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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Jan 31. 2017

그 의미에 집중하라

영화 <딥워터 호라이즌>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면 뭔가 더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그 소재가 자극적이든, 감동적이든 간에 실화를 기반으로 했다는 것을 결국 허구가 아닌 사실이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사실에 아름다운 판타지에도 열광하지만 말도 안 되는 사실 앞에서도 열광한다.

 세상을 살다 보면 이 말도 안 되는 사실이 벌어질 때가 있다. 재미 삼아 던지는 말 중에도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라는 문구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 아직 종결되지 않은 이 작금의 사태부터 과거 노란 물결을 일으켰던 일들까지 말이다. 우리 중 누군가는 분명 이런 일들을 영화로 남길 것이다. 그것이 발표가 되고 하나의 작품으로 또다시 그때를 기억시킬 것이다. 

 망각 주기라는 것이 있다. 경각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와중에도 우리는 인간이기에 망각한다. 서로의 기준에 있어서 피부로 와 닿는 부분만 기억할 뿐 그 이상의 기억은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삭제되곤 하는 것이다. 이 망각 주기를 일깨워 줘야 할 때가 종종 있다. 이 영화도 미국 사회에 있어서 안전에 대한 망각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줄 뿐만 아니라 그날의 고통스러웠던 사고에 대한 당사자들의 아픔을 전달해 주고 싶었지 않았을까 싶다.



 시추선이 배경이라는 것부터 신기했기에 혹자는 이 영화의 초반 부분과 사고 전까지의 내용이 지루했었다고 말하는데 나는 그와 반대였다. 처음 보는 광경들이었고 시추선에서 하는 활동들이 꽤나 자세히 나와있었을뿐더러 나는 시추선이 배처럼 떠돈다는 사실에 꽤나 충격을 받았다. 그냥 땅에 박혀서 그 자리에서 석유를 뽑아내는 줄 알았건만 그 큰 녀석이 배였다니. 

 영화의 감명 깊은 그래픽 효과나 혹은 박진감 넘치는 연출보다 이 영화는 초반부터 사고 전까지의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 한 지식 전달의 면뿐만 아니라 이런 극한의 사태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꼬집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욕심이 바로 그 모든 원인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 있어서 돈이 인간보다 중요시될 수 있다는 치명적인 오류는 언제나 큰 화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항상 모든 일에 있어서 역지사지로 판단하는 버릇이 있다. 영화를 보며 각 인물들에게 몰입할 때도 다양한 방면으로 그들이 처한 입장에 대해 고려해보곤 한다. 

 모든 인물들에게 있어서 그럴 수 있다는 인식이 깔리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용서받지 못할 행동이 아닐 수 없다. 한 사람이 다른 여러 사람들의 생명을 쥐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의 책임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시추선의 전반적인 안전 여부를 관리하던 '지미'는 그 막중함을 절실히 알고 있었지만 이미 지연된 석유 발송 기간과 압박감, 그 모든 불안감들로 안달 나 있는 '비드린' 그러지 못 했다.

 그의 욕심과 잘못된 선택은 결국 그가 벌어들이려고 했던 돈보다 훨씬 큰 손해를 보고 그보다 귀한 11명의 생명을 앗아갔으며 많은 사람들이 부상당하고 마음에 짐을 가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서 또 다른 무고한 사람이 희생당하는 이 잔인한 구조를 타파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져지는 물음이 아닐 수 없다. 물질 만능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하는 요즘이 아닐 수 없다. 혼술 혼밥이라는 것은 결국은 주변에 아무도 없이 스스로만을 생각하고 살아가야 하는 사회 구조 속에서 탄생한 슬픈 파생어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 번졌던 노란 물결도, 그리고 대북의 도발에 희생됐던 사람들도, 그 밖의 모든 크고 작은 나라 속의 비극들을 기억해야만 한다. 역사를 통해서 배워야 하는 것들이 비단 저 멀리 삼국시대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불과 몇 년 전의 일들부터 시작할 수도 있는 것이다. 

 2010년도에 벌어진 사건을 다시금 기억하고 애도하며 각인하는 미국처럼 우리도 우리 스스로 잊지 말아야 할 아픈 일들을 되새기며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벌어지지 않을 사회를 위해 스스로부터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feat.김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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