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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Dec 12. 2019

RE-WRITE : 여행의 이유 #2

Chapter 2.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중국의 고대 병법서 '삼십육계'의 마지막 부분은 '패전계'로 적의 힘이 강하고 나의 힘이 약할 때의 방책이 담겨 있다. 서른여섯 개의 계책 중에 서른여섯 번째, 즉 마지막 계책은 ‘주위상’으로 불리할 때는 달아나 후일을 도모하라는 것이다. 흔히 '삼심육계 줄행랑'이라고 하는 말이 여기서 온 것이다. … 인생의 난제들이 포위하고 위협할 때면 언제나 달아났다. 우리는 칼과 창을 든 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다른 적, 나의 의지와 기력을 소모시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 대결한다. 때로는 내가 강하고 때로는 적이 강하다. 적의 세력이 나를 압도할 때는 이길 방법이 없다. 그럴 때는 삼십육계의 마지막 계책을 써야 한다." -  p.67 



달아난다는 말이 참 매력적이다. 

단 한순간도 달아나지 않고 맞섰던 나에게는 더욱 그렇다. 

나도 많은 게임을 해왔지만 게임에서 늘 나의 역할은 “탱커”였다.

“탱커”란 아군들을 든든히 막아주고 지원해주는 핵심적인 역할로 많은 사람들이 크게 즐겨하지 않는 직종이다. 사회로 따지면 3D 직종의 최강군이라고 하겠다. 이 분야가 힘든 이유는 바로 잘해야 본전이기 때문이고 결코 혼자서 무언가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기본적으로 때리는 것에 특화된 직군들 앞에서는 맥을 추릴 수 없다. 태생 자체가 몸으로 두들겨 맞고 아군들을 보호하며 막아주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탱커”는 달아날 수 없다.

내 인생도 그와 비슷해서 인지 달아나는 것을 싫어했다. 


이 마음이 어떻게든 되겠지로 마무리 지어지기 까지 오래 걸렸다. 

뿌리 깊은 나무는 어떤 상황에도 굳건하지만 거센 태풍에 뿌리째 뽑힌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유연한 갈대는 그 흐름에 몸을 맡긴단다. 

달아난다는 것은 이런 것 같다.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노리는 것. 

병법서에 패주하는 것이 유익하다면 그렇게 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영원한 패배자로 남으라는 것이 아니라 뒤로 물러서서 다시 한 번 한발 딛으라는 말일 것이다. 


어렸을 적 자주 보던 레슬링 경기의 경기장이 떠올랐다. 경기장의 네 분면은 모두 인장력이 강한 고무재질로 되어 있어서 레슬링 선수들이 이를 이용해 다양한 전략을 짤 수 있었다. “로프 반동”이라는 반동을 이용하여 튀어나가는 힘으로 상대를 더욱 강하게 밀어 붙일 수 있었다. 달아나는 것은 이 “로프 반동”과 같을 것이라.


어떻게든 되겠지가 결국는 된다라고 은연중에 결론을 맺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손 쓸 수 없는 환경에서 무리하게 무언가를 하려 강하게 부딪치면 내가 가진 밑천을 전부 드러내고 쓰러질 뿐이다. 조금 물러서면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볼 수 있다. 

내 등 뒤를 밀어주는 로프가 잡힐 수도 있고 물러선 한보가 디딤발이 될 수도 있다.


당장에 튕겨져 돌격 앞으로를 외치지 않아도 

나의 충분한 휴식이 또 하나의 승리를 향한 귀한 시간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라.


인정 하는게 인생 “탱커”였던 나에게는 빌어먹게도 어려웠지만

지금은 이제 인정한다. 할 수 없네. 너 이 자식아, 다음에 또 보자. 

쿨하게 돌아서면 그만이다.

그러나 반드시 다음에 다시 볼 것을 안다. 


여전히 나는 게임 속에서 “탱커”이다. 

그러나 인생에서는 “탱커”를 그만 뒀다. 보다 영리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인생을 경영해 가기로 했다. 


모 게임의 캐릭터 라인하르트는 방벽을 들고 아군을 보호하는 멋진 “할배”다. 

이 대장군 같은 어르신이 위험할 때 외치는 한마디가 있다. 


“방벽이 위험하네!”


방어력이 300밖에 남지 않은 방패를 들고 의미 없는 전선에서 죽을 것인가.

아니면 잠시 뒤로 물러서서 조력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다시 2000의 방벽을 회복하고 전선 앞에 설 것인가.


선택은 나의 것이지만 인생 역시도 이러한 선택의 반복이다. 

나에게 외쳐라. 나의 방벽이 위험하다고. 

누군가 도와줄 것이며 또한 후퇴하여 

다시 돌격하여 결국은 성취해 낼 당신이 그곳에 있다. 


멋진 여러분! 

내일도 또 만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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