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난다는 말이 참 매력적이다.
단 한순간도 달아나지 않고 맞섰던 나에게는 더욱 그렇다.
나도 많은 게임을 해왔지만 게임에서 늘 나의 역할은 “탱커”였다.
“탱커”란 아군들을 든든히 막아주고 지원해주는 핵심적인 역할로 많은 사람들이 크게 즐겨하지 않는 직종이다. 사회로 따지면 3D 직종의 최강군이라고 하겠다. 이 분야가 힘든 이유는 바로 잘해야 본전이기 때문이고 결코 혼자서 무언가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기본적으로 때리는 것에 특화된 직군들 앞에서는 맥을 추릴 수 없다. 태생 자체가 몸으로 두들겨 맞고 아군들을 보호하며 막아주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탱커”는 달아날 수 없다.
내 인생도 그와 비슷해서 인지 달아나는 것을 싫어했다.
이 마음이 어떻게든 되겠지로 마무리 지어지기 까지 오래 걸렸다.
뿌리 깊은 나무는 어떤 상황에도 굳건하지만 거센 태풍에 뿌리째 뽑힌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유연한 갈대는 그 흐름에 몸을 맡긴단다.
달아난다는 것은 이런 것 같다.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노리는 것.
병법서에 패주하는 것이 유익하다면 그렇게 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영원한 패배자로 남으라는 것이 아니라 뒤로 물러서서 다시 한 번 한발 딛으라는 말일 것이다.
어렸을 적 자주 보던 레슬링 경기의 경기장이 떠올랐다. 경기장의 네 분면은 모두 인장력이 강한 고무재질로 되어 있어서 레슬링 선수들이 이를 이용해 다양한 전략을 짤 수 있었다. “로프 반동”이라는 반동을 이용하여 튀어나가는 힘으로 상대를 더욱 강하게 밀어 붙일 수 있었다. 달아나는 것은 이 “로프 반동”과 같을 것이라.
어떻게든 되겠지가 결국는 된다라고 은연중에 결론을 맺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손 쓸 수 없는 환경에서 무리하게 무언가를 하려 강하게 부딪치면 내가 가진 밑천을 전부 드러내고 쓰러질 뿐이다. 조금 물러서면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볼 수 있다.
내 등 뒤를 밀어주는 로프가 잡힐 수도 있고 물러선 한보가 디딤발이 될 수도 있다.
당장에 튕겨져 돌격 앞으로를 외치지 않아도
나의 충분한 휴식이 또 하나의 승리를 향한 귀한 시간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라.
인정 하는게 인생 “탱커”였던 나에게는 빌어먹게도 어려웠지만
지금은 이제 인정한다. 할 수 없네. 너 이 자식아, 다음에 또 보자.
쿨하게 돌아서면 그만이다.
그러나 반드시 다음에 다시 볼 것을 안다.
여전히 나는 게임 속에서 “탱커”이다.
그러나 인생에서는 “탱커”를 그만 뒀다. 보다 영리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인생을 경영해 가기로 했다.
모 게임의 캐릭터 라인하르트는 방벽을 들고 아군을 보호하는 멋진 “할배”다.
이 대장군 같은 어르신이 위험할 때 외치는 한마디가 있다.
“방벽이 위험하네!”
방어력이 300밖에 남지 않은 방패를 들고 의미 없는 전선에서 죽을 것인가.
아니면 잠시 뒤로 물러서서 조력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다시 2000의 방벽을 회복하고 전선 앞에 설 것인가.
선택은 나의 것이지만 인생 역시도 이러한 선택의 반복이다.
나에게 외쳐라. 나의 방벽이 위험하다고.
누군가 도와줄 것이며 또한 후퇴하여
다시 돌격하여 결국은 성취해 낼 당신이 그곳에 있다.
멋진 여러분!
내일도 또 만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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