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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Feb 02. 2024

친절한 교통카드

버스와 지하철

대만의 교통카드는 친절하다. 한국의 교통카드는 돈이 부족하면 '삑!'거리면서 탑승을 거부하지 않나. 대만은 그렇지 않다. 교통카드에 얼마가 있는지 모른 채로 버스나 지하철을 타도, 교통카드에 1원이라도 남아있으면 아무 문제 없이 탑승이 된다. 그리고 다음에 교통카드를 충전할 때 그 부족했던 만큼이 빠지고 채워진다. '오늘은 그냥 타시고, 다음에 주세요'하고 외상을 받아주는 것이다. 난 이 친절에 좀 감동을 했다!

  교통카드에 얼마가 남았는지 기억하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시간에 쫓기며 급하게 시내버스를 잡아탔는데, 그것도 수십 분에 한번 오는 버스인데, 교통카드에는 돈이 부족하고, 지갑에는 현금이 없어서 내려야 할 때의 그 낭패감은 사람의 하루 기분까지 잡아먹지 않던가 말이지.


  타이베이역에서 타오위안 비행장으로 가는 공항지하철의 요금은 일반 지하철보다 몇 배는 비싸다. 일반 지하철의 한번 탑승 금액이 30원이고, 공항지하철은 160원이다. 대만의 교통카드는 출국해 버리는 자에게도 친절을 발휘하는가 싶어, 돈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충전하지 않은 채로 타본 적이 있다. 오홀, 탑승을 시켜준다! 공항지하철이 이렇게 친절하면, 운영적자가 날 것이고, 국민들 세금으로 메꿔 넣는다면 이건 좀 불합리하지 않냐고 생각하며 도착을 했다. 그럼 그렇지. 공항에 도착했을 때, 출구 게이트는 호락호락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직원에게 부족했던 만큼을 지불하고서야 나갈 수 있었다. 

  그래도, 뭐 이 정도면 친절하지 않나?


  버스와 지하철을 비교하면 누가 더 친절할까?


  버스의 가장 큰 친절은 저렴하다는 것이다. 지하철 요금의 절반밖에 안 된다. 버스의 가장 불친절한 점은, 어떤 버스들은 '타고 갈 때'의 노선과 '돌아올 때'의 노선이 다르다는 것이다. 내가 사는 대구지역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이편과 저편에 같은 버스가 다녀서, 출발할 때 여기서 탔으면, 돌아올 때 맞은편에서 딱 내린다. 대만의 버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내가 상당히 귀찮게 생각하는 지점이다.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돌아올 때 다시 검색해서 버스 편을 알아봐야 한다. 밖에서 핸드폰 배터리라도 바닥나버리면 상당 곤란해진다. 부지런하지 않은 나는 출발할 때, 돌아올 버스 편까지 검색해 놓는 일이 없어서.


  지하철은 웬만한 관광지와 연결되어 있어, 어디든 가기 편하다는 것이 제일 친절한 점이 아닌가 싶다. 기본요금이 버스의 2배라는 점, 거리마다 요금이 늘어난다는 점은 버스보다 못하지만. 지하철의 또 하나의 친절은 환승이 상당히 편리하다는 점이다. 맞은편으로 가서 갈아타거나, 바로 한층 아래의 지하철로 갈아탈 수 있다. 한국의 지하철은 한 개 층에서 지하철이 운행되지만, 대만은 두 개의 지하층에서 지하철이 다닌다. 지하철도 이렇게 1, 2층일 수 있다. 


  타이베이는 친절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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