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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Apr 18. 2024

승환기(承歡記, 2024)

방영 횟수 : 38화  

감독 : 티엔위(田宇)

여주 : 양즈(楊紫, yáng zǐ)

남주 : 쉬카이(許凱, xǔ kǎi)


    이 드라마는 홍콩의 저명한 작가 이슈(亦舒, yì shū)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것이다. 여주인공 마이청환(麥承歡, mài chénghuān)은 부모님 말 잘 듣는 효녀였으나, 결혼문제에 있어서 엄마와 갈등을 겪으면서 독립해 나간다. 남자 친구와 결혼이 판토나고, 엄마와 갈등을 겪고, 직장에서 강등되는 경험 등을 통해 사랑을 쫒는 여자아이가 아니라, 자기 성취를 이뤄나가는 인물로 성장해 나간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주의 이름

    여주인공의 이름 청환(承歡)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알고는 경악했다. '길태'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와 같은 충격쯤이었다고나 할까. (아동성폭행 살인범 김길태의 부모는 길에서 주워온 아이라는 뜻으로 '길태'라고 이름 지었다고 했다. 길태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가 그냥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였으면 이 이름이 서글프게 들리지 않았을까?

    드라마 속에서 청환(承歡)의 부모는 딸의 이름을 중국어 사자성어 청환시시하(承歡膝下chéng huān xī xià)에서 따왔다는 말을 여러 번 한다. 청환시시하(承歡膝下)는 '부모의 뜻에 순종하여 부모를 기쁘게 한다'는 뜻이다. 이건 딸을 개성 있는 개체로 본 것이 아니라, 인형취급을 한 것이 아닌가 말이지. 

    결혼문제로 엄마와 갈등이 발생했을 때, 청환은 이렇게 외친다. "더는 엄마의 인형노릇 안 할래요!" 그리고, '예전에는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렸으나, 지금은 오로지 나 자신만 기쁘게 하고 싶다'는 결심을 한다. 그녀가 결심하는 이 문구가 한국어로 해석하면, 그녀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아서 재미없어지는데, 중국어로는 이렇다. "이치엔청환푸무, 시엔짜이즈쌍청환쯔지(以前承歡父母,現在只想承歡自己)"


    드라마니까 이름을 이렇게 설정했겠지? 정말 딸의 이름을 이렇게 짓는 부모는 없지 않을까? 

    

남매야, 남남이야?

    남주와 여주는 웨이구커(偽骨科, wèi gǔkē) CP 관계이다. 웨이구커(偽骨科) CP가 뭐냐고? 이 단어, 나도 이 드라마와 관련하여 이것저것 검색하다 처음 발견했다. 뜻을 알고 배꼽 빠지게 웃었다. 

    웨이구커(偽骨科) CP를 이야기하기 전에, 구커(骨科) CP부터 설명하기로 하자. 구커(骨科)는 뼈(骨)를 보는 정형외과고, CP는 커플(Couple)을 줄여서 쓴 것이다. 그러니까 글자 그대로의 뜻은 '정형외과 커플'인데, 이게 '친남매지간에 연인으로 사랑하는 것'을 뜻한다. 그게 정형외과랑 무슨 관계가 있냐고? 친남매간의 이런 사랑은 용납되지 않는 것이어서 부모님에게 발각되면 뼈가 부러지도록 얻어터지기 때문에 정형외과를 가야 할 지경이 된다는 뜻으로 이렇게 쓴다. 

    당신도 나처럼 웃었으려나?


   웨이꾸커(偽骨科) CP는 웨이(偽)가 가짜라는 뜻이니까, 가짜 남매 커플을 뜻한다. 어찌 보면 남매지간이지만 진짜 혈연관계는 없는 경우다. 예를 들면, 그와 그녀가 부모의 재혼으로 남매가 되었는데, 오빠 동생하다가 사랑에 빠져버리면, 이걸  웨이꾸커(偽骨科) CP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드라마의 남주와 여주가  웨이구커(偽骨科) CP가 되는 것은 남주의 친할머니 때문이다. 남주의 친할머니가 말년에 여주의 친할아버지를 만나 연인으로 지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법적으로 혼인한 것은 아니지만, 할머니는 여주도 자기 손주라고 생각한다.  할머니가 죽을 때 재산도 이 둘에게 나눠준다. 


부잣집에 시집가는 일 

    나는 어릴 적에 부잣집에 시집가면 좋은 줄 알았다. 인간관계에 치여보지 않아서 별로 철들 기회가 없었던 나는 다 커서 중드를 보면서야 배우는데, 부잣집에 시집가는 건 딱히 좋은 일이 아니다. 

    중국말에 먼땅후뛔이(門當戶對, mén dāng hù duì), 즉 혼인을 맺는 쌍방 가정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가 상당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 드라마가 바로 먼땅후뛔이(門當戶對)가 아닐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를 과장되게 보여준다. 

    부잣집 좋아하는 여주의 엄마와 돈 없는 집안 무시하는 남주의 누나 연기가 좀 과장되다 싶지만, 누가 알리, 실제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할지.


비슷한 드라마

    이 드라마를 '가치관이 서로 다른, 딸과 엄마의 갈등'이라는 각도에서 본다면, 연화인가(烟火人家)(8화 참고)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승환기(承歡記)에서 여주의 엄마는 딸의 남자 친구가 '부잣집 아들'이라서 결혼을 재촉하고, 연화인가(烟火人家)에서 여주의 엄마는 딸이 '살인자 엄마와 가정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를 가진 남자와 결혼을 하려고 해서 반대한다는 설정이다. 나는 이런 걸 라인이 비슷하다고 보는데, 당신은 "극과 극으로 다르거든?" 할려는지도.


    중국은 동시에 비슷한 라인을 가진 드라마가 방영되는 경우가 아주 흔하다. 우리나라도 각 지역 방송국이 있듯이, 중국도 각 지역별로 제작사가 따로 있고, 각자 드라마를 만들다 보니, 상해에서 이런 소재로 찍는다는데 그게 좀 뜰 것 같으면 북경의 다른 제작사도 따라 만드는 느낌이랄까. 


    예를 들면, 여의전(如懿傳, 2018)과 연희공략(延禧攻略, 2018)은 모두 건륭제의 여인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인지하(異人之下, 2023)와 서출옥문(西出玉門, 2023)은 둘 다 신비롭고 기이한 힘을 가진 인물이 등장한다. 치도(熾道, 2022)는 장대높이뛰기 선수와 여코치 간의 연상녀연하남 러브스토리, 애정이이(愛情而已, 2023)는 배드민턴 선수와 스포츠 경영인 간의 연상녀연하남 러브스토리다.(4화 참고) 여세자(女世子, 2020)와  표량서생(漂亮書生, 2020)은 둘 다 시대극인데, 여자가 남자로 위장하고 살아가는 소재가 똑같다. 이 밖에도 무수히 많지만, 더 찾기가 귀찮은 관계로 이 정도만 예로 들겠다.

주접

    이 드라마를 보다가 든 생각.

    '시골집에 해바라기를 심어야겠다.'

    드라마 속에서 여주의 할머니가 해바라기 씨 까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해바라기를 심으면 꽃이 필 때는 예뻐서 좋고, 씨는 먹을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은 것이다. 



참고:

1. https://zh.wikipedia.org/zh-tw/承欢记

2. https://www.marieclaire.com.tw/entertainment/tvshow/78674/best-choice-ever

3. https://today.line.me/tw/v2/article/Kw8n63g

4. 이 드라마의 소설 읽을 수 있는 곳 : https://bailushuyuan.org/承歡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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