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집을 나서면서 계획하기를 타이베이 도시 탐색을 좀 하고, 탐색 중에 만난 아무 음식점에나 들어가서 점심을 먹고, 예뻐 보이는 아무 커피숖에 들어가서 오후를 보낼 참이었다. 우리 동네를 막 벗어나려는데 딱 떠오르는 것이다.
'아 된장, 오늘 온라인 강연을 듣겠다고 신청해 놨잖아.'
어쩔 수 있나, 점심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온라인 강연을 다 듣고, 좀 꾸무적대다보니 벌써 저녁참이 다 되었다. 어스름해지고 있지만, 어째 오늘 도심을 좀 방랑해 보겠다는 계획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것이 영 찜찜한 것이다.
'이웨이가 추천했던 칭티엔(青田) 거리라도 좀 방랑해 볼까?'
어째 혼자 방랑하기는 싫지만, 또 누구랑 같이 가기도 싫은 것이다. 룸메이트 메이쓰는 피곤하다며 쉬려고 침대에 막 눕긴 했지만, 같이 가자고 하면 벌떡 일어날 것 같다.
'둘이라서 귀찮은 것보다, 혼자라서 외로운 게 나아.' 메이쓰에게 같이 가자고 할 뻔한 것을 꿀꺽 삼켰다.
집순이인 내가 움직였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해하며 골목을 벗어나는데, 또 다른 룸메이트 펑뤠이가 랭귀지스쿨을 마치고 막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다.
"펑뤠이, 나 아무 곳이나 좀 배회하려는데 같이 갈래?" 반갑다고 인사를 한다는 것이, 난 왜 이런 말을 건네고 있다니?
"오! 좋아." 넌 왜 좋다고 해버리는 거야?
노트북이 든 펑뤠이의 가방이 너무 무겁다. 펑뤠이는 괜찮다고 하지만, 좀 오래 배회할지도 몰라서 가방을 집에 벗어두고 오라고 강력히 제안한다.
"집에 들어간 김에 메이쓰도 데리고 나오자." 이것도 내가 꺼낸 말이다. 둘보단 셋이 나을지도 모른다. 둘이 대화를 나누면 나는 혼자 조용히 상상의 나래를 펴며 걷기만 할 수 있을 지도.
혼자 가려던 도심 배회는 셋이 되어버렸으니, 목적 없이 배회하는 것보다는 목적지를 향해가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우리 야시장 구경 가는 거 어때?"
"좋아!" 둘은 뭐가 되었든 언제든 항상 늘 '좋다'고 한다.
내가 걸어서 여러 번 가본 난지창(南機場) 야시장에 있는 초라오빤(臭老闆) 초두부 가게를 목적지로 정한다. 함께 걸어가며 대화가 필요했기 때문에 이런저런 말을 하다가 알아졌는데, 나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난지창(南機場)'이라는 야시장 이름이 정말 글자 그대로 '남쪽의 비행장'이라는 뜻으로 지어진 거였다. 일본 식민지 시절에 타이베이에는 비행장이 없어, 이곳이 임시적으로 비행기가 뜨고 내리던 곳으로 쓰였단다. 그 후 타오위안(桃園)에 비행장이 지어졌고, 북쪽인 타오위안(桃園)과 대비하여 남쪽 비행장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셋이어서 조금 즐거웠던가? 혼자 조용히 걷지 못해서 조금 귀찮았던가?
아, 난 병이 좀 깊은 것 같다. 사람이 그립지만, 동시에 사람이 너무 귀찮기도 하다. 내 옆에 딱 달라붙어있어도 조금도 귀찮지 않은 사람이 세상에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