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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숙남녀(半熟男女, 2024)

by 김동해

방영 횟수 : 27화

감독 : 쟝샤오뿌어(張曉波[zhāngxiǎobō]

여주 : 티엔시웨이(田曦薇[tiánxīwēi]), 저위통(周雨彤[zhōuyǔtōng]), 청멍슈에(曾夢雪[céngmèngxuě])

남주 : 신윈라이(辛雲來[xīnyúnlái]), 장저화(張哲華[zhāngzhéhuā]), 위엔원캉(袁文康[yuánwénkāng])


이 드라마는 현대 도시 젊은이들이 사회적 성취를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사랑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의 욕망을 직시하고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 드라마는 소설 <여기 착한 남자와 믿을 만한 여자는 없다(這裡沒有善男信女)>를 개작한 것인데, 소설 제목이 더 직관적으로 드라마 내용을 잘 반영한다. 그러니까,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은, 욕망을 따라 어째보면 좀 비도적적인 사랑을 하기 때문에, 이 드라마에 착한 남자와 믿을 만한 여자는 드물다.


언제나 사랑이 필요한 여자, 허즈난(何知南)

무 평범해서 생활 속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는 허즈난(何知南)은 연애를 통해 주목과 정서적 가치를 얻고 싶어 한다. 7년 동안 장거리 연애를 해온 부자 남자친구 까오펑(高鵬)은 멀리 있어서 그녀를 정서적으로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 그러다 회사에서 잘생긴 남자 취이펑(瞿一芃)이 접근해 오자 안정적인 옛사랑과 달콤함을 주는 새로운 사랑 사이에서 흔들린다. 취이펑(瞿一芃)은 그녀가 부잣집 외동딸인 줄 알고 계획적으로 접근한 거였다. 그녀가 평범한 집안 출신인 것을 알고 취이펑(瞿一芃)이 증발하듯 사라져 버리자, 허즈난(何知南)은 자기가 아직도 옛사랑을 못 잊고 있다고 생각하고, 까오펑(高鵬)을 찾아 홍콩으로 날아간다. 두 사람은 막 사랑에 대해 호기심이 몽글몽글 피어나던 십 대 후반에 만났기 때문에 그 시절의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관계를 회복하는 듯했다. 하지만, 둘은 서로가 너무 많이 달라져서 아름다운 과거를 추억하는 것만으로 관계를 지속할 수 없음을 알고 눈물의 이별을 한다.


까오펑(高鵬)은 허즈난(何知南)과 헤이지고 나서, 자기 아버지 사업을 도우면서, 회사일을 도와줄 수 있는 능력녀 한쑤(韓蘇)에게 마음이 끌린다. 법적 고문이 되어줄 수 있는 한쑤(韓蘇) 같은 존재는 그에게는 정말 맞춤한 부인감이다. 응정만 부리고, 소녀시절에 머물러 있는 허즈난(何知南)은 누가봐도 정말 어울리지 않는 짝이다.

나는 까오펑(高鵬)이 한쑤(韓蘇)를 사랑하는 게, '그냥 마음이 저절로 끌려서'가 아니라, '필요해서 사랑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좀 뜨악한 마음이 들었다. 어째 이익과 손실을 따지는 느낌이랄까. 내가 어린 시절에 읽었던 많은 달콤한 소설들이 내 머릿속에 '사랑'은 '낭만'이라고 부등호를 그려놓은 탓에, 까오펑(高鵬)의 이 이성적인 선택에 거부감이 느껴졌다. 너무 '낭만'적이지 않아서.



사랑 말고 직업적 성공을 쫒는 여자, 한쑤(韓蘇)

한쑤(韓蘇)혼자 힘으로 초보 변호사부터 최연소 프로젝트 책임자까지 따내는 직장 슈퍼우먼이다. 한쑤(韓蘇)는 학교 후배인 취이펑(瞿一芃)과 여러 해 동안 연인으로 지냈다. 그러나, 둘은 직장 생활을 해나가면서 점차 가치관이 엇갈리고, 사랑하는 마음도 점점 멀어진다. 한쑤(韓蘇)는 온 힘을 다해 '노력, 승진, 발전'을 추구하는 형이고, 연하의 남자친구는 자기 노력으로 닿겠다는 마음이 죽어 버렸다. 이 남자는 여자를 발판 삼아 쉽게 상층으로 오르려는 타입이다.

한쑤(韓蘇)와 취이펑(瞿一芃)의 이별은 누가 누구를 배신했다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미 서로가 서로의 영원한 짝이 될 수 없음을 느끼고 있었다. 서로가 '우리 그만 헤어져'라는 말을 먼저 꺼내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관계를 지속하고 있었을 뿐이다. 한쑤(韓蘇)는 더 좋은 조건의 자리를 쫓아 홍콩으로 떠나기로 맘먹고, 취이펑(瞿一芃)은 한쑤(韓蘇)와 동거 중이면서, 한편으로 재벌집 딸에게 접근하며 자연스럽게 헤어진다.

사실, 한쑤(韓蘇)에게는 홍콩으로 가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녀는 자기 아빠가 누구인지 모른다. 어느 날 엄마가 숨겨둔 사진 한 장을 발견하고는, 엄마가 말해주지 않는 아빠가 사진 속의 인물이라고 믿었는데, 그 남자가 바로 홍콩에 있었기 때문이다. 한쑤(韓蘇)의 직업적 성취에 대한 노력은 모두 자기 아빠에게 다가가기 위한 거였다. 자기 아빠를 만나게 되는 날, 훌륭하게 자란 모습으로 '당신이 나와 내 엄마를 버렸지만, 우린 이렇게 잘 살고 있어요'하고 말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남자를 자기 아빠라고 생각한 건, 그녀만의 오해였음이 밝혀진다.)


