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악에 있어서는 거의 아는 게 없다 그렇지만 가끔 내 맘에 딱 드는 노래를 듣고 싶어 한다. 유튜브에서 ‘시끄러운’, ‘샤우팅 넘치는’을 검색어로 입력해서 웩웩 소리 질러대는 락이나 락발라드나 힙합이나 뭐 이런 걸 찾아 늘 헤맨다. 나는 조금 우울하고, 대체로 시끄럽고, 많이 샤우팅 넘치는 노래를 듣고 싶다. 하지만 늘 찾는데 실패하고 만다. 딱히 아는 가수도 없고, 노래 제목을 기억하는 것도 아니어서.
그런데, 오늘 유튜브 영상을 이것저것 클릭하다 광고 속에 서 흘러나오는 한 노래를 들었을 때, '오우! 이거 딱 내가 찾던 건데?' 하는 강렬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 가수의 노래를 찾아 듣는다. 바로 'Imagine Dragons'의 'Natural'이다. '예~ 유어 내추럴(Yeah, you're a natural)'하고 소리치는데, 이 노래가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가사가 참 궁금하다.
'팝송 가사를 알아듣기 위해 영어 공부를 해야겠는걸?'
나, 이렇게 영어학습 동기가 생기는 건가 하고 순간 기뻤다. 성공적인 언어학습의 시작은 동기를 가지는 것인데, 이제야 동기가 생겼으니 앞으로 영어 공부가 잘 될 것이 아닌가. 그리고 막 신이 난다!
영어는 늘 내 발목을 잡으면서도, 조금도 하고 싶지 않은 언어다. 하고 싶지 않으니 지속적으로 할 수가 없어서 매번 작심삼일을 반복하고 있으니 진보가 없는 언어다. 어느 해는 일부러 토익시험에 응시하고 성적표 받는 재미로 공부하겠다며 스스로를 몰아붙였지만 지속할 수는 없었다.
지금 살고 있는 세어 하우스에 외국인들이 몇 머물면서 집안은 영어를 쓰는 일이 많아지면서, 소통에 불편을 느끼고는 또다시 영어를 공부해야겠다고 결심을 했었더랬다. 그리고 날마다 유튜브 영상으로 기초 생활 영어 영상물을 하나씩 듣겠다고 결심했지만, 결심하던 그날의 마음과는 달리 어느 날은 듣고 어느 날은 안 듣고를 들쭉날쭉 하다가 지금은 안 듣는 날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Imagine Dragons의 노래가 너무 좋아서 영어를 공부하면 이 가사들이 그냥 들릴 거라는 것에 행복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래, 나는 영어노래의 가사를 듣기 위해 영어공부가 하고 싶어진 것이다!
하지만, 하루 만에 이 생각은 뒤집어지고 만다. 유튜브로 심리학 이야기를 듣던 중에 삶을 즐겁게 사는 10가지 방법을 이야기해 주는데 그중에 하나가 일을 할 때 발랄한 음악을 들으면서 해보라는 거였다. 그러면 노동이 노동 같지 않아 진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가사가 있는 것은 안된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 영어노래의 가사가 안 들리기 때문에 영어노래를 가락처럼 느낄 수 있으니 굳이 영어 공부는 안 하는 것이 나으려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영어를 몰라서 이렇게 좋은 점이 있는 것이다.
나, 영어 공부는 정말 하기 싫은가 보다. 공부하지 않아도 좋을 핑곗거리를 이렇게 쉽게 찾아내고 말다니.... 이런 나, 영어를 정복할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