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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Dec 22. 2016

결국은 돈, 그 돈이 마스터다.

영화 <마스터>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TV에는 영화 같은 일들이 펼쳐지고 있고 그 덕에 우리는 매일 영화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뉴스는 계속해서 아직도 진행 중인 영화를 방영하고 있으며 누구는 그 영화의 순간순간들을 SNS로 편집해 나르며 이득을 취하기도 한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이 대한민국이라는 광활한 스튜디오에서 나는 엑스트라 543260번 일지도 모르겠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는 엑스트라는 이 영화의 마지막 컷 같은 결말을 원하고 있다. 

 마스터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이제는 뿌릴 대로 뿌려진 이런 류의 한국 영화는 너무 많이 봤고 또 식상함도 더러 느낀다. 그렇기에 다른 부분에 집중하고 싶었고 영화 속에서 담아내고 싶은 의미를 개인적으로 찾아내고 싶었다. 영화의 제목은 사람의 첫인상과 같다. 일 년에 토해져 나오는 영화들, 그 사이에서 섞이지 않는 뚜렷한 제목을 정하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포스터만 보고서는 왜 어떤 의미에서 마스터인지 잘 모르겠다. 

 결국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내가 생각한 이 "마스터"의 궁극적인 의미는 돈이었다.



 모히또에 가서 몰디브나 한잔하자던 그 건달이 정신 차리고 돌아왔는지 여기서 돈놀이를 하고 있다. 몇십억도 아니고 이제는 조 단위까지 불어난 거액이 왔다 갔다 하는 영화 속에서 그런 금액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나를 발견하곤 흠칫 놀랐다. 영화 속에서 누군가는 사기당해 바닥까지 내몰리고 누군가는 그 돈을, 수많은 서민들의 피 같은 돈은 더 불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 돈을 통해 얻는 사람들을 다시 돈을 통해 이용해먹는 사회를 여지없이 보여주면서도 우리는 그 부분에 분노하기보다는 그런가 보다 하고 느끼고 있지는 않았을까? 무뎌진 걸까? 아니면 어차피 그런 세상에서 살고 있는 거야 하고 수긍하는 걸까? 두려웠다. 그저 그러려니 하고 있는 내 스스로가 더 무서웠다. 

 그래도 역시나 정의는 존재했다. 돈보다 더 정의 구현에 앞장섰던 경찰. 그가 노리고 있는 진회장의 뒤에 누가 있는지, 그가 얼마나 많은 소위 "빽"을 데리고 있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가 피해를 준 사람들을 위해 끝까지 잡아넣기만을 바라고 바라던 경찰 김재명



 김재명 경찰 같은 사람이 현실에도 있을까? 하고 물어보면 글 쎄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나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신뢰한다. 세상 착하던 사람도 언젠가 착하면 등신 취급받는 자리에 올라가면 여지없이 변하고 만다. 누군가 그랬다. 돌 아이 보존의 법칙이라고. 회사의 한 돌 아이가 싫어서 다른 회사로 가면 또다시 더하면 덜했지 덜하지 않은 돌 아이를 만나게 된다고.  나는 그 근본적인 이유가 자리(직책)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책임이 부재되어 있는 사회 속에서 직책이 올라갈수록 책임에 맞는 금액이 봉급으로 주어지지만 결국 책임은 지지 않는 사람들만 늘어나고 있다. 초심은 그렇지 않았더라도 그럴 수밖에 없는 삶이라고 주변에 물들어 살아간다. 초심의 불꽃은 이미 사그라든지 오래다.

 그렇기에 영화지만 우리는 끝까지 그를 응원한다. 이런 영화들에 나오는 정의로는 경찰들, 검찰들을 응원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사실 이런 사람들이 세상에 존재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다.



대사 중에서 김재명이 경찰청장에게 어마어마한 게이트를 뚫어주겠다고 하는데 여기서 조금 피식했던 것 같다. 지금 대한민국에 뚫린 게이트보다 더 큰 게이트가 있기는 할까? 아니다, 그런 게 더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끔찍하니까.

 그래도 그들은 절대악을 잡아냈다. 돈이라는 마스터의 유혹에서 벗어나 합심하여 진회장을 잡아넣고 장부를 회수해냈다. 마스터의 손아귀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에게 다시 삶을 되찾아 주었다. 그리고 대망의 속 시원한 마지막 컷. 경찰들이 한데 모여 장부에 적힌 사람들을 잡기 위해 국회로 향하는 장면. 

 그런 장면이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내 모습이 웃프다. 영화의 시작에 김재명이 이런 말을 한다. 영국의 총리를 태운 차량이 교통법을 위반하여 도로 경찰에게 걸렸다. 딱지를 끊으려는 경찰에게 운전자가 총리님이 타고 계시다고 하자 경찰이 총리님이 타고 계셔도 예외는 없다고 한다. 총리가 돌아와 경찰청장에게 이 경찰을 1계급 특진시키라고 하자 청장은 그런 이유로 특진을 시키는 내용은 경찰법에 나와있지 않다고 한다. 이만큼이나 깨끗한 공권력 속에서 살고 있다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개운함을 느낄 수 있었을까? 그래서 웃펐다. 

 배우의 연기력을 따지고 싶지 않다. 처음 뵙는 노배우 박정자 씨마저 임팩트 있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배우들은 거의 완벽했다. 영화의 흐름도 긴 러닝타임에 비해 잘 짜였고 결말도 통쾌했다. 끝까지 멋있는 강동원과 끝까지 악에 받친 이병헌과 개구쟁이 김우빈의 캐미도 좋았다.

 영화 같은 현실에서 살고 있는 우리지만 이 영화 같은 현실에서도 해소하지 못하는 억울한 부분을 진짜 영화에서는 해결해 내니까 어떻게 대리만족이라도 느끼고 싶다면 이번 주에는 마스터를 한번 보기를 추천한다.

 돈이 우리의 삶에 주인(마스터)가 되는 생을 살지 않기를 진심으로 소원한다.


feat. 김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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