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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적풍화해(燦爛的風和海, 2004)

by 김동해

방영 횟수 : 18화

감독 : 리무어(李漠[lǐmò])

여주 : 쫑추시(鍾楚曦[zhōngchǔxī]), 천하오위(陳昊宇[chénhàoyǔ])

남주 : 수양(孫陽[sūnyáng]), 한똥쥔(韓東君[hándōngjūn])


(대사가 어째, 《장강계시록(裝腔啓示錄, 2023)》*느낌이더라니, 역시나 이 드라마의 감독, 바로《장강계시록(裝腔啓示錄)》을 찍은 감독이다. )


마카오에서 펼쳐지는 두 커플의 사랑이야기와 한 커플의 우정이야기다. 첫 번째 커플은 광고를 찍는 회사에서 유능한 직원으로 일하는 여자 마이요우꺼(麥又歌)와 전직 스포츠카 선수였던 남자 쉬쥔러(徐君樂)가 우연히 만나 사랑을 한다. 두 번째 커플은 마카오의 스포츠카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온 남자 한쥔하오(韓俊豪)와 마카오의 화랑에서 일하는 여자 천지아훼이(陳嘉慧)의 사랑이야기다. 세 번째 커플은 호텔에서 일하는 여자 Casey가 상사의 8살짜리 아들을 호텔 고객으로 받아 매 일정을 따라다니면서 둘 사이에 우정이 싹트는 이야기다.

이 중심커플들 외에도 남주 쉬쥔러(徐君樂)의 형과 여자 친구의 싼혼(閃婚, 깜짝 결혼), 그리고 두 집안의 부모님들이 보여주는 중년의 애정라인도 곁들어 있다.


드라마 속의 마카오

이 드라마를 보고 나면, 마카오에 여행을 가면 낭만적인 사랑을 만날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이 드라마 한 마디로 마카오에 대한 우리들의 환상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고나 할까. '마카오의 생활리듬은 여유롭고 한가하다!', '마카오 사람들은 인정미가 넘친다!'로 포장되어 있다.

첫 번째 커플 마이요우꺼(麥又歌)와 쉬쥔러(徐君樂)의 대화 속에서 드라마가 마카오를 어떻게 포장하려는지 엿볼 수 있다.


여주 1 : 내가 방금 밥을 먹은 그 식당의 사장님 사람 참 좋으세요, 정말 귀여우세요. 나는 그저 한 명의 관광객일 뿐인데, 그는 나와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당신 알아요? 내 느낌은 마치 마카오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게 없는 것 같은.... (我剛剛吃飯的那家餐廳裡的老闆人很好,很可愛。我一個遊客坐在裡面,他跟我聊了好多好多。你知道我的感覺是好像在澳門人跟人之間沒有.....)

남주 1 : 경계심이 없는 것 같다는 거죠? (沒有防備心?)

여주 1 : 맞아요! 경계심이 없고, 따지지도 않고. 그리고 사람과 사람들이 쉽게 친해지고.(對,沒有防備沒有計較,然後人跟人很容易親近。)


내가 본 마카오의 느낌은 이렇지 않았다. 도박에 재미가 든 동생의 일정을 따라 거의 호텔 순례만 했기 때문에 이런 인상이 남은 것인지도 모르겠는데.... 나의 마카오에 대한 인상은 돈 많은 중국 사람들이 서방을 비웃듯 서방의 건축물들을 키치로 옮겨놓은 '괴상한' 도시였고, 관광객들로 붐벼서 본토 사람들 냄새를 맡기 어려운 주객전도의 도시였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는 '마카오를 제대로 한번 돌아보고 싶군'하는 마음이 들어버렸다. 이 드라마의 제작의도가 적어도 나한테는 성공적으로 발효되었다.


이 드라마 볼 때, 조금 아쉬운 점은, 광동어가 상당히 많이 나온다는 점이다. 보통화를 학습 중인 나로서는 달갑지 않지만, 같은 대사라도 광동어가 주는 느낌과 보통화가 주는 느낌은 상당히 달라서, 마카오의 여유로움과 인정미를 표현하기에는 참으로 적합했다.


