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즈음에서 발간되었던 책입니다. 저도 그때 처음 주식 투자라는 것을 하고 이 책을 접했었는데 최근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사회생활 시작 후 오래지 않은 시점이어서 서브 프라임 사건 전에 다른 이유로 주식에서 돈을 뺀 것을 술안주 삼아 한동안 주식 투자라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요새 좀 관심이 생겨 다시 읽게 되어 이 글을 씁니다.
이 분은 사실 1세대 기술적 분석의 대가로 명성을 날리셨습니다. 유튜브 등에 다시 쓰는 기술적 분석이라고 검색하시면 MBN에서 강의하셨던 모습을 그대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책은 1,2권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권은 통 찰떡, 2권은 분석 편입니다. 지금 쓰는 글은 1권에 해당합니다.
책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기조는 시장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기술적 분석의 대가가 시장은 예측할 수 없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그분의 강연을 들어보면 기술적 분석을 예측하는 부분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그 안에 시장의 본질에 대한 통찰이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하루 하루의 시장은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책에서도 나오지만 예측이 가능하다면 주식 계좌의 95%가 손실 계좌이거나 성공했던 분들이 한 번의 실패로 비참하게 인생을 마무리하는 일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또한 거시적인 경제의 예측도 매우 어렵습니다. 새해 들어 코스피가 아름다운 반등을 보여주는 것을 예측하는 기사 혹은 글들을 보기 쉽지 않았습니다. 다만 최악은 아닐 것으로 예상하는 분들이 꽤 있었고 다소 관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반등을 이룬 지금도 그 시선은 여전해 보입니다. 아직 노딜 브렉시트, 중국의 부채 위기 등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한 부정적인 사안과 북미 협상을 통한 한반도 종전 등 긍정적 사안들이 혼재합니다. 반도체 경기만 해도 그렇습니다. 2분기 반등을 예상한다고 하지만 사실 작년의 성장과 영업이익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극적인 반등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어렵지만 주식 투자 이전에 자본주의에 대해 알 필요가 있습니다. 이 전 글인 "채권형 주식에 투자하자?" 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심플하게 생각하면 자본주의는 돈이 증식하지 않으면 유지하기 힘든 체제임과 동시에 그러기에 발전할 수 있는 체제입니다. 따라서 돈의 흐름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돈의 볼륨이 커지기 때문에 돈의 흐름이 발생하면 일종의 관성이 생깁니다. 따라서 돈의 흐름이 만드는 거시 경제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직관(통찰)이 필요하며 그 관성의 방향에 내 자산을 흘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설프게 예측하려고 하는 것이 제일 무서운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돈의 흐름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역시 돈의 흐름에 가장 중요한 지표가 금리일 것입니다.결국 돈이 많은 사람들이 거시 경제의 방향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돈의 규모에 대한 금리의 영향성에 대해 책에서 언급되는 부분을 그대로 인용하면 "자본시장에서 금리에 대한 민감도는 자산의 규모에 따라 다르다. 여유자산이 100만 원인 사람과 100억 원인 사람의 생각은 처음부터 끝까지 차이가 난다. 100만 원의 자산을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 금리차 1%는 한 달 기준으로 1000원의 차이도 안 되지만, 100억 원인 사람은 1000만 원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 이 때문에 그림에 대한 민감도는 부자가 훨씬 높고 그 정도는 일반인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많이 들었던 내용이지만 본인이 그 상황에 대입해보면 느낌이 더 확실히 오지 않을까 합니다. 주식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제 생각엔 앞서 이야기한 95%의 손실 계좌 중에 상당수는 수천만 이내 소액이지 않을까 합니다. 수 천만이 소액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예를 들면 5000만 원의 손실 10%는 500만 원으로 본인의 가진 노동력으로 커버가 가능하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5억 원이라고 가정하면 5000만 원이 되며 노동력만으로는 커버하기 힘든 상황에 처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인용한 문구인 생각 자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차이가 난다라는 표현보다는 날 수밖에 없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합니다.여러분께서 수중에 50억이 있다고 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아마도 주식 투자보다는 부동산(부동산도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등 심리적으로 안전 자산 쪽으로 눈을 돌릴 것입니다. 따라서 돈의 흐름에 대한 이해를 무시한 상태에서 주식 투자는 가급적 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하려면 최소 자기가 5억은 들고 한다는 마음으로 시장을 바라봐야 합니다.
이와 연계하여 에필로그에 가장 맘에 드는 글귀가 있어 원문 그대로 인용하겠습니다. "주식투자는 단지 도박심리가 좌우하고 있는 곳에서 얼마나 이성적일 수 있는가?라는 명제가 핵심입니다." 거시 경제의 흐름을 이해하지 않는 개별 종목 분석은 크게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확률이 높게 맞았다고 하더라도 그게 로직이 될 수는 없습니다. 또다시 원문을 그대로 인용하면 "투자자들의 양상은 다양하다. 가치주 투자자, 성장주 투자자, 윌리엄 오닐처럼 기업 분석과 차트 분석을 병행한 모멘텀 투자자, 존 네프와 같은 역발상 투자자, 버핏과 같은 집중 투자자와 피터 린치와 같은 분산 투자자 그리고 존 보글과 같은 포트폴리오 투자자들이 제각각 성공 사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때로는 데이트레이더, 장기 투자자, 잡주 투자자, 우량주 투자자들 중에서도 성과를 보여준 사람들이 있었다. 이는 주식투자에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확증하는 것이며, 반대로 주식 시장에서 최소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승리한 투자자 역시 극소수라는 점을 보여준다. 다시 말하지만 주식투자에서는 황금률이 없다."
경제 관련 장하준 교수님과 더불어 제가 큰 영향을 주신 분으로 최근 활동이 뜸하셔서 어찌 살고 계시는지 너무 궁금합니다. 이 책은 10년에 한 번씩 읽어 보면 새로운 인사이트들을 줄 수 있는 책일 것 같습니다. 존버는 가치투자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