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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Oct 01. 2019

무비딕 프리뷰 :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김큰별의 영화 이야기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든 어떤 구조물 말고 자연 그대로 그곳에 오래 버티고 있었던 것들은 한 번씩 시간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인간사는 다사다난해서 지구라는 행성에 인간이 최상위 포식자로서 군림하게 된 이후에 많은 것들이 무너지고 공격당하고 갈아치워지고 그 위에 다시 세워지기를 반복했다. 



오히려 몇 천년동안 미지의 세계로 남았다고 하는 것이 더 어색할 만큼 말이다. 

이런 이야기를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이라는 영화 이야기에서 굳이 왜 하느냐고 묻는다면 장사리 해변의 파도가 계속해서 여운으로 내 마음에 남기 때문이다. 



그날의 장사리 해변도, 지금의 장사리 해변도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다. 



그날의 장사리에는 학도병들의 검은 모자와 핏방울들이 파도 쳤다면 지금은 그저 묵묵히 바다의 울림을 전달하고 있을 테지만 말이다. 그날의 파도를 기억하는 학도의용군의 어르신들이 얼마나 남아 계실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치열한 전투 현장에 다시 방문한다면 어떤 느낌이 들지 감히 생각해본다.




6.25 전쟁의 여운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나라는 정권의 반복마다 북한과의 관계를 차갑게도 따듯하게도 만들지만 이제 반백년이 훌쩍 넘는 시간동안 단 한 번도 편안하게 DMZ를 바라볼 수 없게 했다. 이념의 대립을 통해 시대의 흐름 속에서 발생한 잔인한 도륙의 현장은 그쪽도 또, 이쪽도 씻을 수 없는 상처들을 많이 남겼다. 



전세는 극한의 상황을 거듭했다. 이 좁은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은 부산 언저리까지 남겨졌다가 북한의 북쪽 끝까지 치고 올라갔었다. 그곳에서 다시 밀려 내려와 허리에서 힘 싸움을 계속했다. 영화 속 이 대위의 대사처럼 “살아남았다면 멋진 삶을 살았을 청춘들”이 참 많이도 3년간 목숨을 잃었다. 



소용돌이 속에서 징집된 청춘들에게 이념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내 가족, 내 형제, 내 친구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의 연속을 할 뿐. 영화 속에서도 이런 장면들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 전쟁 속에서 다른 진영의 옷을 입고 만나는 가족, 오빠를 대신해서 총을 들고 나온 여동생. 전투에 임하는 목적에 이미 이념은 없어진지 오래다.




목숨에 경중이 없다지만 이 영화는 청춘들 중에도 아직은 어린 “청춘들”을 이야기 하고 있다. 영화가 끝나고 길을 걸으며 보이는 지금의 학생들을 바라본다. 누군가는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툴툴 거릴 거고 누군가는 오늘 밤 게임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생각에 들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미래를 꿈꾸며 잠에 들 것이고 누군가는 오늘 저녁에 부모님과 함께 한 약속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날의 어린 “청춘들”이 지켜낸 오늘 속에 이날의 어린 “청춘들”이 꿈을 꾸고 있다. 



러닝타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해서 좋았다.

전투 장면의 연출이나 극적인 흐름이 부족해도 상관없었다. 전쟁 속에 실제 인물들간의 갈등을 심각하게 조장하지 않아서 좋았다. 그저 얽혀 있는 관계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뻔한 클리셰라고 할 수 있는 엔딩이었고 배우 권상우과 가수 탑이 함께 그려낸 영화 <포화 속으로>와 비슷한 엔딩이어서 섭섭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뭐 어떤가, 영화가 전달해주고 싶었던 내용들과 감동을 최선을 다해 그려냈다고 해주고 싶다.




내 리뷰가 분석을 위한 글이 아니라 내 생각을 그저 담고 싶기에 적은 것처럼 내 생각에 이 영화는 평가 자체가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역사를 짊어졌던 세대들은 시간의 힘 앞에서 천천히 노쇠해져가고 역사는 그들의 숨소리와 함께 잠잠해지려고 한다.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고 새로운 역사를 짊어진 우리가 이전의 역사를 무겁다고 내려놓는 오만함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언제나 이런 영화는 환영이다. 역사적 왜곡에 젖어들지 않고 담백하게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면 말이다. 



영화의 이 대위는 그의 생에 전부를 이날의 “청춘들”에게 군번을 부여해주기 위해 바쳤다고 한다. 그가 문산호 안에서 출정식을 하며 학도병들에게 약속한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기억 되야 마땅한 “잊혀 져서는 안 되는 영웅”들이기 때문이다. 철제로 찍혀진 군번줄이, 그 속에 일련번호가 그들의 삶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 대한민국의 땅에 살아가는 우리들의 호흡이 그들을 증명했으면 좋겠다.




장사리 해변은 오늘도 조용할 것이다.

그날의 포화는 파도 속으로 삼켜 놓고 바다 속 어딘가에 몇몇의 학생모가 어느 물고기의 쉼터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연은 묵묵히 시간에 따라 하루를 보내지만 그 속에 남아 있는 멈춰진 그들의 삶은 우리가 오늘을 통해 살아 냈으면 좋겠다. 



기회가 된다면 장사 해변에서 사진을 한 장 담아오고 싶다. 

그들이 지켜낸 오늘의 사진을 말이다. 



김큰별의 무비딕 프리뷰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여기서 마무리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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