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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Sep 13. 2018

'물괴'라는 '괴물'을 만나다

영화 <물괴>

 <물괴>가 개봉했다. 


 한국 영화사에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는 그리 많지 않다. 그만큼 비주류이기도 하고, 사실 기술적인 문제들도 없지 않은 것 같다. 모든 부분에 돈이 묶여 있겠지만 말이다. 무엇이 있을까 하고 생각해보면 꽤 정통 영화인 <용가리> 가 있다. 피식하고 웃음을 보이는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 뭐, 여하튼 사실은 사실이니까. 그뿐만 아니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한강의 괴물 이야기 영화 <괴물>이 있다. 이 영화에 부정적인 코멘트를 달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나 역시도 어렸을 때이긴 하지만 꽤 감명 깊게 보았고 그래픽의 적용도 당시의 기술력을 생각해 보면 나름 깔끔했던 것 같다. 그 이후에는 용가리 뒤를 이를 영화가 탄생했다. "디 워"라는 작품이다.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찍은 영화는 아니지만 심형래 감독이 만든 작품이며 나름 용가리의 계보를 잇는다고 봐도 되겠다. 평도 나쁜 편은 아니었고 엔딩 크래딧에 아리랑을 들으며 소위 "국뽕"에 취하기도 했다. 그다음 작품에서 폭 망해지만 않았어도 참 좋았을 텐데 말이다. 어떤 영화들이 더 있는지는 내 지식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결론적으로는 다른 장르에 비해 적다는 것이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이런 괴물이 사극에 접목된다는 것도 색다른 시도인 것 같다. 여러 기대감이 있었다. 물론 포스터를 보면서 약간, 주춤하긴 했지만 (나만 저들의 표정이 어색한가? 80년대 느낌은 왜 날까...)

 그래도 일단 보기로 다짐하고 영화관을 찾았다. 


 지금부터 내가 본 영화 <물괴>의 느낌을 여러분들께 알려드리고자 한다.


조선 명탐정의 향기가 나...


 나만 이렇게 느끼진 않았을 것 같다. 배우 김명민 씨는 참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그 매력을 드러낼 줄 아는 훌륭한 배우지만 우리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몇몇의 굵직한 느낌들이 있기 때문에 영화의 배역 속에서 간간이 모습들이 겹쳐 보이곤 한다. 첫 장면 배우 김인권 씨와의 투 샷에서부터 <조선 명탐정>의 향기가 났다. 그때의 악동 같던 모습들 때문에 진중하고 우직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윤겸"이라는 캐릭터가 다소 죽었지 않았나 싶다. 


 사실 김인권 씨가 가진 배우 자체의 느낌이 어찌 보면 조선 명탐정의 오달수 씨와 비슷하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나 싶다. 참, 이런 사실들 앞에서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연기가 나빴던 것은 아니다. 대체적으로 배우들의 연기는 일품이었다. 그래픽 덩어리가 실제로 눈앞에 보이는 것도 아닌데, 마치 보이는 양 열연을 펼쳐주었다. 혜리 씨의 연기도 기대를 했었는데 응팔만큼의 시너지는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다소 어색했고 목소리 톤이나 움직임 등도 썩 영화와 일치되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조선 명탐정>이라는 영화가 나오기 전이었다면 보다 더 몰입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자꾸만 그때의 유쾌한 모습들이 나의 시야에 아른거려서 수색대장으로서 열 일하는 "윤겸"의 색깔은 온전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아쉽다.


그렇다고 스토리와 그 흐름이 탄탄했던 것은 아니야.


 제목이 <물괴>여서 그런지 몰라도 영화 <괴물>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많은 흥미와 재미를, 그리고 감동을 선사했던 영화다. 사실적인 표현과 적당한 그래픽들이 만났고 배우들의 열연이 일품이었다. 스토리도 나쁘진 않았던 것 같다. 괴물이 탄생할 가능성을 놓고 보자면 허무맹랑한 접근일 수 있으나 그래도,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그렇다면 <물괴>는 어떤가? 처음에는 물괴라 하여 물속에서 등장하는 괴물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한문적으로 해석했을 때 "뭐라 정의 내릴 수 없는 괴수, 본적 없는 괴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조선왕조 실록에 실려 있는 사실을 두고 접근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왕이 경복궁을 3년이나 비웠을 정도면 꽤나 큰, 또 괴이한 일이 있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단순히 괴물의 등장만을 가지고 상상하여 만들어진 스토리는 다소 억지스러운 점도 많았고 아쉬운 점도 많았던 것 같다. 사극이기에 역사적인 부분도 드러내야 했고 도전적인 부분도 많았겠지만 여러 복합적인 고민들이 효과적인 결과로 드러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특히나 결말 부분이 제일 아쉬웠다. 이렇게 끝내야 했나? 굳이?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던졌던 것 같다. 해피 엔딩 만이 늘 즐거움을 남기지는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물괴>는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도전이다. 무엇보다 사극으로서 과거의 어떤 괴물 즉, 크리처를 상상으로 표현하고 제작해 낸다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일이다. CG부터 시작해서 개연성이나 관객들에게 납득시켜야 할 부분들, 그뿐만 아니라 없는 것을 있다 여기며 주야장천 연기해야 하는 배우들, 어느 정도의 사실성을 보장해야 하는 것들까지 고민 속에서 영화는 제작되었을 것이다. 


 색다름을 추구하지 않고 단순히 상업적이며 수익성 높을 만한 장르에 작품들을 찍어내는 요즘의 영화계에서 <물괴>는 새로운 바람이자 작품적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재미가 전혀 없다고는 못하겠다. 몰입이 다소 떨어지기도 하고 스토리의 연계성이 떨어져 중간중간호흡이 늦춰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신선했고 눈은 즐거웠다. (사실 왜 두 주연의 액션 신을 그렇게 정신없이 찍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긴 하다. 멋있었는데 말이다.)


다음에는 이런 도전적인 작품들이 더 드러났으면 좋겠다. 돈이 되지 않아도 새로운 시도들을 통해서 한국 영화가 더욱 다양한 색깔들을 보유하기를 바란다. 드문드문 등장하는 이러한 장르들이 대박을 치면야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이런 시도들이 자칫 고여 썩을 수 있는 작은 호수에 신선한 순환을 주리라 믿는다. 


feat. 김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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