和平籃球館
오늘은 오후 봉사다. 이른 점심을 먹고 출발했다. 내가 신청한 경기장 중에 흐어핑(和平) 농구장이 집에서 가장 가깝다. 버스로 가나 걸어서 가나 비슷하게 걸린다. 버스는 버스가 오는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흐어핑(和平)로는 어느 시간 때고 정체되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걸었겠지만, 땀을 줄줄 흘리면서 도착하고 싶지 않아 버스를 탔다. 도착하고 보니 언젠가 걷기 산책을 나갔던 곳이다.
오늘 이 경기장은 어느 회사의 단체 자원봉사자가 빠지고 새로운 단체 자원봉사자들로 채워져서, 책임자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업무를 배정하기에 앞서 이 경기장에 대해 일일이 소개하고, 자원봉사자들이 맡아해야 할 임무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소개했다. 그리고는 '이 업무 맡으 실 분?'하고 묻고는, 먼저 손 든 사람을 그곳에 배정했다. 나는 경기장 안에서 봉사를 했으면 좋겠는데, 영어 통역이 필요하다고 하니 패스. 엘리베이터 앞에 앉아서 경기장 안내해 주는 것도 지루해 보여 패스. 출입구에서 안전점검을 도와주는 것은 이미 여러 번 해봐서 재미없다는 것을 아니까 이것도 패스. 어떤 것은 영어 능력이 없어서 패스, 어떤 것은 재미없을 것 같아서 패스하고 보니 책임자가 자원봉사자 업무를 다 나열하도록 나는 할 일을 못 찾았다. 다들 업무를 배정받아 자기 자리를 찾아가버리고 나만 덩그마나 남았다.
"전 한국어 통역으로 자원봉사를 신청했는데, 뭔가 할 일이 있을까요?"
책임자는 본부석 근처에, 앉아 놀기 좋은 곳에 나를 배정해 줬다. 오늘은 정확한 업무도 주어지지 않았다. 거기 앉아 한국어 통역이 필요해지면 응대해 주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도 나도 안다. 한국인 참가선수는 없고, 한국어 통역은 쓰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나는 거기 앉아 내일 있을 가이드 시험공부를 했다. 공부하다 지루해지면 경기장에 들어가 앉아 농구게임을 봤다. 농구 시합은 시시했다. 아마추어 농구 선수들은 농구를 어찌도 못하는지, 던져 넣는 공 중에 아주 일부만 골대를 통과했다. 관람하는 재미가 하나도 없었다.
'에잇, 차라리 공부나 하자.'
오늘은 정말이지 자원봉사를 했다기보다 도서관에서 잘 공부한 기분이다. 집에 있으면 이래저래 좀 빈둥거리며 이 만큼까지는 열심히 가이드 시험공부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원봉사를 와서는 할 일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4시간을 견디자면 너무나 지루하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며 우연히 수제 만두 파는 집을 발견해서, 저녁은 두 종류의 만두를 사 와 삶아 먹었다. 내일은 가이드 시험일이라 자원봉사를 하루 쉰다. 오전에 한두 시간 시험을 치러 갔다 오면, 하루 종일 쉴 수 있다. 신난다!
어떤 사람들은 2주간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딱 하루만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다. 나처럼 무식하게 2주를 빡빡하게 잡았다는 사람은 없었다. 욕심 많은 나는 이 경기장도 가보고 싶고 저 경기장도 가보고 싶어서 너무 욕심을 부렸다. 자원봉사가 뭐라고, 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