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오므라이스

'괜찮다면 오므라이스를 먹고 싶어요.'

by 김두필

한 남자가 혼밥집의 문을 밀고 들어왔다.

주변을 둘러보지도 않고 남자는 빠르게 자리에 앉았다.

하은이 맞이하며 인사를 했지만 그는 하은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백여운은 카운터 너머에서 손님을 바라보다가 자연스레 걸음을 옮겼다.


"어서 오세요."


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목소리에는 반응이 없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하은이 무언가를 느꼈는지 살며시 다가와 수첩을 내밀었다.


'처음 오셨나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수첩을 잠시 빌려 뭔가를 썼다.


'괜찮다면 오므라이스를 먹고 싶어요. 어릴 적 먹었던, 그런 오므라이스요."


하은은 웃으며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멋쩍게 웃으며 연신 고개를 꾸벅였다.

하은이 백여운에게 말했다.


"어릴 적 먹었던 오므라이스 하나 해주세요."


그 말에 백여운은 앞치마를 두르며 조리대로 향했다.

백여운은 팬을 하나 잡아 들었다.

팬에 버터를 녹이고, 양파와 햄, 당근을 볶았다.

어느 정도 노릇하고 달큼하게 볶아지자 백여운은 준비해 둔 밥을 넣고 볶기 시작했다.

기름이 튀는 소리에도 그는 정성스레 팬을 굴렸다.

그리고 맛있게 볶아진 밥을 접시에 예쁘게 담아냈다.


또 옆쪽에 프라이팬에 백여운은 계란 두장을 얇게 부쳤다.

그리고 만들어진 지단을 볶음밥 위로 덮어냈다.

마지막으로 접시를 옮기기 전 백여운은 케첩을 들었다.

하지만 그는 멈칫했다.

이름도 모르고 말도 할 수 없는 이 손님에게 무엇을 써야 할지 몰랐다.


그때 하은이 조용히 다가와 입을 열었다.


"그냥 케첩은 테이블 위에 두면 어때요?"


"그거 좋네요. 자기만의 방식으로 먹게 해드리거."


오므라이스가 케이블 위에 놓였다.

그는 천천히 손을 뻗어 포크를 쥐었다.

입가에 아주 미세한 곡선이 그려졌다.

처음을 먹는 순간 어딘가에서 기억이 피어나는 듯 눈꺼풀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하은은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뒷모습이 너무 조용해서 마치 이 세상과 살짝 분리가 된 것 같았다.


그 순간 하은은 자신도 모르는 모습을 떠올렸다.

병원에 누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던 그 어느 날의 모습

그 기억이 아주 잠깐 스쳤다.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기억은 도대체 무슨 기억일까?'


오므라이스를 한입 먹은 그는 조심스레 케첩을 들었다.

천천히 접시 위에 글자를 그리기 시작했다.

비뚤비뚤하지만 분명한 글자.


'엄마'


모두가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그 단어.

하은은 숨을 멈춘 듯 바라보다가 조용히 뒤돌았다.

백여운은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 모두 그 글자를 소리 없이 마음속으로 읽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조용히 식사를 마쳤다.

말 한마디 없이 눈을 맞추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리고 어떠한 미련도 없이 그는 혼밥집을 떠났다.

남자가 떠나고 종이 한 장이 접힌 채로 테이블 위에 남겨졌다.

그 종이를 하은이 펼쳤다.


'소리는 안 들렸지만 따듯함은 느껴졌어요. 감사합니다.'


그 메모를 읽고 하은은 한참을 가만히 서 있었다.

한 사람의 침묵 속의 식사시간.

그 시간 동안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그 메모에 함축되어 있었다.


백여운은 접시를 들고 조리대 쪽으로 돌아섰다.

그 접시 위에는 아직도 케첩의 모양이 선명했다.

붉은색이 식으며 번져 있었지만 뜻은 흐려지지 않았다.


'엄마'


그 단어는 말없이도 충분히 따뜻했다.

하은은 손님의 빈자리를 바라보다 조용히 창문을 닦기 시작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가 앉아 있던 자리에는 작은 온기가 남아 있었다.

말없이도 전해지는 감정이 있다는 것을 하은은 오늘 이곳에서 가장 크게 느꼈다.


하은이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젖어 있는 동안 백여운은 조리대를 정리했다.

그러다 문득 손님의 메모를 다시 떠올렸다.


'소리는 안 들렸지만 따듯함은 느껴졌어요.'


그 한 줄이 오늘 하루의 모든 고단함을 녹였다.

그리고 하은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하은 씨?"


"네?"


"오늘 저녁은 오므라이스 어때요?"


"... 좋아요."


"그럼 내 방식대로 오므라이스 다시 하나 만들어 줄게요."


하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백여운이 음식을 하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조용히 생각했다.

오므라이스에 정말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 순간 백여운의 볶음밥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위에 올려지는 계란 지단.

그 위로 백여운은 작고 둥근 케첩 글씨를 하나 그려 넣었다.


'하은'


그 글자를 본 하은은 백여운을 보며 활짝 웃어 보였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서 봉돌이가 말했다.


"지꺼는 없는교?"


청각남자.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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