 정성껏 끓였습니다."
그는 뚝배기 뚜껑을 살짝 열며 말을 이어갔다.
"이건 설 익으면 안 되거든요. 천천히 오래 끓여야죠."
하은은 국자로 찌개를 저으며 뚝배기 옆에 찬장을 열었다.
"두부랑 호박 더 넣었어요. 부드럽게 익었을 거예요."
냄비 안에서 청국장의 콩들이 뽀글뽀글 끓었다.
구수한고 깊은 냄새가 식당 안을 가득 채웠다.
그 꿈꿈하고 구수한 냄새를 맡고 온 손님.
바로 장만복이었다.
팔십셋.
평생 장구 하나로 살아온 사람.
굽은 어깨, 거칠고 마른 손.
손등은 거칠었고 손바닥은 굳은살이 가득했다.
하은이 식탁을 닦자 백여운인 조용히 뚝배기를 올렸다.
밥 한 공기, 묵은지 한 접시, 노릇하게 구운 두부, 들기름에 살짝 볶은 콩나물.
청국장 한 상이 노인의 앞에 차려졌다.
하은은 마지막으로 물컵을 놓고 조용히 말했다.
"뜨거우실 거예요. 천천히 드세요."
장만복은 뚝배기를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아내가 자주 해줬지... 청국장."
그는 한 숟갈 퍼서 밥 위에 끼얹었다.
묵은지를 찢어 올리고 두부를 얹어 조용히 입에 넣었다.
첫 입.
씹는 소리는 없었다.
입안에서 고소하고 짧잘한 맛이 서서히 퍼졌다.
미지근하게 퍼지는 그 온기에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때 마음 한편에서 장단이 울렸다.
'덩기덕 쿵덕'
누구도 장구를 치지 않았지만 그의 몸, 뼈, 손끝에서 터져 나왔다.
하은이 조용히 말했다.
"그 손으로 정말 많이 두드리셨네요."
장만복은 작게 웃었다.
"그래야 살 수 있었거든. 사람들은 촌스럽다 했지만... 나한테는 그게 숨 쉬는 거였지..."
백여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그 소리는 아직도 살아 있습니다."
"그리 말해주니 고맙네 그려."
청국장 냄새는 그에게 특별했다.
죽기 직전 공연장 대기실 바닥에 쓰러졌을 때도 그는 이 냄새를 떠올렸다.
식은 공기 속에서, 아내가 청국장을 끓이던 밤을 떠올렸다.
뚝배기를 들고 오던 그녀의 뒷모습.
손가락으로 묵은지를 찢어 올리며 웃던 그 모습.
"한밤중에도 끓였지... 당신은 늦게까지 장단 치다 오니까 뜨끈한 거 먹고 자라고..."
그 기억 속에서 그는 아직도 숟가락을 들고 있었다.
그가 쓰러진 그날도 공연이 있었다.
작은 회관의 무대.
사람들이 찾아주지 않는 공연.
장구는 옆에 놓여 있었다.
많지는 않지만 공연을 찾아온 사람들은 기대와 습관이 섞은 표정으로 자리를 잡았다.
어깨끈을 메려던 순간.
그의 팔이 올라가지 않았다.
손이 떨리고 식은땀이 흘렀다.
그때 장만복은 알았다.
이 무대가 자신의 마지막이라는 것을.
하지만 자신의 앞에서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장만복의 눈에 들어왔다.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무대였지만.
장만복은 그러지 않았다.
그는 힘을 내 무대 중앙의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그리고 두 손을 움직였다.
'덩기덕... 쿵... 더러러러.."
그 소리는 그 어떤 소리보다 무거웠고 경쾌했다.
자신과 관객들에게 들려주는 마지막 장단이었다.
어느새 노인 앞의 청국장은 다 비워져 있었다.
그리고 노인의 뒤로 문이 열렸다.
그리고 어김없이 봉돌이가 다가왔다.
"밥은 잘 드셨습니꺼. 담 생엔 장구 말고 사람 손 꼭 잡고 살아보입시더."
장만복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청국장이 아직 김을 피우고 있었다.
그는 한 번 더 식탁을 바라봤다.
그 안에 아내가 있었다.
청국장의 냄새와 맛이 아내를 만들어냈다.
노인이 문 앞에 섰을 때 하은이 조용히 말했다.
"다음 생엔, 장구 소리보다 웃음소리가 먼저 들리길 바랄게요."
그 말에 장만복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 백여운은 말없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당신의 장단, 여기 남겨두겠습니다."
그가 문 너머로 사라지자 혼밥집 안에 작고 낮은 장구 소리가 한번 울렸다.
'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