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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Feb 14. 2022

RE-WRITE : 노는 영어 #1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영어는 굉장히 중요한 필수 과목 중에 하나였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예전만큼 그렇게 중요하다 느껴지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일 것 같은데 하나는 내 나이가 많아져 영어가 내 밥그릇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일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이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영어를 번역해 주는 질 좋은 프로그램들이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건 전적으로 내 입장일 뿐,

여전히 학원가나 학교에서는 영어가 중요한 과목 일 것이다. 


새해가 뜨고 "올해는 반드시!"라는  다짐 아래 담긴 여러 목표들 중엔 아마도 영어에 대한 목마름이 많을 것이다. 영단어 매일 다섯 개씩 외우기라든지, 영어 관련 자격증 취득, 점수에 대한 목표 기타 등등 영어를 잘 하기 위한 개인의 노력들이 많을 텐데 2월 중순이 되어가는 지금 당신의 루틴은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는지 보라. 


근데, 뭐 사실 

당연하다.


당신은 영어를 잘 하고 싶은 게 아니다. 

당신은 영어를 배우고 싶은 게 아니다. 


어떤 다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 혹은, 자신의 스펙에 한 줄을 위해 영어를 주입하고 있기 때문에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을 수밖에. 


그에 반해 나는 

그냥 영어를 배우고 싶다.


하루에 목표를 두고 뭔가를 하는 노력? 아니 그런 거 싫다. 

어차피 나란 인간, 절대 안 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면서 자신에 대한 촌철살인은 정말 필요한 요소이다. 진심이다. 궁서체다.)


그렇다면 나는 영어라는 언어를 재밌게 하기 위해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


옛따. 여기 노는 영어가 있다. 




공부하지 말고 익숙해지세요




'사과'를 읽고 쓰지 못해도 됩니다.

'사과'라고 남이 알아들을 수 있게 소리 내고

그 소리를 이해할 수 있으면 됩니다. 


목적이 그것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언어의 본질은 뭘까요?

서로 의미를 주고받는 것입니다.




 일단 내가 왜 영어라는 '언어'를 배우고 싶은지 이야기부터 하자면, 나에게는 미국인 이모부가 계시다. 또한 미국인 고모부도 있다. 내 부모님 세대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소위 "America Dream"을 가지고 이민을 도전했던 세대였기 때문에 내 또래의 가족 중에는 심심치 않게 이민 간 가족들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또한 미국 국적을 가진 피부색이 다른 사촌 동생들도 있다. 


 이들은 가끔 한국에 들어오곤 했는데 그땐 내가 어렸고 나보다 어린 동생들의 손을 붙잡고 서대문 형무소에 데려가 손짓, 눈짓, 발짓 모든 것을 섞어 이곳이 대한민국에서 어떤 의미를 가진 곳인지 설명했던 기억이 있다. 그들이 그때를 기억하고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나는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지금 동생들도 다 커서 각자의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기에 미국인 이모부와 한국인 이모는 잔병치레가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해 국내로 들어오셨다. 그러다 보니 예전보다 더 마주칠 일이 많아졌고 백인에 민머리, 최강 미모를 겸비한 우리 이모부는 나와 종교가 같아 대화를 자주 나누곤 했다. 


 대화를 자주 나눈 다곤 했는데 그게 뭐, 정상적이랴


 어쨌든 나는 최선을 다했고, 파파고가 나의 최선을 도와주곤 했다. 다행히 나는 잘 듣는다. 그러나 입으로 잘 나오진 않는다. 그래도 나는 그 자리를 피하진 않는다. 그게 나의 노력이며 이모부를 무안하게 만들지 않으려는 최대한의 예의이기 때문이다. 


 지난 명절에 이모부와 만나 이야기하던 중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How long does it take to get home? There's no traffic jam?" 


 대충 느낌으로는 "명절이라 차가 막힐 수도 있는데 집에까지 가는 데 얼마나 걸리냐?"라는 말인 것 같았다. 파파고를 꺼내려다 말고 이렇게 대답했다. 


