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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Mar 17. 2020

RE-WRITE : 강신주의 감정수업 #2

Chapter.1 비루함 

*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극복해야 할 노예 의식 *



"주인은 노예가 자기만의 감정을 갖는 것 자체를 부정하는 존재라는 진실, 

그 대상이 인간이 아니라 동물일지라도 예외가 없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 31p




비루함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다루기에 앞서서 

주인은 노예가 자기만의 감정을 갖는 것 자체를 부정한다라는 말에 많은 영화들이 떠올랐다. 

흔히 감정을 제한하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던지 감정이 지워져서 표정 자체가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을 보면 대개 마치 무언가의 노예가 된 것 같은 행동을 하고, 그런 사회를 비춰준다. 


그래서 더욱 확신이 드는 것은 

감정이 없는 것은 노예의 삶과 같다는 정의 이다. 


책는 한 챕터마다 감정을 소설속의 인물들의 반응에 따라서 분류하며 마지막에는 작가의 한마디로 마무리 한다.

비루함에서는 소설 무무 속의 노예 게라심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는데 

게라심은 훌륭한 노예로 주인에게 충직한 종이었다. 그러나 게라심은 타티야나 라는 여자를 사랑했고 주인은 그의 감정이 노예로서 위험한 것을 알기에 타티야나를 다른 남자에게 시집보내 버린다. 이에 게라심은 상심을 잊기 위해 강아지 무무를 기르기 시작하는데 주인은 이 역시도 허락하지 않고 무무를 죽이려 한다. 게라심은 주인의 손에 죽게 생긴 무무를 두고 볼 수 없어 최선의 선택으로 자신이 무무를 죽이겠다 다짐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게라심이 여주인에게 덤빌 수 있었을까?

물론 힘도 강하고 뛰어난 게라심이었지만 노예가 만연한 시대에 씌여진 이 소설 속에서 게라심 역시 사회 속의 노예였기 때문에 주인에게 덤빈다는 사실은 죽음과도 같았다. 감정이 배제되도록 훈련 받는 게라심에게 다만 무무를 자신의 손으로 죽인다는 사실 만으로도 어떻게 보면 그는 그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한 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그래서 이 비루함은 

슬픔 때문에 자기에 대해 정당한 것 이하로 느끼는 것이라 스피노자는 정의한다. 


슬픔이 원동력이 되어 자신을 정당하지 못한 자로 납득시키는 것. 지극히 노예사상적인 감정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을 비하하는 감정보다 우리 삶에 더 치명적인 것도 없다. 

스스로 비하하니 누구를 사랑할 수 있겠는가.

사랑이라는 감정은 강한 자존감 없이는 쉽게 지킬 수 있는 욕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루한 삶'은 결코 살만한 삶이라고 할 수 없다." 




"슬픔이 하나의 습관처럼 내면화 될 때, 우리는 자신을 항상 비하하는 감정, 즉 비루함에 젖어들게 된다. 

지속적인 애정과 칭찬이 있다면, 비루함도 조금씩 사라질 수는 있다." - 36p




게라심은 자신이 노예라는 현실적인 슬픔 속에서 자신을 비루하게 여겼다. 

사랑하는 여자를 빼앗겼고 사랑하는 동물 역시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 했다. 그러나 게라심은 이를 통해서 자신의 비루함을 이겨내려는 희망의 감정을 쥐고 일어선다. 자신이 주인이 되지 않는다면 사랑하는 것들을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당신은 어떤가.

사람이 느끼는 슬픔은 너무도 많고 깊으며 다르다. 

이 슬픔 조차도 감정적으로 정의하기에는 분류 자체가 많아서 정신이 없을 정도니 말이다. 

정의할 수 없다. 맞다. 사실 정의하기 어렵다. 

그러나 슬픔에 잠식되어 자신을 비루하게 여긴다면 

결국 자신은 아무것도 지키지 못하는 노예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딛고 일어서지 못하고 정당하다 정의하지 못하는 노예 말이다. 

인간은 태어날 때 참 우렁차게 태어난다. 

어떤 동물처럼 태어나자마자 걷지도 못하고 스스로를 보호하지도 못하며 빠르게 성장하지도 못한다. 

누구보다 약하게 태어난 우리지만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란듯이 울어재낀다. 

그만큼 우리는 당당하게 세상의 빛을 보고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서 삶을 살아간다. 

그게 당신이다.

스스로를 비루하다 여기지 말라. 

스스로의 삶을 슬픔에 잠식시키지 말라.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사랑하기 때문에 지키며 당당해져라. 

오늘의 당신은 충분히 아름답고 빛났다.

내일의 당신도 충분히 아름답고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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