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차를 함께 타고 서울행하고 있다. 운전하는 남동생이 졸리지 않도록 차에 탄 우리는 대화를 해줘야 했다. 그랬지 않았으면 뭐 그렇게 적극적으로 따지고 들지는 않았을 지도.
"김현철의 '달의 몰락'에서 '달'이 뭘 뜻하게?" 남동생이 물었다.
"노래를 한번 틀어봐 줘." 내가 주문했다.
남동생이 노래를 찾아 트는 동안, 차 안에 같이 타고 있는 조카들에게도 같이 답을 맞혀보자고 분위기를 띄웠다.
"누가 제일 똑똑한지 한번 보자고. 고모는 이런 거 완전 잘 맞춰." 내가 그 고모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생각해 보도록 가사를 여기다 옮긴다.
<나를 처음 만났을 때도/그녀는 나에게 말했지 / 탐스럽고 이쁜 저 이쁜 달 / 나를 매일 만날 때에도 / 그녀는 나에게 말했어 / 탐스럽고 이쁜 달이 좋아 / 그녀가 좋아하던 저 달이 / 그녀가 사랑하던 저 달이 지네 / 달이 몰락하고 있네 / 나를 무참히 차버릴 때도 / 그녀는 나에게 말했지 / 탐스럽고 이쁜 저 이쁜 달 / 나랑 완전히 끝난 후에도 / 누군가에게 말하겠지 / 탐스럽고 이쁜 달이 좋아 / 그녀가 좋아하던 저 달이 / 그녀가 사랑하던 저 달이 지네 / 달이 몰락하고 있네~>
"사랑을 뜻하네. 달은 딱 한 상대를 의미하는 게 아니고, 이 사람을 사랑할 때는 이 사람이 달이고, 저 사람을 사랑할 때는 저 사람이 달이네."
"틀렸어."
"그게 아니면 뭔데?"
"김현철이 어느 라디오 방송에 나와서 이야기했는데, 노래가사 속의 '나'가 '그녀'를 사귈 때, 그녀는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있었는데, 달은 바로 '그녀가 좋아하던 남자'를 가리켜. 나중에 그 남자가 사업에서 실패했는데 그걸 달의 몰락이라고 표현했대."
"그렇게 해석하면 '그녀'가 너무 사이코적이지 않아? 노래가 너무 안 낭만적이게 된다고."
나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아,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본다.
"올케는 어떻게 생각해?"
내 올케는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핸드폰으로 검색을 하더니 '그녀가 좋아하던 남자'를 가리킨다는 말이 있다고 대답한다.
"인터넷 답 말고, 올케가 느끼기에는 어떻냐고?"
"글쎄요."
하! 답답해 죽어.
나는 누가 '그렇다'고해도, 내가 납득이 안 가면 '그렇다'가 안 되는 사람이다. 내 동생과 올케는 부부답게, 둘 다, 누가 '그렇다'니 '그렇다'가 되는 사람들이다. 나는 그들이 답답해 죽겠는데, 그들은 내가 답답하려나?
노래를 부른 가수가 그렇다잖아, 뭘 더 따져?
그렇지만 난 납득이 안 되는 걸.
'달'의 해석에 있어서, 당신은 내 편인가? 내 남동생 편인가? 아니면, 또 다른 고견이 있으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