 "umm. they are up, but we are down, so good."


 "?"


 이모부의 표정에서 물음표가 보이길래 손짓과 함께 한마디 더 붙인다.


 "umm. cross, cross"


 아, 참고로 우리 이모부는 정말 세상 천사가 따로 없다. 성격이 정말 좋으시다. 그러니 보이겠지? 이런 헛소리를 내뱉는 나를 앞에 두고도 사력을 다해 내 이야기를 이해해 주려고 하시는 모습을.  이따위 영어 실력이지만 (쓰고 보니 망나니가 따로 없다.) 이모부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시면서 알겠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that's nice!" 


 라고 한마디해 주셨다. 휘유.



 저게 뭐얔ㅋㅋㅋ 이라고 웃은 당신. 두고 보자. 

어쨌든 이 부끄러운 대화를 공개한 이유는 영어라는 것은 언어이기에 잘하고 못하고의 기준을 넣어 평가하고 점수를 매기는 것 자체가 문제이지 않을까? 하는 나의 견해를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언어를 평가하는 것에 굉장히 익숙해져 있다. 지문에 답을 달고 점수를 매기는 행위 말이다. 사실 그것은 이 책에서도 설명하듯 문법에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당신, 문법을 지키면서 한국말 하는가?


 야, 세종대왕님이 관짝 열고 화내시겠다!

라는 표현 들어봤겠지만 한국인이 과연 한국어의 문법 문제를 푼다고 가정해 봤을 때 얼마나 잘 풀 수 있을까? 소위 느낌적으로 아... 이거 같은데? 하고 찍는 것이 다이지 우리가 영어 문제를 풀며 오답 노트를 만들 때처럼 이게 왜 이런 답이 나오는지를 분석하고 공부하기 시작한다면 한국어 역시 빌어먹게도 어려울 수 있다. 요즘 아이들에겐 더더욱이 말이다. 


 이렇듯 언어는 느낌이다. just feeling. 말을 많이 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느껴지는 그 나라의 정서. 그 모든 뉘앙스와 느낌. 그것만 통하면 대화가 되는 놀라운 순간들을 담은 언어. 그 자체인 것이다. 근데 그걸 뭘 외우고 어쩌고, 분석하고 하려고 하니 어렵고 열받는 거지. 


 그래서 나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그냥, 익숙해지는 것이다. 다만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나는 영어를 잘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영어라는 언어를 알아가고 싶은 것이다."라는 마음을 다진다. 그냥 알아가다 보면 잘 해질 것이다. 뭔가를 잘 해야 한다는 마음은 사람에게 묘한 압박을 준다. 그리고 금방 지치게 만든다. 그러니 언어는 언어로서 생각하자. 더 이상 깊이 있게 뭘 해야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촉박하게 느끼지 말고 내가 저렇게 개똥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외국인들이 세상엔 널리고 널렸으니 그냥 언어로서 내가 뱉어보는 것이다. (심지어 당신도 그 외국인 중 하나인 것을 잊지 말아라.)


 "영어를 공부한다."라는 정의부터 집어던지고 "영어를 배운다."라는 말도 성가시니 치우고 "영어, 뭐 그냥 해봐?"라는 느낌으로다가 책을 들고 읽어보면 저자가 원하는 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당신 혹시 올해의 목표를 영어 토익 몇 점 따위의 헛소리로 채웠다면 

뭐, 해라. 응원한다. 다만 토익 점수가 매겨지고 당신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토익 점수 900점이 내 이모부와 '후리토킹'를 '소 딮'하게 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당신의 인생 목표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 중 하나가 토익 혹은 나의 영어 실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해 줄 수 있는 어떤 기록이라면 어쩔 수 없이 고난의 길을 걸어가야겠지만 나처럼 영어라는 언어에 조금이나마 흥미가 생기려고 한다면 공부라는 생각일랑 머릿속에서 치워버리고 조금씩 천천히 우리 영어라는 친구를 알아가보는 시간을 올해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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