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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Feb 12. 2018

이제 그만 정신차려, 이 친구야.

신경 끄기의 기술 - 마크 맨슨 

 

 

 오늘도 내 머리는 '지'혼자 바쁘다. 

 가끔은 머리가 터질 것만도 같다. '지' 혼자 만들어낸 벽에 부딪쳤다가, 무너졌다가, 또 뭔가를 그렸다가, 지웠다가, 이랬다가, 저랬다가 마음껏 '지'혼자 난리 법석이다. 몸은 하나도 따라주지 않으면서 머릿속에서는 벌써 하나의 문명이 건설되었다가 사그러졌다. 그만큼 막대한 시간을 '지'혼자 보낸다. 요즘 같은 때는 더욱 그런 것 같다. 세상은 너무나 어지러이 돌아가고 엄청나게 많은 정보들이 쏟아진다. 눈과 손가락은 매일 바쁘다. 정보를 습득하는 뇌는 더욱 그렇다. 

 어떤 연구지를 보았는데, 현대인의 뇌는 이제 아마도 저장하기를 그만두었단다. 머리에 저장해야 할 것들은 이미 다른 어딘가에 고이 잘 모셔두고 손가락만 톡톡하면 바로바로 불러와지니 말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친구 집 번호 정도는 늘 외우고 다녔던 것 같은데 이제는 집 전화조차 없는 세대가 많다. 그러다 보니 뇌는 혼란 속이다. 그 사이에서 생각의 끈을 붙잡는 것도 힘들지만 우리는 너무 '시 잘데기'없는 생각들에 힘을 쏟는다.

 아마도, 그렇기에 이 책 <신경 끄기의 기술>이 hot 한가 보다. 타이틀만 봐도 통쾌하지 않는가? 신경 안 써도 되니 살고 싶은 대로 살아 같지 않은가? 강렬한 주황빛 표지와 그 타이틀에 매혹적으로 이끌려 읽어낸 마크 맨슨의 사상은 나름 즐거운 신선함을 주고 있다.

 책의 핵심은 111p에 나와있다.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5가지 가치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첫 번째 강한 책임감
 두 번째 나의 믿음을 맹신하지 않을 것
 세 번째 실패
 네 번째 거절
 다섯 번째 내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숙고할 것. 

 이 111p 전까지는 가히 촌철살인이다. 하나하나 잔뜩 가시를 품고 우리를 비판하고 있으나 그 가시가 마냥 밉지만은 않다.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었는지를 고민하게 만들고 왜 그렇게 살았었는지 되돌아보게 하며 그렇다면 이제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지를 궁금하게 만든다. 그 이후에도 촌철살인은 이어지나 책의 요지대로 마크 맨슨의 생각과 그에 대한 공감이 자연스럽게 납득된다. 




 책 속에서 개인적으로 크게 느낀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아주 놀라운 사실인데, 우리는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너무나 놀랍게 느껴졌다. 나라는 인간은 죽어가고 있다. 내가 그렇게 전전긍긍 머리 싸매고 살아가는 이 시간도 결국은 그 끝이 있다. 죽음이라는 끝이 있다. 책을 덮고 지금까지 한 번씩이 명백한 사실이 가끔 내가 또 '시 잘데기' 없이 '지'혼자 상상하고 있는 걱정과 고민들 가운데 튀어나와 모든 것을 중재하고 덮어 놓는다. 그리고 오늘 이 시간의 귀함을 깨닫게 만든다. 

 당신은 오늘도 참 잘 죽어가고 있는가? 
 역설적인 말이지만 나는 잘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말보다 더욱 충격적이며 더욱 깊이 생각해보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오늘도 참 잘 죽어가고 있는가?




 두 번째는 바로 고통을 피하지 않는 법이다. 나이가 어느 정도 차고 나서 본능적으로 안정적이고 편안한 길을 찾게 되었다. 도전의 칼날은 나날이 무뎌졌으며 차고 넘치는 열정에 비해 행동은 나긋하다. 그래놓고 또 혼자 한탄하고 하루를 보낸다. 그 반복의 삶 속에서 나는 다시 나를 돌아보게 됐다. 

 나는 아픈 것이 싫다. 모든 인간이 다 그러하겠지만 누가 나를 낭떠러지로 밀어 트리지 않는 한, 나는 아픈 상황들을 피하고자 할 것이다. 내 스스로의 선택이 이러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아픈 것이 싫어서 결국은 하지 않았다는 것을 납득하지 않고 왜 하지 못했냐고 자신을 다그치지 말아야 한다. 결국은 내가 만든 나의 스트레스가 나의 죽음을 더욱 앞당길 뿐이다. 그것은 잘 죽어가는 과정이 결코 아니다. 

 내가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안 하는 이유, 먹는 게 좋고 안 먹는 건 괴로우니까. 내가 몸짱이 되지 못하는 이유, 운동하기 귀찮고 힘드니까, 내가 금연을 못하는 이유, 담배의 유혹에 이기기 힘드니까, 그 각종 이유와 변명과 핑계들의 속에는 견디기 힘들어하는 내가 있다. 고통을 겪고 싶지 않은 내가 있다. 그리고 그것의 반복은 나를 점점 일반적인 길로 접어들게 한다. 마음속으로, 머릿속으로는 그렇게 성공하고 싶다 외치면서도 고통은 전혀 참지도 못하고 선택하지도 못하는 사람으로 변해버린다. 

 고통을 이겨야 한다. 고통을 직면해야 한다. 내가 하는 선택에 쉬운 길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꽃길? 꽃길을 밟으려면 밭부터 갈아야 한다. 거름도 줘야 하고 매일매일 내 텃밭의 상태를 확인하려는 수고도 있어야 한다. 물도 주고 살뜰히 보살피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 노력과 인내의 시간 끝에 아름다운 꽃은 핀다. 꽃길만 봐서는 너무나 아름답지만 당신이 그 길을 걷고 싶다면 자신의 밭부터 갈아야 한다는 사실을 회피해서는 안된다. 삽질조차 하지 않았으면서 남이 만든 길을 부러워해서는 안된다. 



 

 매력적이고 재밌는 책이었다.
 머리를 한번 시원하게 씻어준 기분이랄까? 읽는 동안 많이 놀라고 또 깨달았다. 내가 살아가면서 피했던 것들을 다시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오래간만에 '사이다' 같은 책을 만나서 기쁘다. 행복했다. 당신에게도 권하고 싶다. 머릿속에 어지러이 펼쳐진 도움도 되지 않는 레지스트리 들을 싹 끌어모아 휴지통으로 밀어 넣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을 펼쳐 보라. 조금이나마 편안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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