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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Jan 16. 2021

RE-WRITE : 강신주의 감정수업 #10


Chapter 9. 반감


* 아픈 상처가 만들어 낸 세상에 대한 저주 *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는 떨쳐내기 힘든 유령처럼 혹은 자신이 죽어야 끝나는 환각처럼 우리를 끈질기게 따라다닌다. 마침내 우리가 죽어야, 트라우마와 그 영향력은 비로소 안식에 들게 될 것이다." - 109p



트라우마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이에 따라, 혹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그 깊이와 고통은 다르겠지만 세상을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트라우마의 꼬리표는 늘어만 간다. 추억은 아름다운 기억이라는 윤하의 어떤 노래 가사처럼 지금보다 혈기 왕성 했을 때는 세상의 모든 기억을 추억으로 만들려고 부단히 노력했었다. 그러나 마냥 기억들이 추억이 되지는 않았고, 또 아름답지도 않았다.


기억들이 쌓여 연륜이 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연륜을 쌓게 만드는 기억들은 대개 인생의 고비속에서 찾아오고 그것이 트라우마처럼 형성될때가 많다.

트라우마는 왜 어린시절에 국한되어져 있을까? 그렇지 않다. 성인이 되고도 우리는 참 많은 놀라운 사실과 사건들에 직면하고 부딪치고 찬란히 부서지고 쓰러지다가 다시 재기한다. 다시 재기하지 못한 빌어먹을 사건들은 나도 모르게 트라우마처럼 내재된다.


그럼 우리는 이 모든 트라우마와 같은, 비슷한 향기가 나는 것들에게는 "반감"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반감이란 우연적으로 슬픔의 원인인 어떤 사물의 관념을 동반하는 슬픔"이라고 스피노자는 정의하고 있다. 저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우연적"이다. 나 역시도 우연적이라는 전제에 많은 비중을 두고 싶다. 난생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내가 어릴적 가지고 있는 어떤 트라우마로 인해서 자연스럽게 그 사람이 싫어지거나 어떤 상황 속에 많은 사람들은 즐거이 웃고 있지만 나는 웃지 못하고 벌어진 상황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 모든 것이 우연 속에서 펼쳐졌지만 나에게는 필연적인 것으로 전환되는 순간들.


이 기억속에 저장된, 지울수 없는 고통은 결국 내 컴퓨터가 완전 폐기 되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죽음" 속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인생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트라우마를 이겨내자 라는 말은 쉽게 할 수 없다. 당신의 트라우마를 쉽게 이겨내라 등 토닥이는 사람에게는 침을 뱉어도 좋다. 배려라는 것이 한 손가락도 없는 양반이다. 어디 감히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려 드는가. 어디 감히 타인의 고통을 내 기준으로 해석하려 드는가. 결코 그럴 수 없다. 타인의 트라우마를 작게 보지 말아라. 그 사람에게는 지옥불보다 더한 고통이었을 수도 있다.


이겨낼 수 없는 트라우마기에 안고 살아야 한다.

지우개라도 있다면 지우고 싶고, 딜리트가 가능하다면 삭제해서 휴지통 비우기를 하고 싶지만 안되잖는가.

도망치고 고개돌리는 것도 한두번이지 인생을 살다보면 눈이 따가워라 지켜봐야 하는 순간도 있기 마련이다.

반감이 든다면 반감을 인정하고 슬픔을 받아들여라.


그 슬픔의 원인을 이해해야 한다. 이해하면 그나마 좀 났다.

트라우마가 꼭 내가 가지고 싶어서, 내가 원해서 나에게 온것이 아니지 않은가.


다른 사람의 탓을 해버려라. 그때 그 새끼 때문이었어, 그때 상황 때문이었어. 거친 말을 뱉어도 좋으니 그랬었어 라고 못을 박아 버리고 다시 걸음을 디뎌야 한다. 멈추는게 좋다면 멈춰도 좋다. 그러나 알고 있지 않은가? 오늘 멈췄다면 언젠간 다시 가야한다. 인생을 딜리트 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반드시 다시 걸어야만 한다.

독한 말을 뱉고 나니 마음이 좋진 않다.


나는 내 트라우마를 이렇게 다그친다. 최대한 인생길 앞을 달리는 종마처럼 좌우의 시야를 가리고 달리고 싶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나에게 참 독했다.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하고 싶지는 않지만 내 삶을 당신이 측은히 바라보는 것은 허락하고 싶다. 이런 사람이 당신도 가지고 있을지 모를 어떤 트라우마를 이런 방법으로 또한 이겨내며 내일의 삶을 살아가는 구나 이해하는 것을 허락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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