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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Jan 18. 2021

RE-WRITE : 강신주의 감정수업 #12


Chapter 11. 연민


* 타인에게 사랑이라는 착각을 만들 수도 있는 치명적인 함정 *


"연민을 계속 품고 있으려는 사람은 상대방이 계속 불행하기를 기도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연민의 감정은 비극으로 끝날 수 밖에 없다." - 130p



호프밀러는 소위이다. 그는 그가 연민의 감정을 품고 돕고 있는 에디트라는 소녀를 돕고 있다. 소녀는 두 다리에 장애가 있다. 호프밀러는 그녀를 도우면서 자신은 참 좋은 사람이라는 스스로의 만족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그는 몰랐다. 연민의 감정을 느끼고 있던 그에 반해 에디트는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에디트의 난데없는 키스에 호프밀러는 놀란다. 육체적인 관계만큼 서로에게 솔직한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있을까. 에디트는 자신의 사랑이 자신만의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호프밀러는 고민한다. 연민을 무시하고 저 소녀의 사랑을 받아들이며 내 연민을 사랑으로 보듬을지 말이다. 에디트도 고민한다. 그가 사랑이 없는 연민 뿐이었다는 것을 알았기에 이제 그에게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말이다. 호프밀러는 결국 연민을 무시하고 사랑을 선택한다. 에디트 역시 그가 고백한 사랑이 연민이 아님을 억지로 삼켜낸다. 그러나 이 둘이 약혼한지 3시간만에 호프밀러는 주변 동료들에게 그녀가 자신의 피앙세라는 사실을 부인한다. 결국은 비극인것이다.


저자가 기가막힌 내용을 통해 연민의 명확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슈테판 츠바이크가 저서한 <초조한 마음>이라는 책의 간략한 내용이다. 어떤가? 연민이라는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그리고 결과는 어떻게 맺게 되는지 확연히 와닿지 않는가?


"연민이란 자신과 비슷하다고 우리가 상상하는 타인에게 일어난 해악의 관념을 동반하는 슬픔이다."라고 스피노자는 정의하고 있다. 연민은 사랑이 아니다. 타인이 불행해서 생기는 슬픔이다. 슬픔에 공감해서 내가 슬픔의 주체에게 헌신하고 도운 일이 자칫 사랑이라고 내가 오해하거나 주체가 오해하게 된다면 큰일이다. 연민에서 시작한 사랑은 상대만의 불행을 먹이로 자라기 때문이다. 상대가 행여 잘되기라도 한다면 큰일이다. 연민이 증오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약자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발생하는, 강자가 되었다는 자부심, 혹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는 존재감, 이것이야말로 연민의 감정 뒤에 숨겨진 이면의 정체다." - 131p



호프밀러는 에디트를 돌봄으로서, 그녀와 시간을 보내면 보낼수록 밝아지고 행복해보이는 모습을 통해 자신의 만족을 채웠다. 그녀의 고통과 슬픔이 자신에게는 기쁨과 만족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이다. 나 없이는 행복할 수 없겠지 라는 오만이 마음 속에 피어난 것이다. 연민이라는 것은 듣기에는 좋은 말 같지만 그 안에는 치명적인 가시가 있다. 상대방의 고통을 통해서 연민이 세워지고 연민이 다듬어져 아름답게 피어날수록 연민의 대상은 끊임 없이 고통스러워야 한다. 그래야만 더, 더, 더 연민을 폭발시킬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렇기에 연민은 결코 사랑의 고리가 되어서는 안된다.

거듭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사랑은 순수함에서 비롯된다. 자발적 노예가 되고도 기쁨으로 가득차는 것이다. 상대방의 고통은 보이지도 않으면서 내 만족으로 고조되는 것이 아니라 내 모든 것을 상대방이 억압해도 상대의 존재만으로 기쁜 것이다. 그렇기에 연민이 발 디딜 자리는 사랑이라는 가치 속에서는 없다.


가끔 주변에서 연민에 의해 연애를 하는 친구들을 종종 보았다.

그들을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이들 중에 아름다운 결실을 맺고 지금까지 잘 살고 있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착각하면 안된다는 사실이다. 상대방이 어딘가 불편하거나 불행한 상태에서 만나 사랑하면 다 연민에서 비롯된 사랑이다 라고 정의하는 것은 정말 멍청한 짓이다. 오히려 그들의 진솔한 사랑이 더 큰 가치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연민을 통해 내 삶이 기뻐지고 차올랐는데 어쩌다 그것이 사랑일까? 라는 무서운 생각은 하지를 말라는 거다. 당신이 사랑하려는 그 사람의 생은 계속해서 힘들어질수도 있으니 말이다. 연민이 아닌 진짜, 사랑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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