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죄와 벌>
파괴왕이라 불리는 이가 있다. 그가 닿는 손길 마다 하나 둘씩 소위 ‘파괴’된다. 파괴 파괴 능력자라도 된 마냥 그는 세상에 그렇게 ‘파괴왕 주호민’이라는 호칭을 남기며 여전히 그 족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주호민 작가가 내어 놓은 웹툰 ‘신과 함께’가 처음 영화화 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기대 반 염려 반이었다. 나 역시도 그랬다.
‘신과 함께’ 라는 웹툰은 사람이 죽으면 겪게 되는 지옥의 7관문을 소재로 인간세상에서 죽은 김자홍과 그를 변호하는 지옥 변호사 진기한의 7관문 돌파기를 그린 만화이다. 지옥도 현실에 맞게끔 근대화 되었고 49제가 지내지는 동안 김자홍을 환생시키는 것이 지옥 변호사 진기한의 목표이며 저승차사들이 겪는 일은 사실 부수적인 스토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영화는 초반에 모든 사람들이 기대하며 가상 캐스팅으로 열을 올렸던 ‘진기한’이라는 핵심 캐릭터를 배제하면서 비난을 얻기 시작했다. 웹툰 ‘신과 함께’의 심장과 같은 캐릭터를 영화화 하지 않는 다는 것에 의아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에 비해 다른 캐릭터들의 캐스팅 라인업은 정말 대단했지만 그래도 ‘진기한’의 공백은 기다리는 관객들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줄 수는 없었던 것 같다.
나는 단언컨대 이 영화를 꼭 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사실 ‘끔찍한 혼종’ 일줄 알았던 이 ‘신과 함께’라는 영화는
웹툰 ‘신과 함께’의 소재를 단순히 빌리기만 한 색다른 이야기의 영화이며
기대한 것 보다 이상의 감동을 선사한 재밌는 영화임이 분명하다.
내가 생각하기에 영화 <신과 함께>는 메인 스토리 라인이라는 사람에 ‘신과 함께’라는 옷을 입혀 놓은 것 같다. 스토리를 풀어내기 위해 필요한 소재를 ‘신과 함께’로 사용한 것이지 엄연히 들여다보면 웹툰과는 상이한 모습이 많이 보인다.
당연히 그 핵심에는 ‘진기한’이라는 캐릭터를 과감히 놓았다는 것이며 기본적인 캐릭터 설정에 변화도 많이 주었고 저승 7관문의 모습들과 그것을 지나는 과정들도 삭제된 부분이 많았다. 또한 웹툰에서는 부수적으로 진행되던 원귀에 대한 이야기도 영화 속 스토리에서 기가 막히게 엮어 내면서 오히려 저승의 김자홍 보다는 이승의 원귀인 김수홍의 이야기에 더 크게 공감되고 몰입이 되지 않았나 싶다.
사람들마다 이런 류의 영화를 볼 때면 가지는 견해들이 다른 것 같다. 원작을 영화화 했을 때 원작을 보고 영화를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원작을 보기 전에 영화를 보고 원작을 찾아보는 사람들. 아마 둘 다의 매력과 단점이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원작을 보기 전에 영화를 먼저 보는 편이다. 문학이라는 것은 상상을 기반으로 한다. 소설이든, 시든 간에 상상을 기반으로 하기에 나의 상황과 기분에 따라 같은 글을 다르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원작을 먼저 보게 되면 나만의 상상 속 세계에서 작품의 주인공이 그려지고 그 상황들이 그려진다. 나의 상상에는 제약이 없기에 여과 없이 모든 부분이 표현되고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물질적으로 그려내어 영상으로 담아내는 영화의 경우에는 글 속의 내용들을 표현하는데 제약이 따른다. 게다가 영화는 다른 누군가가 작품을 보고 그의 상상을 최대한 현실화 시킨 것이지 내 상상 속 상황들을 현실화 시킨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발견되는 영화와 원작의 괴리감이 싫어서 나는 영화를 먼저 보고 원작을 본다.
물론 영화를 먼저 보면 원작을 읽으며 영화의 장면들이 생각나 나의 상상을 방해하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이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신과 함께’ 라는 영화는 나의 평소 영화를 보는 습관에도 반하는 영화였고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작품이라는 기대감과 ‘진기한’이라는 캐릭터를 담지 못했다는 점에서 애초에 의리로 보는 영화라고 생각하게 만들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를 내게 있어 최고의 ‘반전’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나의 이런 마음을 완벽하게 돌려놓았고 또 나의 예상을 완벽하게 뒤바꿔 놓았기 때문에. 사실 낚였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신과 함께’라는 타이틀을 얹어 놓고 전혀 다른 감동을 주었으니 말이다. 혹, 봐야 할까 고민된다면 무조건 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지나친 CG나 스토리 라인에서 핵심을 맡고 있는 주연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력, 조금 과하게 쳐진 듯한 MSG적 요소들 까지 세밀하게 들여다봤을 때에는 이상한 부분이 참 많이 있지만 원작을 과감하게 버리고 세상의 비난 속에서도 뚝심있게 영화를 밀고 나갔고 개봉해 냈으며 예상치 못한 부분의 연결점들을 가지고 색다른 스토리로서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아마 주호민 작가도 이 영화에 적잖이 만족하지 않았을까? 현재 웹툰이 다시 연재 중에 있으니 본편이 궁금한 사람들도 참 많이 ‘신과 함께’를 찾지 않을까 싶다.
영화의 끝에 환생의 순간에서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옥의 마지막 목표가 환생이라면 우리는 과연 좋아해야 할 것인가?
영화 속의 해원맥이 이런 대사를 한다.
“나는 환생하면 재벌 2세로 태어날 거야. 대한민국에서는 그래야 살만하거든.”
환생을 한다 한 들 이 세상이 지옥이라면 우리는 무엇을 바라며 살아야 할까. 지옥에서 심성 곧게 살았다고 주는 큰 상이 환생이라면 과연 그것은 상일까? 과연. 그것은 상일까.
feat. 김큰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