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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Jan 21. 2017

마냥 유쾌할 순 없었다

영화 <더 킹>

 참 씹을 거리가 많은 나라이다 싶다. 이 영화의 정보가 슬슬 풀려나올 때 처음 소식을 접하고 든 생각이었다. 당대의 문화는 그 나라의 내면을 표현한다고 했던가? 근 2~3년간 정치의 부정적 단면이나 그 악행들을 다룬 한국 영화들이 앞다투어 등장하고 호응을 얻고 그것이 판타지인 양 느끼다가도 어느 순간 현실 속에서 한 영화가 펼쳐지고 있기도 하다.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더 킹>도 주목받을 만 하다. 어쩌면 누군가를 저격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이 영화는 또 한 번의 문화적 폭로를 하고 있으며 또한 영화에서 밝히고자 하는 수위를 조금 더 높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마냥 답답할 것만 같은 소재를 가지고 굉장히 해학적으로 풀어 내었기에 더욱 흥미로웠고 또 가슴 아팠다.



 역시나 최근의 트렌드에 맞게 역대급 캐스팅을 뽐내고 있는 영화 <더 킹>은 이런 유의 다른 영화들과는 다른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유쾌함' 이었다. 중반부까지만 해도 이 유쾌함에 나는 매우 분노하고 있었다.

 국민이 선거했고 나라를 지도하는 대통령은 영화 속에서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그 뒤를 쥐고 흔드는 '라인'들이 이 영화에서 말하는 궁극적인 왕이다. 그런 왕의 자리에 올라 있는 한 검사와 그의 뒤에서 라인을 붙잡고 행동하는 박태수, 양동철 검사 그리고 모든 더러운 일을 도맡는 조폭 최두일.

 그들의 부정 투정이의 삶은 정말 유쾌하다. 영화에서 보여주고 있는 연출 자체가 너무 유쾌해서 멋있어 보인다. 저런 모습들이 나쁘다고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멋있어 보였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99%

 본연의 업무에 성실한 99%의 검사들이 아니라, 1%의 부패한 이들의 삶이 멋있어 보인다는 것은 99%의 성실한 검사들도 저런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며 또한 검사에 도전하는 청춘들 역시 저런 면을 바라볼 수도 있다는 의미일 것 같아 마음이 쓰렸다.
 스크린 속에서 멋진 배우들의 멋진 삶. 우리가 꿈꾸는 일확천금과 거대한 권력의 모습들은 충분히 유혹 덩어리일만하다. 만약 후반에 이들이 무너지는 모습들이 명확히 보이지 않았다면 정말 분노한 채로 후기를 남겼을 정도로 그 의도를 모를 만큼 유쾌하게 그들의 부패한 삶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 그래도 우리가 원하는 대로 그들은 무너졌다.  

 써먹을 만큼 써먹고 버려진 박태수 검사의 복수극이 펼쳐지고 한 검사와 양검사는 철저하게 무너져 내린다. 그러나 나는 결국 박태수가 해낸 선택조차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박태수는 어떻게 보면 맞불로 대응했다고 본다. 또한 그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일꾼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뒤에 남는 찜찜함은 무엇일까. 한번 그런 세계로 발을 들였던 그가 과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올곧게 일할 수 있을까?

 여러모로 찝찝한 영화가 아닐 수 없다.
 연출이나 표현 면에서도, 그리고 내용 면에서도 모두 알 수 없는 찝찝함을 남기고 말았다.
우리는 지금도 이 나라를 바꾸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국민들이 나서서 노력하고 있다. 우리가 왕이라고 했던 영화의 마지막처럼 진실로 우리가 왕이라고 생각하고 세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이런 영화가 나올 때마다 내가 하는 말이 있다. 결국은 국민이 나라를 지켜내야 한다고 말이다. 지금 이 혼란과 환난이 바뀌고 어느샌가 영화 속에서 이런 더럽고 역겨운 내용들이 점점 사라지는 때가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말 간절히 소망한다. 

feat. 김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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