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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Jan 05. 2017

내 삶에 고양이가 있다면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세상은 이제 살기 좋아진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집을 지키기 위한 용도 그 이상으로 반려견 키우는 집을 흔히 찾아 볼 수 없었고 그 이외의 동물들을 반려동물로 기르는 집도 찾아보기가 쉽지가 않았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점점 세상 살기 힘들다고 비난하지만 한편으로 이런 부분을 생각해 보면 우리네 삶의 질이 그때보다는 분명 상승한 것이 틀림없다.


 그렇기 때문일까, 반려동물들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아졌고 혼술, 혼밥이 성행하는 이때에 우리의 적적한 마음을 달래주고 기꺼이 친구가 되어주고 있다. 그러나 어딘가에서는 이들에 대한 학대가 끊이지 않고 있으니 이것 또한 안타까운 사실이다. 서두를 이렇게 무겁게 시작하는 이유는 내가 오늘 보고 온 이 두 동물들(?)의 아름다운 교감과 사랑에 대해 깊이 감동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이들의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풀어보고자 한다. 


 이 친구가 주인공 고양이 밥이다. 이 작고 똘똘한 친구로 인해서 노숙자에 마약중독자에 돈 한 푼 없는 뮤지션 제임스가 그 모든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희망과 꿈을 얻고 또 지독한 삶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려낸 영화로서 무엇보다 실화에 기반을 두고 있고 이 고양이가 배우 동물이 아닌 실화 속 당사자라는 사실이 놀랍다.

 영화를 보면서도 내내 궁금하긴 했다. 사람의 등 위에 자연스럽게 올라가 저렇게 편안히 있을 수 있는 고양이가 몇이나 되겠으며 태생이 호기심 천국인 녀석들이 바깥을 돌아다닐 때에도 자전거 바구니 혹은 자신에게 지정된 장소에 가만히 있을 수 있는 고양이는 또 얼마나 될까? 엔딩 크래딧에 나오는 한마디, 영화 속 고양이가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제 고양이 밥이라는 내용으로 모든 부분이 해소되었다. 

 이 기특한 친구가 한 남자의 인생을 구원해 준 천사였다. 그것이 어쩌면 반려동물이 가지는 힘이 아닐까.


 영화에서도 나오고 살면서도 알고 있는 동물은 인간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만큼 반려동물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시켜주는 사실이기도 하다. 사람에게 데여서, 혹은 그 사회라는 거대한 야수가 미워서, 미친 듯이 달려온 삶의 끝자락이라거나,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는 나락 앞에서 진정으로 위로가 되는 것은 오히려 말이 통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슴으로 대화하는 동물인 경우가 더러 있다. 

 이 고양이 밥과 주인공 제임스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실제 주인공인 제임스도 잠깐 스크린 속에 등장한다. 그는 12년에 발간한 그의 책 '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 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버스킹이나 잡지팔이를 그만두고 그 스스로의 집을 구했으며 또한 지금은 노숙자와 동물 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 한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이야기였지만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나치지 않는 표현력으로 인간과 반려동물 사이에 교감과 그들을 통한 변화를 조곤조곤 설명해 주고 있다. 특히 신스틸러 고양이 밥이 있기에 그 시너지가 어마어마했다고 생각한다. 포동포동한 엉덩이와 바다를 담고 있는 것 같은 눈망울, 그리고 녀석의 놀랄만한 연기력(?!)은 영화에 집중도를 많이 올려 줬다.

 영화 중간중간 흐르는 제임스의 버스킹 음악들은 하나같이 의미 있는 노래 가사들로 전혀 튀지 않고 잔잔하다. 라라 랜드, sing 과같이 이 영화 속 노래도 음원이 풀려서 찾아 들을 수 있으니 참고 했으면 좋겠다.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은 반려동물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사랑, 그리고 인간과의 교감을 통해 얻는 값지고 아름다운 삶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말 그대로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영화를 통해서 또 누군가 무턱대고 고양이를 덥석 사는 행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아직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지는 않지만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내가 녀석들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해 고심하곤 한다. 

 그 녀석들의 삶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질 수 있다면 기꺼이 그들의 삶을 통해 당신을 변화시키고 진정한 행복감을 느껴보시기 바란다. 그러나 한순간의 행복과 즐거움의 소모품으로 그들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의 삶의 질이 높아져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거기에 동감한다면 적어도 반려동물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책임을 느꼈으면 좋겠다.

 내가 이 영화를 보고 나와 걱정한 것은 그것 하나였다. 녀석들은 물건이 아니다. 한순간 속된 말로 '뽐뿌', '지름신'이 왔다고 해서 그들의 삶을 책임 없이 짊어지지 말았으면 한다.  


feat.김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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