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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Feb 02. 2019

고요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

혜민 스님 /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노라조의 노래 중에 <형>이라는 노래가 있다. 

그 안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울어라, 젊은 인생아. 져도 괜찮아, 넘어지면 어때. 

살다 보면 살아가다 보면 웃고 떠들며 이 날을 다 추억할 테니


절절한 울림과 함께 전달되는 진정성 있는 가사는 늘 마음 한편을 아리게 한다. 

언젠가 이 고통스러운 날들을 추억하게 된다는데, 어린 나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았던 노래였지만

어느새 성인이 되고 나니, 그랬다. 힘들고 지치는 날 들일수록 그날을 함께 보냈던 사람들과 훗날의 안주거리기되곤 했다.


웃으며 그날 진짜 힘들지 않았냐고 부딪치는 잔에 훌훌 털어 넘겼다. 

혹은 혼자서 그날들을 회상한다.

그냥 그때의 내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그날의 나를 통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이 되었는지를 추억한다.

진짜, 그날들이 추억이 된다. 



현대인들의 고질적인 병이 있다. 

안된다, 힘들다 병이다. 뭐, 그것이 우리가 걸리고 싶어서 걸린 병이겠는가. 철 지난 감기처럼 시도 때도 없이 나를 찾아와 나의 삶을 송두리째 바닥으로 밀어 넣는다. 많은 일들이 얽혀서 더 큰 짐 덩어리들을 만들어 내면 우리는 한도 끝도 없는 고난 속으로 떨어져 버린다. 사회를 비난하기도 하고 환경을 비난하기도 한다만 그런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술이나 담배는 더욱 그렇다. 


그럴 때면 나는, 나를 찾는다. 

내가 삶에서 얻는 한가지 커다란 지혜는, 내가 해결하지 않고 내가 한걸음 걷지 않으면 누구도 이 모든 일들을 해소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감기도 내가 이기려는 의지가 필요한 것처럼, 또 약을 찾고 병원을 가는 행동이 필요한 것처럼 낙심하고 두려워 자신을 감추는 시간이 더 커지면 커질수록 이 문제들은 더 큰 파도가 되어 나를 휩쓸 때가 많다. 결론은 "나"로 나게 된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안된다, 힘들다 병에 걸리게 되면 "내"가 잊힌다. 다른 것이 나를 위로해주기를 바라고, 나에게 위로가 되는 다른 것들을 찾으며 현재의 문제들은 내 삶에서 블라인드 되어 내가 애써 잊고 뒤로 미뤄버린다. 멋진 명언들, 모두 다 알고 있는데 이를테면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된다."라든지, "오늘 일은 오늘 끝내자."라든지. 하지만 요즘은 "오늘 일은 내일의 나에게 맡기자"라고 바뀌었다나? 내일의 내가 몽둥이 들고 서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이 안된다, 힘들다 병을 이기고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혜민 스님은 고요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현대인들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그의 방식대로 따뜻하게 감싸주며 공감한다. 파스텔 톤의 아름다운 그림들이  글들 사이를 채워주고 그림 속을 조금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묘한 안정감을 준다. 책의 구성도 마음에 쏙 든다. 책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찬찬히 읽어 내려갈 수 있도록 긴 글과 단문들을 잘 조합했다. 2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읽는 것은 금방이다. 그러나 결코 쉽게 읽을 만한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책을 손에 든 사람들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고요라는 것이 우리네 삶에서는 마주하기 힘들 것이다. 정말 힘들다.

손만 뻗으면 보이는 것이 세상의 즐거움들이고 귀가 달린 우리에게는 시도 때도 없이 별의별 유혹들이 찾아온다. 


오해하지 마시라. 남들 다 가는 혼자 여행 속에서 고요를 찾겠다는 것은 허황된 마음이다. 

혼자 여행도 옛말이다. 요즘 혼자 여행은 청춘이면 꼭 가봐야 하는 워너비가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혼자의 여행은 진짜, 스스로의 동기에 의해서, 내가 나를 찾아야겠다는 결단 속에서 고요를 향해 나아가는 적막한 걸음이다만 세상만사에 혼자 여행 가겠다고 떠들고 SNS에 인생 샷 건지겠다고 셔터를 수백 번 눌러대며 청승맞게 감성 글들을 남겨 나는 이런 나이스 한 삶을 누리는 행복 속에 있다고 번지르르하게 광고하는 행위로 많이들 변질된 것 같아서 아쉽다.(아닌 분들도 분명 계시겠지만...)



나의 삶이 분주할 때.

어지러워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을 때, 길이 보이지 않고 답답할 때.

이것이 진정 나의 길이 맞는가라고 진짜 숨 막혀서 죽을 것만 같을 때.

그때의 그 느낌들이 나를 휘어 감는다면 현실 속에 서있는 나의 모습을 현실의 눈으로 분석하고 스스로 "자아"가 동의하지 못하는 결론을 지어서 또다시 어기적 어기적 삶을 살아가지 말고 일주일 이든 한 달이든 나에게 시간을 주어 진짜 고요 속을 경험해보자. 


그렇다면 그 속에서 "내"가 밝아질 거라고 나는 믿는다.  

그것이 혜민 스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싶으셨던 부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김제동 씨가 모 프로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내가 나를 친구처럼 대해 줄 때 그것이 바로 나의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의 진정한 친구는 누구인가. 

인생에 진정한 친구가, 동료가 10명 정도 있으면 성공했다고 하는데 나는 그 말에 완전히 동의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이 하나가 빠졌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진정한 동료로, 인생의 동반자로 여겨줄 때 그 삶이 반드시 성공한다고 생각한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울지 않는다는 캔디의 노래도 어쩌면, 캔디가 캔디 자신과 함께 했기 때문은 아닐까. 



삶이 적적할 때면 다시 이 책을 찾을 것 같다. 

혜민 스님의 따뜻한 말들을 나와 함께 읽으며 내가 원하는 고요 속으로 다시 들어가 보련다. 

그럼 결국 밝아지는 것들 속에 있는 나를 발견할 테니 말이다. 

feat. 김 큰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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