아름다운 대사: 너는 존재하기만 하면 돼!

이 대사는 마카오의 한 호텔 홍보 영상을 찍는 여주 1과 마카오 지역을 잘 알아서 조수로 알바를 하는 남자 1이 촬영현장에서 나누는 대화다. [12화 24분 쯤]


여주 1 : 그렇게 피곤해요? 밤을 새워 다크서클이 다 나왔네요.(這麼累啊?熬得黑眼圈都出來了。)

남주 1 : 저 지금 하루에 세 몫의 일을 해요. (我現在一天打三份工。)

여주 1 : 세 몫의 일요? 사장님이 두 분이나 더 있다고요? (三份工?還有兩個老闆?)

남주 1 : 하지만, 당신만 돈을 지불하는 사장님이에요. 다른 둘은 의무노동이에요. 하나는 당신의 창꺼(強哥)(창꺼(強哥)는 제법 유명세 있는 식당을 운영하는 남주의 아버지다)인데, 그는 요새 매주 나한테 요리 마스터 수업을 해요.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당신의 쉬(徐) 사장(쉬(徐)는 남주의 형이고, 여주에게 광고를 맡긴 갑(甲)이다)이에요. 제 형이랑 아버지가 사이가 틀어져서, 제가 매일 중재를 맡아야 해요. 아, 인생이 너무 어려워요. 저는 정말 더 이상 어째야 할지 모르겠어요. 한숨 푹 잤으면 좋겠어요. 날 좀 살려주세요,마이만펀(麥滿分)!(마이만펀(麥滿分)은 여주의 성에 만점을 붙인 것으로 남주 1이 여주 1을 부르는 별칭이다) (但是,只有你這個老闆是付錢的。另外·兩個呢·是義務勞動。一個是你強哥,他現在每週給我上這個烹飪大師班。還有另外一個你徐總。我哥跟我爸,他們鬧矛盾了, 我每天還有當和事佬,人生太難了。我真的搞不動了。我好想睡覺,救救我啊。麥滿分。)

여주 1 : 어머 당신도 투정하고, 불평할 줄 아는군요. 난 당신이 영구동력이고, 태양열이고, 영원히 힘들다고 말할 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原來你會發牢騷, 會抱怨啊?我還以為你是個永動機,是個太陽能,永遠不會喊累。)

남주 1 : 이거 불평한다고 할 것까진 아니잖아요? 전 그냥 최근에 발생한 일을 당신에게 서술해서 들려주는 것뿐이에요. (我這不算是發牢騷吧。我只是陳述給你聽我最近發生的事情而已。)

여주 1 : 투정 부려도 괜찮아요.(發牢騷也沒關係啊)

남주 1 : 하지만, 난 너무 기뻐요. (但是我很開心。)

여주 1 : 투정 부려서 너무 좋다고요? (發牢騷所以很開心?)

남주 1 : 아뇨. 투덜대니까 누군가 내 말을 들어주고 거기다가 위로까지 해줘서요. 만약 당신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아무런 감정적 출구가 없었을 거예요. 남들이 물어보면 그저 '괜찮아 괜찮아, 어젯밤에 잠을 못 잤을 뿐이야'라고밖에 할 수 없었을 거예요. (不是. 因為我發牢騷,有人聆聽我而且安慰我。如果沒有你的話,可能我就沒有任何情緒出口了。別人問我, 我只會說'沒事沒事沒事我只是昨天晚上沒睡好'。)

여주 1 : 그럼 이제 좀 나아졌나요?(那你現在好點了?)

남주 1 : 네, 매우 많이 좋아졌어요, 고마워요 당신. (嗯,好了非常多。謝謝你。)
여주 1 : 나한테 감사할게 뭐 있어요,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謝我什麼,我什麼都沒做。)

남주 1 : 당신은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어요, 당신은 나타나기만 하면 돼요. (你什麼都不用做, 你只要出現就可以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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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강계시록(裝腔啓示錄, 2023)》은 중드 보는 행복한 시간 15 화를 참고하시길. https://brunch.co.kr/@kimdonghae/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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