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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Jan 26. 2017

언젠가 우리도 정말 공존할 수 있을까?

영화 <공조>

<럭키>로 흥행을 이끈지 얼마나 됐다고 또다시 등장한 배우 유해진의 반가운 얼굴과 더불어 더 잘생겨진 당당한 대한의 남아 배우 현빈의 합작품. 영화 <공조>가 개봉했다. 사실 개봉 당일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더킹>에 많이 밀려 있는 상태이지만 그렇다고 챙겨 보지 않을 수 없는 영화이자 그런 소재였기 때문에 표를 끊고 영화관에 입장했다. 

 지금은 저 멀리 북쪽 땅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의 동포들에 대한 적대심이 적어도 6~7년 전에 비해서는 많이 올라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북측의 도발이나 기타 여러 가지 국제적인 문제들 때문이라고 믿으며 그 외에 정말 고통받는 동포들에게 그 비난의 화살이 닿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이런 현재의 모습 속에서 북한 형사와 남한 형사의 남한에서의 공조 수사라는 다소 의외의 주제를 가지고 나온 <공조>는 어땠을까.



 남북한의 공조 수사라는 것이 사실 말이 안 되긴 한다.

 시대적인 분위기도 그렇고 상식적으로도 그들의 사상과 우리의 사상에는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영화에서는 이런 현재의 상황을 재해석하기 위해 억지로 스토리를 짜내기 위한 짜 맞춤이 없어서 좋았다. 북한이 공조 수사를 하기까지의 이유라던지 남측에서의 대응이 현실적이었고 그래서 영화를 보며 스토리적인 면에서 불편함은 없었다. 

 위조지폐를 찍어내는 동판을 동지의 배신으로 탈취 당하고 이 과정에서 부인과 전우들을 잃은 "임철영"과 남한에서 형사 밥 먹으며 정말 현실적인 형사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강진태" 그들이 서로의 속내를 속이고 어우러져 진행되는 이야기들이 재밌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치열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북한 형사의 삶과 남한 형사의 삶이 간혹 간혹 보이기도 했는데, 가정에 충실하지만 금전적인 부족함에 허덕이는 그러면서도 책임져야 할 짐들이 너무나 많은 남한 형사와 북한의 공산 사상을 맹목적으로 따른 모습을 보이다가도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동지들 생각에 밥을 먹을 때도 조심스러운 북한 형사. 

 이런 그들의 모습에서 영화 속 세밀함에 감동했던 것 같다. 단지 재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말 남한과 북한이 공조 수사를 했을 때 겪을 법한 일들을 사실적으로 표현했고 그 속에 그들의 삶도 어느 정도 담아냈으니 말이다. 
 
 유해진이라는 배우가 그려낸 동네 형 같은 남한 형사와 현빈이라는 배우가 그려낸 날카롭고 강한 북한 형사의 하모니, 그 캐미가 참 좋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인기 있는 배우진과 나름 자극적인 소재로 중무장한 <더 킹>에 비해서 보고 나왔을 때 느껴지는 후폭풍은 약할 수밖에 없었다. 강한 조미료가 강한 향을 남기듯이 <더 킹>은 그 강한 조미료를 많이 부어 놓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공조>는 그런 강한 향을 가진 찝찝함보다는 잔잔하고 은은하게 또 진심으로 즐겁게 보고 나올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고 앉았던 의자에서 잠시 기대어 사람들이 나가는 것을 기다리다가 "영화 잘 봤네"하고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영화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많은 과제들이 남아 있지만 그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어쩌면 국가적으로 봤을 때 통일이지 않을까 싶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영화 제목처럼 공조가 아닌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과거에 이런 영화도 있었다 하면서 북한의 동포들과 이 영화를 보는 날이 말이다.


feat. 김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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