취이펑(瞿一芃)은 정말 한쑤(韓蘇)를 사랑한다. 한쑤(韓蘇)가 홍콩으로 떠난 후, 볼일차 상하이로 돌아와 취이펑(瞿一芃)을 찾았을 때, 그는 시장을 봐와서 한쑤(韓蘇)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드는데 하루 종일을 보낸다. 자신의 힘으로 인생을 개척해 나가며 정말 사랑하는 한쑤와 살아도 얼마든지 될 것 같은데, 부잣집 딸을 꼬셔 편하게 살아가는 지름길을 택한다. 시골에서 상하이로 와서 돈을 벌어 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처럼 그려놓았는데... 취이펑(瞿一芃)은 그 어려운 과정을 생략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지만, 그러자면 몸은 힘들지 않을지 몰라도,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를 사랑하는 척 연기하고 사는 삶은 더 힘들지 않을까? 몸이 힘든 게 정신이 힘든 거보다 더 쉽지 않나?


원래 허즈난(何知南)과 까오펑(高鵬)이 한 쌍이고, 한쑤(韓蘇)와 취이펑(瞿一芃)이 한 쌍이다. 취이펑(瞿一芃)이 허즈난(何知南)에게 작업을 걸고, 까오펑(高鵬)이 한쑤(韓蘇)에게 사랑 공략을 하면서, 두 커플은 짝을 바꿔 사귀는 모양새가 된다. 이 과정에서 두 여자는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고, 처음에는 서로를 적으로 생각하지만, 나중에는 좋은 친구가 된다. 사랑에 대한 견해, 직업을 대하는 태도, 성격이 극과 극으로 다른 두 사람의 우정이 참 가능하도록 서술되어 있다.


된장녀 냄새가 나는 여자, 손한한(孫涵涵)

허즈난(何知南)의 절친 손한한(孫涵涵)은 조금 된장녀 냄새가 난다. 그녀는 돈 많은 남자를 만나기 위한 목적으로 고급 헬스장에 다닌다. 그리고 거기서 중년의 남자 조삔(周斌)을 만난다. 그가 유부남인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이별을 고하지만, 조삔(周斌)이 이혼장을 들고 오자 다시 관계를 회복한다. 하지만 이 이혼은 부동산을 늘리는 과정에서 부인과 짜고 형식상으로만 한 것이었다. 조삔(周斌)은 사업가 아내와의 결혼 생활에서 남성성을 발휘 못하고 손에 쥐여 사는 삶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손한한(孫涵涵)이 접근해 왔을 때 올커니하고 잡아챈다. 손한한(孫涵涵)이 조삔(周斌)을 발견한 것 같지만, 실은 그녀는 조삔(周斌)의 눈에 든 먹잇감이었던 것이다. 이 남자가 탐내는 것은 자기에게 복종하는 어린 여자뿐만 아니라, 자기 부인이 낳아주지 못한 자기 애를 낳아줄 수 있는 건강한 자궁이었다. 손한한(孫涵涵)은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고는 조삔(周斌)의 부인과 연합하여, 그에게 복수한다.


이 드라마의 귀여운 부분

첫째, 드라마 속에 삽입된 연극. 드라마 중간중간에 연극 장면이 삽입되어 있다. 드라마 내용의 한 부분을 희극적이고 풍자적으로 각색해서 무대에서 공연하고 앞에는 관객들이 앉아 있는 모습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면, 허즈난이 남자를 보는 눈이 없어서 재벌 2세인 까오펑()을 버리고, 돈을 탐해 일부러 접근한 취이펑()에게 넘어간 것을 풍자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삽입된 연극 장면은 이렇다. (사실, 대사가 정확하게 다 기억나는 것은 아니다. 대충 이런 느낌이다.)


의사 : (허즈난의 시력검사를 마치며) 당신의 시력은 멀쩡해요.

허즈난 : 그럼 뭐가 문제죠?

의사 : (까오펑()과 취이펑()의 사진을 허즈난의 눈앞에 들이밀며) 누가 더 잘 생겼죠?

허즈난 : (취이펑()의 사진을 가리키며) 이 쪽요.

(관객들은 제벌 2세인 까오펑()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의사 :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간호사 : (허즈난()이 떠난 후에 의사에게 묻는다) 저 환자 뭐가 문제죠?

의사 : (머리를 가리키며) 여기가 이상해.


이 연극장면들은 아무 설정 없이 그냥 드라마 중간에 등장해도 이상할 것이 하나 없었지만, 드라마가 끝날 때, 이것도 하나의 설정이었음을 알게 된다. 허즈난(何知南)이 비서일을 그만두고, 자기가 하고 싶은 영역의 일자리를 찾아 그 분야에서 놀라운 성취를 보여주는데, 이 연극 장면들은 바로 그녀가 만든 작품이었다.


둘째, 이성적 여주의 분신. 허즈난()이 여주다. 여주는 긴 웨이브 머리에 발랄한 옷을 입고 하는 짓이 좀 가볍다. 너무 감성적으로 행동한달까. 여주가 멍청한 짓을 하려고 할 때마다, 직모의 머리를 하고, 상갓집 가는 옷차림을 한 또 하나의 여주의 분신이 등장한다. 여주의 이성적인 면모라고나 할까. 허즈난()이 심적 방황을 겪을 때면 이성적 분신이 나타나 사고를 이끌며 감성적인 여주가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도록 저지한다.

그리고 드라마의 마지막에는 여주가 스타일을 바꾸는데, 그게 바로 충동적인 여주를 제지하려고 등장하던 이성적 분신의 모습이다. 그것은 여주가 몇몇 사랑과 이별을 겪으면서 내적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일 텐데, 이 설정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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