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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Apr 02. 2024

저 엄마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이 이야기를 하자면, 내 가족 얼굴에 침 뱉는 꼴이 된다. 하지만, 나는 나와 달라도 너무 다른 생각을 만나서 아주 마이너스적 감동을 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다. 당신만 살짝 알고 누구에게도 전하지 마시라. 여섯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이라지 않나. 내 올케가 알게 되면 곤란하다.


  이 일은 마카오 여행에서 있었던 일이다. 

  내 남동생이 자기 가족 여행을 가면서 엄마도 모시고 가기로 하면서, 주책스럽고 까다로운 엄마를 커버할 사람이 필요한 관계로 가족 없고 직업 없는 한량인 내가 함께 가게 되었다. 


  마카오 여행은 남의 호텔 구경하는 것도 하나의 관광이 된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타워(=빅벤)가 세워져 있는 호텔 '런더너 마카오'를 구경 가는 길이었다. 대각선 맞은편 길에서 엘리자베스 타워를 보면서 호텔에 접근하다 보면, 접어드는 길이 평지 길이 아니고 경사로를 걸어 올라가게 된다. 

  경사로의 담벼락이 상당 높다. 경사로를 삥 돌아 올라가 보면 방금 봤던 담벼락은 한 1미터 남짓 높이로 사람들이 경사로 쪽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는 가드레일 벽처럼으로 밖에 안 보이긴 한다. 그런데, 이 가드레일 벽의 폭이 사람이 탁 걸터앉아도 좋도록 좀 넓다. 물론 걸터앉기에는 그 높이가 좀 어색하긴 하다. 그러니 이건 걸터앉으라고 만든 것이 아닐 테다. 거기 걸터앉았다가 잘못해서 뒤로 넘어지면, 1미터 아래의 땅을 발로 딛게 되는 것이 아니다. 반대편은 경사로 길이기 때문에, 과장을 좀 보태서 한참을 낙하하고서야 바닥을 만나게 된다. 한 2미터쯤 된다. 


  유치원을 다닐까 말까 싶은 어린 남자아이 둘이 담벼락 위에 서서 폴짝폴짝 뛰고 있고, 엄마는 앞에서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있다. 젊은 엄마는 뛰지 말라고 제지하지도 않는다. 

  "올케 같으면 애들을 저기 세워놓고 사진 찍을 수 있겠어?"

  "아뇨, 저라면 저렇게....."

  "정말 강심장이다. 저 엄마 어떻게 저럴 수 있지?"

  내가 이렇게 말한 것은 '어떻게 저렇게 조그마한 애들을 그렇게 위험한 곳에 세워 놓고 사진을 찍고, 폴짝폴짝 뛰기까지 하는데 말리지도 않는 거지?' 하는 거였다. 

  그런데, 내 올케의 답은 내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그녀의 용어가 뭐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이해한 대로 그녀의 말을 풀어서 적으면 이렇다.

  "관광객들이 이렇게 많은데, 사람이 올라가라고 해 놓은 곳도 아닌 곳에 애들을 세워 놓고 사진을 찍다니, 저 엄마 참 교양 없고 체면이 없네요."

  왓(what)?

  내 올케가 너무나 자랑스럽고 뿌듯하게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해서, '어떻게 저 장면을 보고 체면이 있네 마네를 생각을 할 수 있어?'라고 반박하는 대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하고 웃어 보이며 '역시 올케와 나는 안 맞아'하는 낯빛을 들키지 않길 바랐다. 


  그러고 말았으면 좋았을 것을, 나는 치사해서, 올케의 그 생각은 단단히 잘못되었어를 알려줘야겠는 것이다. 두 조카를 불러 세웠다. 그러니까 올케의 딸과 아들. 

  "이런이런 장면을 보고 누가 '저 엄마 어떻게 저럴 수 있지?'라고 말했다면, 이 사람은 무슨 이유로 그렇게 말했을 것 같아?"

  "위험하니까." 중학생인 딸의 답이다.

  "어, 너 고모랑 생각이 똑같네. 엄마는 관광지에서 공공질서를 지켜야 해서라고 답했거든." 올케의 말이다.

  "그것도 그렇고, 위험한 것도 맞고." 이건 고등학생 아들의 답이다. 이 집 아들은 '엄마의 아들'이라 자기 견해가 없다. 자기 엄마가 똥도 된장이라면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믿는다.


  역시 부부는 똑같아서 같이 사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내 남동생이 실속 없는 체면 앞세울 때 정말 싫어 죽겠는데, 그의 부인도 내 남동생과 한치 다르지 않았다. 

  그 장면에서 어떻게 '체면'을 생각할 수 있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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