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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기시험 가채점

by 김동해

오늘 아침에 시험답안이 공개되었다.

가장 자신이 없었던 3번째 과목부터 채점을 했다. 30점이 나왔다.

'아, 이거 좀 아슬아슬하겠다.'

알겠다 싶은 문제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적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어째 이거 같은데 싶은 문제는 열개 남짓 됐다. 그런데, 그런 문제들이 줄줄이 다 틀렸다. 한 문제는 기출문제였기 때문에 답을 외운 것인데도, 틀렸다. 아, 이건 좀 이상하다 싶어 다시 봤더니, 내가 2번째 과목 답안지를 가지고 3번째 과목을 채점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 바보!

다시 채점해 보니, 30점이 아니라, 38점이 나왔다.

'아 이러면, 좀 가능하겠다.'

아는 게 거의 없어 대략 한 번호로 다 찍었던 것치고는 뭐 이 정도면 다행이다.

반쯤은 알듯했던 두 번째 과목은 54점이 나왔다. 좀 쉬운데 싶어서 한 80점 나오지 않겠나 싶었던 첫 번째 과목은 겨우 70점이 나왔다. 합해서 162이다. 네 번째 과목 한국어는 분명 100점일 테고, 하나쯤 실수를 했다고 하더라도 22점의 여유가 있으니까, 붙은 것일 것이다. 총 240점, 평균 60점을 넘으면 합격이다.


그러니, 구술시험 준비를 해야겠다. 가이드 시험은 1차 필기, 2차 구술로 되어있다. 구술시험 문제는 뭐 나오나 하고 살펴보다가, 몇몇 시험 경험담을 보게 되었는데, 대충만 준비하면 합격은 문제가 없을 것 같다. 한국어 가이드 구술시험은 한국어로 답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겐 누워 떡먹기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시간을 들이지 않고 그냥 합격하는 정도에서 머물겠어'가 아니라, '넘치게' 열심히 해서, 전국 1등에 이름을 올리고 싶은 욕심이 드는 것이다. 필기시험과 구술시험의 점수를 합쳐서 전국 1등부터 몇 등까지는 국가시험장 게시판에 자랑스럽게 이름이 공개가 된다고 한다. 1등이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게 다 써먹을 곳이 있기 때문이다. 가이드 시험대비교육을 시키는 전문학원(https://www.magee.tw )이 있는데, 거기 강사들이 '몇 년도 영어 가이드 시험 전국 몇 위'를 했다고 프로필에 자랑스럽게 적어놓은 것을 봤다. 전국 1등 성적표를 가지면, 나도 그 학원에서 한국어 구술시험을 준비시켜 주는 알바를 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한국어 가이드 시험에 나보다 몇 해 일찍 합격한 대만 친구 위칭(雨晴)과 점심을 먹었는데, 그녀가 구술시험은 이런 것이 나온다며 내게 문제를 하나 냈다.

"치싱탄(七星潭)에서 뭘 할 수 있나요?"

치싱탄은 모래사장이 있는 바다가 아니고, 동글동글한 새카만 자갈해변이에요. 치싱탄에서 보이는 바다가 바로 태평양인데요, 태평양 바다는 다른 바다와 달라요. 바닷물이 살아서 넘쳐날 것 같은 바다예요. 그런 바다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냥 치유가 되는 그런 생명이 느껴지는 바다예요, 등등. 흥분한 감으로 주절주절했더니, 위칭이 가이드 정말 잘하겠다고 칭찬을 해준다. 응,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 아름다운 경관에 관한 것이라면, 좀 과장해서 황홀하게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다. 그러니, 나, 가이드를 하면 즐거울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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