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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Jan 24. 2021

RE-WRITE : 강신주의 감정수업 #15

Chapter 14. 경멸


* 자신마저 파괴할 수 있는 서글픔 *

"경멸이란 정신이 어떤 사물의 현존에 의하여 그 사물 자체 안에 있는 것보다 

오히려 그 사물 자체 안에 없는 것을 상상하게끔 움직여질 정도로 정신을 거의 동요시키지 못하는 어떤 사물에 대한 상상이다." -162p



햐, 누가 스피노자 아니랄까봐.


경멸을 참 어렵게도 써 놓았다.


"어떤 사물의 현존에 의하여"부터가 어렵다. 한참을 복기해봐도 어렵다. 내가 아는 경멸은 뭔가를 증오하는 마음인데 스피노자는 무엇을 원했던 것일까. 저자는 탁월하게 스피노자의 의도를 풀어 놓고 있다.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사람과 만나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을때,우리는 자꾸 타인을 배려하는 섬세한 마음씨를 떠올릴 때가 있다. 소중한 정신적 태도가 떠오를수록 눈 앞에 있는 사람 자체를 무시하고 심지어는 부정하게 된다." - 163p



경멸이라는 것은 위와 같다.

내 성향과 내 도덕선에서 반대되는 어떤 사람과 "어쩔수 없이 엮여" 시간을 보낼 적에

우리는 이 사람의 됨됨이를 마음속으로 판단하게 된다. 판단의 기준은 내가 만난 사람들 중 내가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있다. 머리 속에 저장된 좋은 사람 리스트에서 꺼내진 사람의 모습과 그의 모습이 겹쳐지는 것이다. 어휴, 저 인간 답도 없구나 싶어서 우리는 앞의 어떤 사람을 증오한다. 거부하고 비웃으며 조롱하고 부정한다.


나는 사람을 타진 않는다.

내 스스로 유연하다고 생각하고 호불호가 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가 그러던데, 인간의 역사는 뒷담화라고.


무리가 뭉치면 자연스레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게 되는데 우리 모두가 공통분모로 싫어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나는 그들에 비해 강도가 덜한 편이다. 그리고 또 그 사람과 나름 잘 지내고 그 사람도 나를 잘 챙겨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경멸이 어색하다. 해본적이 많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사회 속에 도려내야 할 심각한 범죄자들과 그들의 행태를 들었을 때 경멸의 마음이 밀려든다만 아직 이 대상이 내 근처 인물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해봤다.


내가 다른 사람을 경멸하듯

혹, 내가 다른사람에게 경멸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분명 내게는 "어우 그 사람 진짜 별로야." 라고 했던 사람들도 결국 그 사람 앞에서는 별다른 티를 내지 않는다. (상급자일 때가 많아서 일까?)

그렇다면 나도 나에게 경멸의 눈총을 보내고 있으면서 되려 티는 내지 않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니 슬프다.

내가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할 때 내 사수가 멍청한 눈빛으로 웃고만 있는 나에게 했던 말이 있다.


"인간 관계는 적을 만들지 않으면 다 한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 나는 그저 웃으면 좋은 이미지로 보이겠거니 하고 멍청 웃음 장전 중이었었는데 그는 아마도 이런 내가 안쓰러웠던 것인지 참 많이도 챙겨 줬었다. 당시에는 흘려들었던 그의 말이 이제는 돌이켜보면 좋은 충고였다. 적을 만들어서 뭐하겠는가. 슬프지 않은가? 누군가 나를 보면서 경멸한다는 사실이. 나를 싫어하고 나를 증오한다는 것이.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만들겠다는 건 무리한 욕심이다.

오히려 내 자신이 더욱 힘들어질 뿐더러 이용만 당할 가능성이 크다.

내가 내 선을 지켜가면서 더는 미움 받지 않게 관계를 잘 조절해 나가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게 힘들어서 세상은 점점 개인주의적으로 변해가는 것일까?


일종의 포기인 것 같다.

관계 속에서 오는 스트레스. 특히 내가 어떻게 해결해 낼 수 없는 상대를 통해서 오는 경멸은 나를 곤욕스럽게 만들기 때문에 지치고 힘들어서 '나는 안볼란다.'를 시전하게 된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이런 포기들이 모이고 모이면 머지 않아 거리에는 사람이 없어질 것 같다. 마냥 옳은 것일까? 잘 모르겠다.

경멸은 씻을 수 없는 감정이고 불쾌한 감정이다.


저자도 말한다. 경멸을 지우고 싶거든 경멸의 대상과 멀어지면 된다고.

우리네 생활이 이런 명쾌한 해결책을 내 놓기 쉽지 않지만 그래도 인간이 인간 사이에 있어야만 인간이 된다라는 한문적 풀이처럼 지지고 볶고 싸우고 정들면서 또 한편의 인생을 만들어가는게 후에 더 즐겁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나는 그 새X가 싫다고?

아휴, 알아서 잘 해결하시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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