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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Dec 08. 2016

결국은 국민이다.

영화 < 판도라 >

대한민국이 뒤숭숭한 이때 마치 그를 저격한 듯이 나타난 영화 <판도라>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 국가로 꼽히는 이 나라, 대한민국에서 민감한 주제일 수도 있는 지진에 의한 원전 사고를 바탕으로 현시대의 정치 국정 운영과 사고 조사 등 그 전반의 모든 것을 꼬집는 영화이며 그 내면에는 세월호의 원활치 못한 대응에 대한 비판도 서려있는 듯하다.

 영화는 길다. 130분이 넘는 러닝타임은 끝내 답답함을 가슴에 안고 밖으로 나가게 만들었다. 도대체 무엇이 답답한 가에 대한 답변을 하자면 영화의 소재 자체가 뒷걸음질 칠 수 없는, 도망칠 공간조차 없는 절벽 끝에서 건져 왔기 때문이다. 세월호는 분명 빠르고 남다른 대처가 있었다면 충분히 인명 손실을 막을 수 있는 사건이었지만 원전 폭발 사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영화 흐름상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대통령의 인지 자체가 늦은 부분도 문제가 있지만 이 전반적인 부분을 초반에 진두지휘하던 총리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만약 총리의 말 대로 제때 '벤트'를 실시했다면 원전은 터졌을까? 그는 이야기한다 


 "만 삼천 명의 목숨을 살리려다가 5천만 국민들이 전부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은 답변한다. 


"저에겐 만 삼천 명의 목숨을 좌지 우지 할 권리가 없습니다. "



그렇기 때문에 답답하다. 누구를 크게 비난할 수도 없다. 물론 사태가 이렇게 번진 그 내막에는 날림 공사 및 원전 소장의 경고를 무시한 회사와 그 모든 사실을 이제까지 은폐한 정부 관료들의 썩은 정신 상태가 있었지만 결국 그 모든 부분을 해결하고자 할 때 끝까지 자신의 이익을 지키고자 했던 원전 관계 회사 사장을 제외하고는 다들 원전 사태를 막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다만 그 대상이 누구에게도 죽음의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대통령과 그보다 더 큰 나라의 안정을 바라보는 총리의 대립이 있을 뿐이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둘의 의견에 모두 동의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안타까움과 답답함이 밀려온다.

 신은 우리에게 강력하고 효율적인 에너지를 주셨지만 그에 대한 책임 역시 주셨다. 우리나라는 원전이 세계 국가 중에서 가장 많이 밀집해 있는 나라이기도 하며 엔딩 크래딧에서는 추가적으로 더 건설할 계획이 있다고도 한다. 우리는 이미 체르노빌과 최근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통해서 원전의 폭발이 불러오는 재앙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를 표면적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 보다 직접적으로 그 여파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됐다. 원전 폭발은 말 그대로 지옥 그 자체다. 



이런 희망도 없고 가망도 없는 곳에서 희망과 가망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있다. 체르노빌에서도 있었고 후쿠시마에서도 있었으며 가깝게는 우리 세월호 참사 때도 있었다. 그것은 정부 그 누구도 아닌 그저 국민이었다. 

 영화에서도 원전에서 근무하던 단순노동자들이 주를 이룬다. 원전의 최초 폭발 이후 넘치는 방사능 사이에서도 누구보다 먼저 발 빠르게 사람들을 구하러 뛰어다닌 남자들은 소장과 장재혁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소임을 다 하기 위해 뛰어드는 소방관들과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한 의사들, 간호사들이었다. 

높으신 양반들은 이미 도망갔다. 원전 전체를 총괄하는 자리에 올라온 사내는 이미 내빼 버렸고 정치 관계자들은 지휘 통제부에서 상황 보고만 받을 뿐이다. 그 사태를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건 책임에 대한 대가로 수도 없이 많은 돈을 받아왔던 고위 관료들이 아니라 책임에 압박을 받던 그저 국민들이었다.



 세상 살아가는 것이 빌어먹을 만큼 힘들고 꿈 따위는 어디에 던져 버렸는지 몰라도, 그런 삶을 그저 내 팔자다 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런 국민들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고 그 공동체를 국가라는 울타리에 종속시킨 것뿐이었다. 그 국가를 책임지는 사람들이 점점 그 책임을 부정하고 도망쳐도 결국 내가 살 곳이 이 땅이기에 움직일 사람은 그들, 아니 우리들 밖에 없는 것이다.

 이 땅에서 내가 나고, 내가 자랐고 내 아내가 살고 내 아이가 살며 내 가족이 살기에 어쩔 수 없이 지켜내야만 하는 그 책임을 결국은 우리가 지고 있는 것이다.

 강재혁이 마지막에 폭파하러 홀로 남으며 가족에게 마지막 말을 전한다. 담담하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다가 무너져 내리는 심정을 감추지 못하며 왜 내가 이렇게 죽어야 하는지에 대한 울분을 토해낸다. 그러나 그가 그 스스로 알고 있는 이 말도 안 되는 희생을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 땅에, 이 나라에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힘들다. 리더의 부재가 나라를 들끓게 했다. 아직 어떤 것도 결정되지 않는 혼란 속에서 그 책임의 부재 속에서, 나는 이 영화가 이 시국에 정치인들을 겨냥한 영화 라기보다는 대한민국은 국민의 나라라는 것을 강조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수도 없이 많은 열사들과 지사들에 의해서 증명되어 온 것이며 국가의 재난 속에서도 지켜낼 사람은 국민뿐이라는 것을 강조했다고 생각한다. 


"강재혁, 사느라고 욕봤다."


 죽음 직전 그의 애절한 한 마디를 
 오늘도 사느라고 욕보는 그대, 우리, 그리고 나에게 돌려주고 싶다. 

 지금 이 시대가 혼란스럽고 파국에 치달을지라도 대한민국을 지키고 있는 것은 그대, 우리, 그리고 나라는 것을. 잊지 말자.


feat. 김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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