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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Jan 06. 2017

열등감이 만들어 놓은 감정의 비극

영화 <여교사>

파격적인 스토리로 주목을 끌던 영화가 있다. 작년 12월부터 줄기차게 홍보를 해 왔던 이 영화가 이번 주에 개봉을 맞이했고 나 역시도 부리나케 이 영화를 찾아보게 됐다. 학생과 선생은 사귀면 안 된다는 금기를 깨고 자칫 포스터만으로는 두 명의 여자가 한 학생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는 단순하고 야한 영화로 오해하기 쉽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는 보다 착잡하고 섬찟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한때,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라는 명대사를 날리며 제자의 엉덩이를 때렸던 그녀 김하늘이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왔고 왠지 얄미운 모습의 아이콘인 배우 유인영이 그에 알맞은 상대역으로 나왔다. 거기에 정말 희대의 나쁜 자식 재하 역을 맞은 생소한 배우 이원근이 함께했다. 남자의 마음도 훔칠 것 같은 그의 눈 웃음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야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내가 생각하기엔 청불인 이유가 성적인 의미의 청불보다는 내용적인 측면에서의 청불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청소년들이 봤다간 멘탈이 나가버릴 수도 있다. 정말 저런 선생님이 있을 수도 있나 하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주인공인 그녀, 효주의 배경을 잠깐 살펴보자면 10년 동안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가 있다. 그녀의 집에 함께 살고 있으며 글을 쓰겠다고 하지만 집에서 밥만 축내는 밉상이다. 그녀는 학교에서 비정규직 교사다. 그럼으로써 학교에서 정규직 교사들에게 비교당하고 자신의 목숨줄을 갖고 있는 주임 선생님의 말을 전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슈퍼 을이다. 그렇게 희망 없이 정말 우울한 삶을 사는 그녀에게 이미 조각나 버린 그녀의 마음속을 버 비집고 비틀어 산산조각 나게 해버린 여자가 어느 날 불쑥 찾아온다. 바로 혜영이다.

 그녀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재단 이사장의 딸이자, 자신의 정규직 자리를 밀쳐내고 아버지의 빽으로 정규직이 됐으며 자신을 선배, 선배 하고 따르지만 모든 면에서 월등한 그녀에게 효주는 바닥까지 치닫는 자존심과 극심한 열등감을 느끼게 된다.

 효주가 느끼는 이 열등감 그것이 이 영화의 끔찍한 결말을 만들어낸 근본적인 원인이다.



세상에 지치고 삶에 지친 그녀에게 있어서 모든 면에서 이 삐뚤어진 세상의 혜택을 모조리 받고 있는 혜영이라는 여자의 존재는 눈에 가시일 수밖에 없다. 혜영의 접근과 의도가 모두 선했음에도 불구하고 효주는 그렇게 받아들일 수가 없다.

 결국은 모두 효주의 잘못이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그렇다. 처음 부임하는 학교에서 선배를 만난 혜영으로서는 당연히 선배에게 잘 보이고 싶고 의지하고 싶었을 것이다. 심지어 서로가 서로를 잘 모르는 사이에서는 더더욱. 혜영은 그녀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효주에게 잘 보이고 싶었으나 효주의 열등감은 이미 질투와 시기로 바뀌어 어떻게든 혜영을 잡아뜯어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녀가 스스로를 가둔 열등감이라는 감정의 감옥과 자신을 패배자로 인식하고 있는 편협한 사고가 호의를 가지고 접근하는 혜영을 지독한 악녀로 만들어 버렸다. 그렇게 인식해 버렸고 그 사이에 재하라는 남학생이 있었을 뿐이었다. 모르겠다, 여성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효주에게 접근하는 혜영을 여우짓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남자인 나로서는 그저 선배에게 기대고 잘 보이고 싶은 밝은 후배로 보였다.

 오히려 그녀의 호의를 변질 시키고 그녀를 벼랑으로 밀어 트리며 결국은 그 모든 죄를 자신에게 돌리게 했던 근본적인 원인 제공도 효주가 한 것이니까.



 그 사이에서 재하는 선생은 능멸하는 남학생으로도 선생을 너무나 사랑하는 철없는 학생으로도 효주와 혜영을 만나면서 각기 다른 모습이 되곤 한다. 그들의 아이러니한 사랑 관계와 질긴 줄다리기는 영화 내내 알 수 없는 긴장감으로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그들이 옳지 않은 사랑은 나눌 때에는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했다.

 좋지 않은 결말로 영화는 끝을 맺었지만 나는 효주를 사회가 만들어낸 악마라고 하고 싶지 않다. 내 눈에 비친 그녀는 그저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다스리지 못 했던, 그리고 당당하지 못 했던 소극적인 여자였을 뿐이고, 한편으로는 사이코패스의 기질을 가진 여자였을 뿐이다.

 그녀의 옳지 못한 사랑이 이끌어낸 비극적인 영화 <여교사>

2002년 김하늘의 사랑스러운 선생의 모습에서 벗어나 10여 년이 지난 지금 독하고 냉철한 그녀의 모습이 인상 깊다. 정신건강에 해로울 것 같아서 크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들의 비극을 한 번쯤은 지켜봐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feat. 김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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