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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Oct 04. 2018

아싸(?)는 아싸(?)를 알아보는 법

영화 <베놈>

 글의 제목이 좀 자극적일지 모르겠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주인공인 "에디 브록"과 "베놈"을 연결 지을 문장을 생각하다 보니 나온 비유다. 이 문장에는 조금 아쉬운 나의 마음도 들어있다. 


 여러분은 이 영화 "베놈"을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다. 마블의 세계관을 잘 아시거나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계신 분들에게는 "베놈"이라는 캐릭터가 보다 더 깊게 다가왔을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베놈"이라는 캐릭터를 스파이더맨을 통해서 기억하고 있다. 당시 스파이더맨을 궁지까지 몰아넣었던 악당이었고 또한 소리에 민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에 개봉한 베놈은 스파이더맨과는 다른 방향으로, 또한 다른 배우로서 찾아온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기대가 많았다. 사실 마블과 관련된 영화는 무조건 챙겨 보는 것이 조건이 되어버린 나 같은 영화광에게는 피할 수 없는 작품이기도 했다. 그리고 굉장히 재밌게 봤다. 그러나 분명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이런 이야기들을 여러분과 나눠보고자 한다. 


 여러분은 이 영화 어떻게 보셨는가?



"톰 하디" 하면 떠오른 작품. 개인적으로는 <매드 맥스> 그리고 떠오르는 것은 그의 표정이다. "톰 하디"는 상당히 매력적인 배우고 굉장히 색깔 있는 배우이다. 그가 흡입할 수 있는 작품이 있고 그렇지 못한 작품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배역이 그에게 맞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초반부에 보이는 주인공 "에디 브록"은 "톰 하디"라는 배우에게 맞지 않는 옷 같았다.


 표정과 연기가 좀 어색했고 그의 평소 작품들과는 사뭇 달랐던 것 같다. 그러나 점점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그래 결국은 "톰 하디" 밖에 할 수 없는 역할이구나 싶었다. 마치 "데드풀"의 "라이언 레이놀즈"처럼 "베놈"에는 "톰 하디"가 제격이었다. "베놈"과의 갈등 속에서 그의 색깔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역동적인 표정 연기와 뻔뻔한 모습들, 당황과 억울함 여러 복합적인 감정들이 부딪치는 순간들을 너무나 잘 표현해 냈으며 얼굴과 액션들 속에 고스란히 담겼던 것 같다.


 그렇기에 배우 선택에 대해서는 굉장히 만족했다. 따지고 보면 마블과 관련된 영화들은 대개 배우 선택을 잘 해낸 편이다. 보편적으로 이 캐릭터 하면 이 배우! 가 딱 떠오르니 말이다. 그만큼 훌륭한 자질을 가진 배우들이었기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욕심을 부리지 않고 명확하게 선택할 줄 아는 안목 역시 후한 값을 주고 싶다.


 

 일단! 지루하진 않다.


 흥미롭고 재밌다. 통쾌하고 멋지다. 자동차 액션신이 꽤 긴 편인데 수도 없이 부서지고 박살 나며 "베놈"이 날뛰는 순간에 나의 심장도 함께 날뛴다. 애초에 "베놈"이라는 캐릭터가 가지는 성향이 선과 악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빌런 히어로인데 중반부까지는 납득이 갔다. "에디 브록"의 몸을 통해서 그와 갈등하며 서로가 서로의 주권을 위해서 다투는 모습들이 꽤나 볼만하다. 


 스파이더맨에서 바라봤던 "베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긴 하지만 외계 생명체로 지구에 떨어져서 "에디 브록"을 만나기까지의 과정과 그 이후의 전개들이 괜찮았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전반적으로 쌓아놓은 공든 탑을 무너트리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빌런 히어로가 점점 성스러운 빛을 맞았는지 정화되어 갔다. 뜬금없이 인간 남캐도 잘 못하는 연애 상담을 해주질 않나, X여친과의 관계 회복을 응원하질 않나, 납득되지 않는 이유로 "에디 브록"을 감싸기 시작한다. 


 결론적으로 가장 어처구니없었던 것은 지구를 탈출해 수백만의 동족들을 데리고 오고자 했던 마지막 동족을 막은 이유였는데 사실 "베놈"은 동족들 사이에서 찐따(?) 즉, 아싸였던 것이다. "베놈"의 눈으로 봤을 때 주인공인 "에디 브록"도 별 반찬은 인물이었고 지구에 오고 보니 자기가 먹이사슬의 최강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동족들이 지구로 오면 백 프로 다시 아싸로 돌아갈 것을 생각해서 절대 결사반대를 하고 나선 것이다. "에디, 네가 나를 바꾼 거야"라고 말하는데 이 대사도 좀 생각해보면 "베놈"이 에디를 팩트 폭행하는 대사라고 할 수 있다. "에디, 네가 찌질해서 동질감 느껴, 함께 힘내보자." 이 말이랑 뭐가 다르단 말인가?


 결국은 이 묘한 동질감이 서로를 끈끈하게 만들어서 나중에는 완벽한 친구가 된 그들을 만날 수 있다. 

잠깐 사이에 맺어진 아싸들의 인연이 생명을 바쳐 지켜줄 만큼의 우정을 만들었다. 빌런... 히어로라면서 말이다.


 외향적인 모습과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배우들과 액션까지 모두 좋았다. 내 시간은 완벽하게 영화 속으로 빨려 들었고 즐겁고 흥미로웠다. 그러나 "베놈"이 "베놈"으로서 보여줘야만 했던 모습들은 많이 사라졌고 그 캐릭터의 느낌 역시 후반 부로 갈수록 기진맥진했던 것 같다. 추후에 마블에서 "베놈"이 등장할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모습은 아니기를 조금은 바라본다. 


 여러모로 삭제된 장면이 많다고 들었다. "베놈"자체의 잔혹성을 표현하기 위해 넣은 장면이 청불에서 단계를 내리기 위해서, 심의를 통과하기 위해서 빠졌다고 하는데 이 부분이 앞서 말한 캐릭터성을 상하게 한 것은 아닌가 싶다. 내가 아는 "베놈"은 더 잔혹했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정말 마블에 등장할 때는 적어도 캡틴 아메리카의 팔 한쪽은 씹어 드시고 자기 마음대로 아군도 됐다가 적군도 됐다가 하는 중구난방 애물단지 아웃 오브 컨트롤 빌런 히어로가 돼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해 보니 정말 쓰레기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뭐 여하튼, "베놈"이 언젠가 진정한 "베놈"으로 스크린에 당당히 그 포악한 느낌을 비추기를 바라며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보고자 한다.


 feat. 김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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