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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Feb 02. 2024

생강값이 싸다

갱년기 특효약

갱년기로 접어드는 것을 확실하게 느낀 시기가 있다. 중년의 다른 여성들이 흔히 말하던, 얼굴이 화끈화끈 뜨거워지고 갑자기 더워지는, 흔히 들었던 그 증상은 아니었다. 

  은희 씨가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짐정리를 하는데 도와주러 가기로 약속을 했던 어느 날, 허리가 시리고 온몸이 찌뿌둥해서 좀체 움직거리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한 여름인데 허리에 담요를 감고 앉아서도 허리에 바람이 쐬하고 들어오는 것 같은 한기를 느꼈다. 

  그리고는 좀 겁을 먹고, 검색을 해서 생강차가 몸을 따뜻하게 하는데 좋다길래 끓여 먹기 시작했다. 


  생강의 껍질은 몸을 차게 하고, 생강의 육질은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생강을 먹을 량이면 껍질을 벗겨야 한다는 것이다. 한 이틀 분량이 되도록 한 냄비 끓일 때마다 생강 껍질 까는 일이 정말 귀찮아 죽을 것 같았지만. 그 한 해 겨울, 정성껏 생강껍질을 벗겨 생강차를 끓여마시고는 허리가 시린 증상이 사라졌다. 그리하여 나는 생강을 만능특효약 마냥 좋아한다. (흑설탕을 타서 마시는데, 달달하고 알싸하니,  맛도 그만이다.)


  대만에서 생강은 요리에서 흔히 사용되는 조미료의 일종이다. 성장기간에 따라, 넌쟝(嫩薑, 어린 생강)과 라오쟝(老薑, 늙은 생강)으로 나뉜다. 

  어린 생강은 채 썰어서 요리에 풍미를 더하는 용으로 쓰인다. 쌰오롱빠오(笑容包)를 먹을 때 나오는 생강채가 넌쟝이다. 

  늙은 생강은 나처럼 생강차의 성분을 우려내서 먹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대만에는 날씨가 추워지면, 보양을 위해 먹는 음식들이 있는데, 거기에 라오쟝이  들어간다. 쟝무야(薑母鴨, 생강오리탕), 양러우루(羊肉爐, 양고기 스토브), 마요우지(麻油雞, 참기름닭)등이 바로 그렇다. 나도 대만에 찬바람이 불면, 쟝무야를 먹으러 간다. 생강을 넣고 푹 끓인 오리탕에 여러 가지 야채를 넣고 익혀 먹는 음식이라고 보면 된다. 아주 맛있다. 아니, 아주 보양이 될 것 같은 맛이다.

 

  중국사람들에게는 생강이 중요한 요리재료라서 그런지, 생강이 활용되는 재미난 말도 있다. 

  "쟝쓰라오더라(薑是老的辣). "

  직역을 하면 '생강은 여문 것이 맵다'인데,  '나이가 들면 경험이 풍부해지고 일을 처리하는 것도 노련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라오쟝이 넌쟝보다 더 맵고, 좋은 성분이 더 풍부한걸 이렇게 재미있게 써먹다니. (이래서 언어는 곧 문화다.) 


 생강은 싹이 트거나 하는 것은 상관이 없는데, 어느 일부가 섞으면 전체에 나쁜 물질이 생성되어 가차 없이 버리는 것이 좋다고 한다. 


  지금은 생강을 쉽게 분쇄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룸메이트 인도아가씨 펑뤠이가 인도차 '짜이'를 끓이면서 생강을 마늘분쇄기로 짜내는 것을 보여줬는데, 나도 그 방법을 따라 쓰기로 한다. 생강껍질을 까느라 고생할 필요도 없고, 생강을 얇게 썬다고 도마랑 칼을 쓸 필요도 없다. 그래, 요사이는 하루 두 번씩 한 컵 분량의 생강차를 간단하게 끓여서 마신다.


  생강차는 내 중년의 보약인데, 대만은 생강값이 싸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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