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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Jun 09. 2020

MOVIE DIG [ 언더 워터 ]


물속의 공포 소재는 참 많다. 귀신부터 시작해서 해양 생물에 의한 공포까지.

물이라는 것 자체가 주는 공포 때문에 실재로 물 공포증이 있으시거나 혹은 심해 공포증이 있는 분들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나는 수영을 잘 하지는 못한다. 할 줄은 알지만 그렇다고 완벽하지는 않아서 물에 뜨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고 발이 닿지 않는 물은 무섭다. 그렇다고 이를 극복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는 않다. 굳이?


영화 <언더 워터>는 참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된 영화다.

영화를 소개해주는 tv 프로 속에서 주연인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인터뷰와 함께 예고편을 보게 되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우리에게 “뱀파이어”로 유명한 배우다. 해리포터 하면 그가 떠오르고 반지의 제왕 하면 또 그가 떠오르듯 이름은 잘 모르지만 “아, 그 사람!” 하게 되는 배우 말이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통틀어 매력 넘치는 연기를 펼쳤던 아름다운 배우. 긴 생머리가 잘 어울리던 그녀가 이번 작품에서는 거의 10mm 삭발을 하고 등장하니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11km 아래의 심해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생명체와의 사투를 다루고 있다기에 더욱 구미가 당겼다. 사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영화관을 안가본지 한참 되었다. 나름 문화인으로 살아보고자 넷플릭스를 마음이 맞는 사람들 끼리 함께 월 결재하여 보고 있지만 영화관의 향수가 그립긴 하던 차였다. 영화관이 있는 건물에서 헌혈을 하고 있는데 이 영화가 떠올랐다. 마침 헌혈 후 상품으로 영화 티켓도 받았고 시간도 딱 맞게 하나가 있었다.


요즘 영화관은 아주 한 칸씩 띄워서 예약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라면 붐볐을 장소가 한산 한 것이 마음이 짠했다. 마스크 착용하고 손은 두 번이나 씻었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상영관에 들어갔지만, 조금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은 셋뿐이었다. 아, 조금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영화는 자체로 훌륭했다.

누군가 킬링 타임으로 최강이라고 하던데 동감한다.

2시간이 조금 안되는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배경에 대한 친절한 설명은 없다. 캐릭터들의 개인적인 스토리도 없다. 그렇게 논리적이지도 않고 말하고자 하는 바도 명확치는 않다. 그러나 영화가 조명하고 싶었던 심해 속의 공포와 긴장감 조성은 가히 최고였다고 하겠다. 사람이 적은 것은 인지해서 였는지 내 아래에서 보던 분은 비명을 두 번이나 질렀다. 덕분에 나도 놀랐고.

곱씹어 생각해보면 너무하다 싶다.


일단 배경 자체가 해저 11km이다. 시추를 위해서 지은, 일 년에 1400억 톤의 석유를 끌어당기는 시설에 갑자기 원인 불명의 폭발이 일어나고 기지 자체가 폭발 직전의 위기에서 영화는 기다리지 않고 시작한다. 시작 5분 만에 주인공은 이미 헐레벌떡이다. 11km 아래의 심해는 어떤 곳일까? 상상이나 한번 해보자.




말도 안되는 압력이 존재한다. 이 압력을 어떻게 해소하는지에 대해서 캐묻지 말자. 영화니까 일단 가능하다. 다른 시추 시설로 가기 위해 보호 복을 입고 해저를 걷는다. 조명이 보호 복에 있다고 해도 해저 11km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뿌옇고 뿌옇다. 뿐만 아니라 해저의 해양 생물들은 아직도 인간이 잘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다. 심적인 두려움이 가득하다. 또한 물속이다. 항상 산소에 대한 걱정을 안고 가야 한다.


이것만 생각해도 벌써 숨이 턱 막힌다. 죠스? 물귀신? 하나도 안 무섭다. 이 배경 설정만으로도 난죽택이 편할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 관객들 아쉬울까봐 사람을 잡아먹는 괴생물체까지 넣어두었다. 그만 넣어도 될 것 같은데 말이다.


서두에도 이야기 했지만 5분 만에 시설에 난리가 나고 알 수 없는 생명체의 낌새가 천천히 느껴지는 와중에 기지에서 보호 복을 입고 뛰어내려 더 심해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완전 해저 바닥까지 간 다음에 중간 센터에서 점검을 하고 인근의 다른 센터까지는 해저를 걸어 가야하는 여정을 떠나는 무기 하나 제대로 없는 여섯 명의 생존자들을 떠올려 보라. 오금이 다 저린다.




충분히 배경과 그들의 심정에 공감이 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촬영 기법과 화면 전환,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눈에 들어온다. 보호복 헬멧 내부에서 주인공의 시야로 보이는 심해 속 환경, 전체적으로 비춰지는 무너져가는 시설, 푸른 눈빛이 반짝이는 괴생명체의 움직임, 소리로 전해지는 텐션까지 오랜만에 만나는 훌륭한 공포 스릴러였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항상 공포 스릴러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면 여운이 얼마나 남는가를 통해서 해당 영화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자 한다. 영화를 보고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엘리베이터가 생각보다 천천히 움직이고 엘리베이터 상부의 소음이 신경이 쓰였다. 차를 타는데 한 번도 보지 않았던 차의 뒷좌석과 커버를 열어 놓은 썬루프를 바라보게 된다. 글을 남기는 지금도 영화의 잔잔한 여운에 시달리고 있다.





정말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았다.

누군가는 이야기 할 것이다. 이 시국에 영화관이라니 잘못됐다고 할 수도 있다.

영화 외의 작은 이야기지만

코로나를 통해서 이제 세상은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무서운 상상도 해봤다. 후에 내 손자들이 생긴다면 그 아이들이 ‘옛날 사람들은 마스크를 안 쓰고 다녔어요, 할아버지?’ 라고 이야기 하면 어떨까? 지금의 아이들이 전화의 아이콘이 왜 수화기 모양인지 모르고 문서의 저장 모양이 왜 플로피 디스크 모양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새로운 국면 속에서 전 세계는 각자의 경제를 어떻게든 끌어올리려고 노력중이고 우리나라도 같다. 타격은 경제 각 분야에서 이어졌고 문화 산업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나도 두려워서 넷플릭스의 작은 세상 속에서 영화를 꾸준히 보고 있지만 거대한 돈을 부어 좋은 작품을 만들어 놓고도 아직 개봉하지 못하거나 개봉이라는 도박패를 쥐고 안달복달 하고 있는 여러 영화계의 관련자들의 마음에 공감이 된다.


언제까지 이 안타까운 현실이 이어질까. 백신은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데 더 없는 영화계의 암흑기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것은 아닐지, 이 속에서 안타깝게 추락하는 멋진 작품들이 몇이나 될지 마음이 아프다.


곧 “살아있다”라는 영화가 개봉한다고 한다. 유아인 주연의 좀비 아포칼립스 사회를 다룬다는데 기대가 된다. 기회가 된다면 나도 최선의 방역을 다해서 다시 영화관을 찾을 예정이다. 그때가 된다면 그 영화를 만나서 다시 한번 이런 이야기들을 나눴으면 좋겠다.


영화 <언더 워터>는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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