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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Logan Feb 10. 2017

어느 곳에 장단을 맞춰야 하나?

영화 <조작된 도시>

이 영화 기대했냐고요? 네, 기대했습니다.
재밌던 가요? 네, 재미는... 있더라고요.
그래서 어떤데요? 글쎄요....

오랜만에 참, 애매한 영화를 마주했다. 재미는 있는데 건질 건 없는 느낌? A급과 B급의 경계선에서 줄타기 하는 것 마냥 영화의 등급이 위태롭기 짝이 없다. 아니나 다를까, 평론가들의 평점은 5점대를 넘기기 힘들 것 같다. 물론 일반적인 우리들의 눈에는 나름 즐거운 영화였지만 말이다.

배우 진도 좋고 연기력도 좋았지만 이 알 수 없는 부족함은 뭘까? 이제는 잘 보이지도 않는 어느 음료수의 이름이 생각난다. '이프로' 나는 이 김빠지는 영화에 대해서 여러분의 의견을 묻고 싶다. 여러분은 어땠는가?

소재? 오케이. 좋다. 직업도 없이 피시방만 전전하며 살아가는 전 태권도 국가 대표 권유는 자신이 즐겨 하는 FPS 게임에서 한 팀의 리더로 활동하며 나름 명성 있는 게이머이다. 그런 그에게 난데없이 살인 누명이 씌워져 경찰에 연행된다. 판결은 일사천리로 그는 1급 흉악범만 가둔다는 산속 교도소에 무기징역 형으로 수감되고 만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말 그대로 '조작된' 사건. 그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고 그를 도우려는 사람들조차 없어 보였다. 그러나 언제나 팀에게 희생적이었던 그에게 극적으로 탈옥한 순간부터 그의 팀 구성원들이 그의 누명을 벗기려 함께 노력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의 눈이 너무 높아진 건 아닐지 모르겠다. 우리는 이제까지 이런 종류의 소재를 가진 영화, 즉 내부를 고발하고 현실을 비판하는 류의 느와르 물이라던지 범죄 영화를 보면서 그 표현력에 감탄하고 현실적인 부분에 쓴맛을 느껴야 했다. 세상이 정말 저렇다면 얼마나 가슴 아플까를 고민하기도 했고 어느새 그렇게 변해버린 세상에 원통해하기도 했다.

그런 현실적인 면들을 냉철하게 비판하는 영화들 사이에서 탈선한 듯한 이 영화 <조작된 도시>는 사실 판타지적인 요소가 많다. 영화를 보는 내내 여기저기서 피식 대는 웃음소리가 자주 들렸는데 (나도 그렇게 자주 웃었다.) 그 표현력에 있어서 어이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판타지적인 요소들 때문에 물론 즐겁기도 하지만 너무 많이 들이부어서 조금 짜졌다. 맞장구쳐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너무 많이 나갔다. 속된 말로 1절만 해야 되는데 4절까지 부른 셈이다.

열악한 장비 속에서도 한도 끝도 없는 해킹 능력을 보여주는 천재 해커에 뭐든지 뚝딱 뚝딱 ( 미사일에, 최첨단 드론까지 ) 만들어내는 전직 수리공, 태권도 국가대표인 줄 알았더니 사실 카 스턴트에 유망주 같은 주인공. 6발을 코앞에서 쏴도 당최 맞지 않는 권총 사격술을 가진 악역 마덕수에 비해 어둠 속에서 쌀알을 던져 사람이 맞는 소리만으로 위치를 파악해 정확히 타격하는 주인공 권 유.

그래, FPS를 많이 하다 보면 사운드 플레이가 가능해진다고 한다. 나도 이 경지까지 올라보지는 못했는데, 잠깐 설명하자면 말 그대로 작은 소리에도 적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안다는 것이다. FPS 프로게이머들이나 혹은 열광적으로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는 게임 속의 이런 소음들로 적을 파악하고 즉각 반응하는 것이 보통인데 아마도 이런 부분을 착안해서 쌀알을 던져 부딪치는 소리로 적을 장악하는 장면을 만들어 내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솔직히 좀... 너무하셨...

이런 유쾌한 모습들 때문에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면 솔직히 조금 아쉽다. 그 내면에서 '조작된 도시'는 사실성을 꾸준히 전달하고 있다. 빅 데이터의 위험성은 세간에 익히 알려진 바 있다. 몇 년 전부터 급속도로 발전한 이 인터넷 속 세상과 그것들 컨트롤하려는 사람들, 그리고 그 영역 안에서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하는 사람들. 우리는 언제나 희생양이 될 수 있고 타깃이 될 수 있다.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세상 속 누군가가 이런 억울함을 가질지, 그게 오늘의 내가 될지 미래의 내가 될지는 누구도 모르는 것이다. 짐승에게는 단순하게 자신의 신체적 힘이 강함의 지표이지만 고도로 지식화된 인간의 사회에서 힘은 전혀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사람들은 언제나 각개격파 당하고 소수의 강한 사람들은 그 강함을 서로 뭉치고 결집 시켜 무리를 이끌어나가고자 한다. 걸리 적 거리는 것은 손가락 하나로 튕겨내듯 치워버린다. 웃으며 넘어갔던 이런 허무맹랑한 소리가 이제는 현실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지 않나?

소름 끼치는 연기를 보여줬던 민 변호사 배우 오정세 씨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마치 영화 <빅 매치>의 신하균을 보는 것 같았다. 사이코이지만 소극적인 악역의 내면 속 잔인함까지 확실하게 끌어내어 완벽하게 스크린에 담아내었다. 놀라울 정도로 임팩트 있는 장면들이었다.

다루고 있는 소재에 비해 재밌고 유쾌한 영화는 맞다. 내적인 의미에 짓눌려서 무거운 마음을 안고 돌아가기보단 '정말 실제로 저런 일이 벌어지면 얼마나 억울할까?'라는 단순한 고민을 안고 돌아갈 수 있는 영화다. 시간을 보내기에, 죽이기에 너무 좋은 영화다. 재밌다. 정말 재밌었다.

그러나 누군가 우리의 삶을 '조작' 하지 않도록, 그 내면의 무서운 세상을 다시 한 번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더 좋겠다 싶다.

feat.김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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