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자기관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해 Apr 10. 2024

지금 나올 수 있어?

  "막 수업을 마쳤어. 네 생각이 나서, 수다나 떨까 하고 연락했어. 지금 나올 수 있어?"

  이런 전화를 받으면 기뻐야 해? 내 생각이 났다잖아. 그래서, 만나 수다나 떨까 한다잖아. 


  나는 짜증이 나는 쪽이다. 도대체 얘는 나를 정말 보겠다는 생각인 거야 아닌 거야 싶어서.

  그녀가 듣는 수업은 3시간짜리다. 정말 나를 만나 수다를 떨 생각이었으면 수업이 끝나기 한 시간 전쯤에라도 연락을 했어야하지 않아?


  그녀는 지지난 수요일에도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야 내게 연락을 했다. 연락 온 것을 뒤늦게서야 확인하는 바람에 만나지 못했다. 

  어쨌거나, 그녀가 자주 연락이 오는데, 미리 연락을 안 했다고 못마땅해서 안 만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응. 그래 좋아! 그런데, 좀 기다려 줄 수 있어?"

  "너 지금 집에 있어?"

  "응. 몇 분쯤이나 기다려 줄 수 있어?"

  "어, 집이구나. 내가 너무 느닷없이 만나자고 했지? 나오는 게 불편하면, 그럼 다음에 보지 뭐."

  아, 놔! 나는 집에 가만히 있다가 졸지에 나가는 게 귀찮아서 친구를 안 만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나는 네 연락을 받고 반가워서 나가려고 한다고, 다만 머리 좀 묶고, 옷 좀 챙겨 입고 할 시간을 달라는 거잖아. 그 정도의 시간도 못 기다려줄 거면서, 도대체 연락은 왜 하는 건데?

  그래, 나 오늘 심사가 별로다. 그럴 수도 있는 그녀의 행동에 짜증이 뒤룩뒤룩 나도록.


  심사가 뒤틀리지 않은 날에도, 사실, 하루 전에 약속을 안 잡고 당일 기분이 내켜서 만나자는 사람들을 난 좀 싫어한다. 첫째, 내 시간을 내가 조율하는 게 아니라, 갑작스럽게 침범당하는 것 같아서 싫다. 둘째, 만나는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것 같아서 싫다. 자기가 한가한 시간에 그냥 전화해서 되면 보고, 안되면 말고의 식은 꼭 내가 아니어도 된다는 소리처럼 들리지 않아?


  된장, 내가 이렇게 까다로와서 친구가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완벽주의는 피곤해, 귀찮아, 힘들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