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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상(北上, 2025)

by 김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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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 횟수 : 38화

감독 : 姚曉峯

여주 : 바이루(白鹿), 리완다(李宛妲)

남주 : 오하오(歐豪), 짜이쯔루(翟子路), 까오쯔팅(高至霆), 료헝푸(劉恆甫)


내가 중드를 보는 獨播庫(https://www.duboku.tv)에서 이 드라마의 평점은 겨우 6.6이다. 평점이 낮으면 정말 대체로 재미가 없다. 이 드라마도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이 묘사된 1회를 보다가 접어두었더랬다. 근래에 고전사극을 제외하고는 8점대의 작품이 잘 나오지 않아서, 딱히 볼 만한 다른 작품이 없어서 다시 보기 시작했다.

와우! 이렇게 재밌는 것을, 막 방영을 시작하던 때에 내가 왜 1회를 넘기지 못했던 건지 모르겠다. 3월에 학기가 시작하면서, 이것저것 마음이 분주해서 느긋하게 드라마를 볼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1화에는 꾀죄죄한 애들이 꾀죄죄한 동네를 뛰어다니는 좀 시골스런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드라마 소설 원작이 있다.


아버지 세대의 이야기와 아들 세대의 이야기

이 드라마는 지금 젊은 세대들의 우정과 사랑이야기를 다룰 뿐만 아니라, 한 집에 세 들어 사는 다섯 가정의 가장들이 은혜로운 운하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도 함께 들려준다.

이 마을의 중심에는 운하가 흐르고, 운하에는 물건을 실어 나르는 배로 가득하다. 아버지 세대는 운하가 주는 풍요로움과 경제적 기회를 통해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경제적 중심이 변화하고 운하는 더 이상 경제적 풍요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운하의 쇠락과 함께 아버지의 권위도 움츠러든다. 하지만 아버지 세대는 운하를 떠나지 못한다. 그러나, 젊은 세대들은 대도시 북경으로 떠나 경제적 성공을 이루려고 분투한다.

'운하가 쇠락하고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났다'는 요새 중국드라마의 트렌드가 아니다. 요새 중국드라마의 트렌드는 '도시로!'가 아니라 '내 고향으로!'다. 이 드라마에서도 운하는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다시 조명받으면서 재건되고, 북경으로 떠났던 우리들의 주인공 대부분이 돌아온다로 결말을 맺는다.


택배원과 음식배달원

시진핑 집권기의 중국 드라마는 '교육적 요소'가 늘 들어있다고 했지 않던가. 이 드라마가 담고 있는 또 하나의 이슈는 택배원과 음식배달원에 대한 처우개선 문제다. 왕흐어(望和)는 자본주의의 온기 없는 냉정함을, 싱츠(星池)는 이상주의의 대책 없는 다정함을 대표한다. 음식배달업의 두 경쟁사가 시장 선점을 위해 폭우가 쏟아지는 몇날며칠 동안 무리한 경쟁을 하는 중에 한 배달원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한 건이라도 더 주문을 받고, 경쟁사보다 1분이라도 더 빨리 배달하라고 밀어붙이던 남주 왕흐어(望和)가 이 사고의 책임을 지고 쫓겨나고, 여론의 비난을 받는 장면을 통해 중국사회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택배원과 음식배달원에 대한 처우개선 문제를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여주 바이루(白鹿)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여주인공 바이루가 귀엽고 여성스러운 모습을 벗어나 선머슴 같은 연기에 도전한 것이 아닌가 싶다. 바이루가 연기한 인물, 화즈(華子)는 사내아이보다 더 사내아이처럼 온 동네를 누비고 다닌다. 드라마는 어린 시절을 잠깐 보여주고는 바로 고등학생 시절로 넘어가는데, 바이루는 치아 교정기를 끼고, 덥수룩한 단발머리에, 얼굴에는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얼굴을 하고 있다. 바이루는 늘 여성여성한 역만 맡았기 때문에 이 분장의 반전 자체가 재미있었다. 사내아이처럼 구는 연기도 너무 귀여워 보였다.


이런 유토피아

화즈(華子)네, 왕흐어(望和)네, 하이쿠어(海闊)네, 싱츠(星池)네, 이 4 가구는 스이(思藝) 할머니의 집에 세 들어 산다. 그들은 이웃이지만 마치 가족 같다. 왕흐어(望和)의 아버지는 운하에서 배로 운송을 해서 돈을 버는데, 다들 얼마간의 돈을 투자해서 같이 배를 사고, 그 이익을 배당받으며 산다. 하이쿠어(海闊)의 할아버지가 치매에 걸리자, 이웃들이 시간표를 짜서 돌아가면서 돌본다. 쓰이의 할머니가 중풍의 징조를 보이자, 이웃의 세 여인은 발병했을 때 빨리 병원으로 데려가지 위한 연습까지 한다. 쓰이 할머니가 입원을 하자, 고3인 쓰이에게는 공부에 전념하라며, 돌아가며 쓰이 할머니를 간호한다. 쓰이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나머지 네 가정이 모여 스이의 대학 학비를 부담하는 의논을 한다. 왕흐어(望和)가 사람을 때려 막대한 돈으로 합의를 보지 않으면 감옥살이를 하게 됐을 때, 모두들 있는 돈 없는 돈을 탈탈 털어 돈을 빌려준다. 운하 마을이 새롭게 개조를 하게 되면서 살던 집을 옮기게 되었을 때도, 큰 집을 구해 또다시 함께 산다.

이웃이 가족 같은 이런 모습은 현실생활에서는 보기 어렵겠지만, 나는 그런 유토피아 보는 걸 좋아해서, 이 드라마가 끝까지 봐졌다. 어쩌면 이런 비현실적인 설정 때문에 여러분은 보는 것이 거북할 지도.


빠과(八卦) 하나, 남녀 주인공들의 실제 나이 八卦 [bāguà] 가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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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에 나타난 순서대로 말해보면, 이 드라마를 찍던 2023년 당시, 劉恒甫는 23살, 李宛妲는 20살, 우리의 여주 白鹿는 29살, 남주 歐豪는 31살, 이 인물들 중에서 내가 내가 좋아하는 翟子路는 25살, 高至霆는 28살이었다고 한다. 드라마에서는 완전 같은 또래처럼 느껴졌다.

배우의 가십을 너무 많이 알면, 드라마를 보는데 영향이 있다. 배우의 실제 모습을 조금도 모른 채로 봐야, 드라마 속에서 그 배우가 연기하는 역에 더 잘 몰입할 수 있다. 그래서 가십은 되도록 안 듣는 게 좋다. 하지만, 유투브에 뜬 '이들의 실제나이는?'이란 제목을 봤을 때, 유혹당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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