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방랑이 지긋지긋해지는 거야?

by 김동해

여름 방학이 끝났다. 대만으로 돌아오느라 짐을 챙기고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가면서, 이 과정이 지긋지긋해서 이제 그만 빨리 졸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꿀떡같이 들었다.

'오! 나 드디어 해외 방랑이 지긋지긋해지는 거야?'

사실, 내가 싫어하는 것은 짐을 챙기고 비행기를 타러 공항까지 가는 일이 아니다. 그게 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싫은 것이다. 나는 비행기 타는 것이 너무 두렵다.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부터 나는 기도를 한다.

'하늘님, 오늘도 안전한 비행이 되도록 보살펴주세요!'

비행기가 조금만 흔들리면 두 손을 더 꼭 부여잡고 어깨는 긴장으로 굳은 채로 더 간절히 기도한다.

'빨리 졸업해서 다시는 비행기 안 탈 거야!'

그래, 빨리 졸업하는 거다.

박사 장학금은 4년 동안 주기 때문에, 내게는 아직 2학기가 남은 것이지만, 마지막 학기 장학금을 포기하고, 그냥 빨리 이번 학기에 졸업을 해버리겠다는 결심이 서는 것이 어째 대견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대만에 도착하자마자 그 결심은 조금 흔들리고 말았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 건물로 들어가기 위해 탑승교를 걸을 때 느껴지는 습기가 '아, 대만에 왔구나'를 내 몸이 알겠는데, 그 습도가 너무도 편안하게 느껴지며, '그렇게 서둘러 졸업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슬쩍 올라오는 것이다.

입국심사대를 통과하고 짐을 찾아 나오면서 나는 점점 몽글몽글 생기 있어지며, 빨리 졸업하고 돌아가겠다는 결심은 대략 흔들리고 말았다.

'이렇게 편한데 뭐 하러 서둘러 가겠다는 거야?'

다음 날, 냉장고에 먹을 것을 사넣고, 바닥난 목욕용품들을 사고, 핸드폰을 쓸 수 있게 돈을 충전하고, 방학 동안 들어온 장학금이 쌓여 지금은 얼마나 모였나 통장을 찍어보고, 방학 중에 보자고 연락이 와서 개학 때로 미뤄둔 친구와 점심을 먹고 하느라 하루 종일 햇볕 속을 걸어 다니면서 나는 대만이 너무 편안한 것이다. 아무도 나를 모른다는 것의 익명성이 주는 자유로운 느낌이 너무 좋은데, 나 서둘러 졸업을 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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