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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Jan 07. 2017

감성 자극 우주급 스케일의 SF로맨스

영화 <패신저스>

<스포를 담고 있습니다. 내용을 알고 싶지 않으시다면 뒤로가기를 해주세요.> 

사실 포스터만 보면 SF 스릴러 물 같기도 하다. "찾아야 한다. 깨어난 이유를" 이라고 왜 거창하게 적어 놨는지 모르겠다. 그저 감성 넘치는 우주급 SF 로맨스 물이면서 말이다. 

 우주를 여행하는 우주선이 으레 그러하듯이 그들이 식민행성을 향해 날아가는 120년의 동면 기간 동안에 우주선 일부분이 운석에 충돌하면 생긴 시스템 이상으로 아직 90년이나 남은 시점에서 깨어난 불운의 아이콘 짐 프레스턴. 여기서 부터 나는 이미 그의 불운함에 심히 통감하며 마음아파 하고 있었다. 

 문득 최근에 개봉했던 한국 영화 <가려진 시간>이 생각난다. 시간이 멈춰버린 세상에서 살아가는 4명의 소년들. 그들 조차도 의미없는 삶에 대해서 한탄했다. 물론 지구 상에 모든 물건들을 전부 가지고 살아갈 수 있었음에도 말이다. 거대한 행성급에서 혼자 살아 있다 해도 그런데 세상에 아무리 넓다고 한들 한정적인 공간일 수 밖에 없는 우주선에서 홀로 90년을 살아야 하는 그는 무슨 죄란 말인가?



 그가 보낸 오로지 혼자였던 1년의 시간이 얼마나 잔혹했는지 나는 감히 상상도 못하겠다. 50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은 꿈을 꾸고 있지만 그는 혼자서 우주선을 떠돌고 있다. 단지 말벗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안드로이드 바텐더 뿐. 그래서 그가 했던 행동이 이해가 간다. 죽음의 문턱에서 만난 너무나 마음에 드는 그녀 오로라 레인을 깨울 수 밖에 없었던 극단적인 선택 말이다.

 인간의 이기심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동일한 오류로 깨어났던 승무원의 말 처럼 그의 선택이 이해가 된다. 당연히 오로라 레인은 그가 그녀를 깨웠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그들은 우주선에서 그들만의 삶을 살고 사랑을 한다.



 간과하진 않아야 할 사실이 남아 있다. 우주선은 충격을 받았고 점점 고장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비밀을 약속했던 안드로이드가 오로라에게 그녀가 어떻게 깨어났는지에 대해서 알려주게 되고 오로라는 짐에게 경멸과 분노를 담아 그를 증오하게 된다. 

 안타까웠다. 나는 짐의 마음이 이해가 됬고, 오로라의 마음도 이해가 됬다. 오로라는 자신을 깨운 그의 행동을 "살인"이라고 까지 칭한다. 이것도 맞는 말이다. 우주선에서 1년을 인간의 온갖 고독한 감정과 싸워야 했던 짐의 시간과, 새로운 정착지에서 1년간 경험을 하고 다시 지구로 돌아가고자 했던 오로라의 시간. 그 두사람의 시간 속에 버무려진 감정의 소용돌이가 너무나 와닿아서 누구의 편도 들어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우주선은 침몰하고 있었기에 그들은 오류로 깨어난 승무원을 도와 우주선을 되살려야 했다.



 앞서 스포가 있다고 했으니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대충 어떤 내용인지 짐작하셨으리라. 그러나 결말까지 밝히고 싶진 않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적당한 몰입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우주의 광활함과 이제는 허구가 아니라 우리의 실질적인 미래일 것 같은 우주선, 그 안의 생활들이 보다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은하계를 지켜야 하시는 분이 엄한 우주선에서 연애를 하고 있나 했지만 유쾌한 배우 '크리스 프렛'과 성숙미가 엿보이는 '제니퍼 로렌스'의 캐미도 좋았다. 그녀는 역시 우울 우울한 모습보다는 밝고 명랑한 모습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들이 마지막에 남겼던 그 장면을 잔잔히 기억하고자 한다. 그녀가 했던 선택과 그 결과가 어쩌면 딱딱했던 우주 속에서, 그 이질적인 공간 속에서 인간의 삶을 전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기대하던 만큼의 박진감 넘치는 전개는 없었지만 충분히 재밌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였다.  


feat. 김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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