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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Apr 02. 2024

넌 그게 납득이 돼?

  우리는 차를 함께 타고 서울행하고 있다. 운전하는 남동생이 졸리지 않도록 차에 탄 우리는 대화를 해줘야 했다. 그랬지 않았으면 뭐 그렇게 적극적으로 따지고 들지는 않았을 지도. 


  "김현철의 '달의 몰락'에서 '달'이 뭘 뜻하게?" 남동생이 물었다.

  "노래를 한번 틀어봐 줘." 내가 주문했다.

  남동생이 노래를 찾아 트는 동안, 차 안에 같이 타고 있는 조카들에게도 같이 답을 맞혀보자고 분위기를 띄웠다. 

  "누가 제일 똑똑한지 한번 보자고. 고모는 이런 거 완전 잘 맞춰." 내가 그 고모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생각해 보도록 가사를 여기다 옮긴다. 


<나를 처음 만났을 때도/그녀는 나에게 말했지 / 탐스럽고 이쁜 저 이쁜 달 / 나를 매일 만날 때에도 / 그녀는 나에게 말했어 / 탐스럽고 이쁜 달이 좋아 / 그녀가 좋아하던 저 달이 / 그녀가 사랑하던 저 달이 지네 / 달이 몰락하고 있네 / 나를 무참히 차버릴 때도 / 그녀는 나에게 말했지 / 탐스럽고 이쁜 저 이쁜 달 / 나랑 완전히 끝난 후에도 / 누군가에게 말하겠지 / 탐스럽고 이쁜 달이 좋아 / 그녀가 좋아하던 저 달이 / 그녀가 사랑하던 저 달이 지네 / 달이 몰락하고 있네~>


  "사랑을 뜻하네. 달은 상대를 의미하는 게 아니고, 사람을 사랑할 때는 사람이 달이고, 사람을 사랑할 때는 사람이 달이네." 

  "틀렸어."

  "그게 아니면 뭔데?"

  "김현철이 어느 라디오 방송에 나와서 이야기했는데, 노래가사 속의 '나'가 '그녀'를 사귈 때, 그녀는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있었는데, 달은 바로 '그녀가 좋아하던 남자'를 가리켜. 나중에 그 남자가 사업에서 실패했는데 그걸 달의 몰락이라고 표현했대."

  "그렇게 해석하면 '그녀'가 너무 사이코적이지 않아? 노래가 너무 안 낭만적이게 된다고."

  나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아,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본다. 

  "올케는 어떻게 생각해?"

  내 올케는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핸드폰으로 검색을 하더니 '그녀가 좋아하던 남자'를 가리킨다는 말이 있다고 대답한다. 

  "인터넷 답 말고, 올케가 느끼기에는 어떻냐고?"

  "글쎄요."

  하! 답답해 죽어.


  나는 누가 '그렇다'고해도, 내가 납득이 안 가면 '그렇다'가 안 되는 사람이다. 내 동생과 올케는 부부답게, 둘 다, 누가 '그렇다'니 '그렇다'가 되는 사람들이다. 나는 그들이 답답해 죽겠는데, 그들은 내가 답답하려나? 

  노래를 부른 가수가 그렇다잖아, 뭘 더 따져? 

  그렇지만 난 납득이 안 되는 걸.


  '달'의 해석에 있어서, 당신은 내 편인가? 내 남동생 편인가? 아니면, 또 다른 고견이 있으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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