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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Feb 19. 2017

신뢰가 무너진 세계에서 우리는

영화 <스노든>

이제는 솔직히 지친다. 어떻게 보면 우리 인간의 내면에 스스로 침을 뱉는 내용을 담은 영화들. 영화라는 작품으로 허구를 인정하며 보는 것이 아니라 실화를 바탕으로 토해내는 더러운 진실들을 담은 영화. 모든 것이 진실이기 때문에 막이 내리고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서 알 수 없는 심연 속으로 깊숙이 끌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일련의 사건들과 지나친 소용돌이가 대한민국을 뒤집고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어쩌면 우리가 이제까지 믿고 있었던 사상과 권력의 흐름에 대해서 중대한 결함이라도 발생한 듯이 어지럽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우리를 지켜주는 것은 무엇인가?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희생하고 있는가.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을 타인의 필요 의지에 의해서 빼앗기고 있지는 않은가? 그래, 그래서 이 스노든이라는 인물은 이 사회에서 애국자인가, 매국노 인가?



 우리나라로 치면 특전사가 되고 싶었던 그였다. 국가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것이 국민의 도리라고 믿었던 그였다. 진보보다는 보수를 주장하던 그였다. 국가가 있어야 국민이 있다고 믿었던 그였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여자친구와의 정치적 대립도, 혹은 그가 몸담고 있었던 CIA 나 NSA에서의 일들도 사회 초년생이던 그에게는 자부심 높은 일이었다.

 CIA의 부국장이 그에게 이야기한다. 당신이 하는 일은 테러를 막는 일이며 이는 곧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그는 당당하게 자신의 일을 해나간다. 그는 영특했고 뛰어났으며 누구보다 신뢰받는 하나의 '부속품'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가 바라보게 된 것은 국익을 위해 국민의 주권을 침해하고 인권을 유린하고 타인의 생명을 말 한마디에 앗아가는 용납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가 만든 보안을 위한 프로그램이 국가를 위해 살인 및 감시의 도구로 사용되는 모습을 보면서 아마도 그가 버틸 수 있는 한계점을 넘은 것이 아닐까 싶다. 누구보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싶었던 그였기 때문에 중간중간 고뇌하는 그의 모습들이 보인다. 안락한 삶과 타인들의 인정, 자신의 신체에 병이 있음에도 하고자 했던 열정들 모두 한순간에 배신당해 버린 그는 결국 모든 사실을 밝히기로 결심한다. 

 그것이 그의 마음에 내려진 '정의'였다.

 그는 정의를 실현 시키고자 했다. 유능하고 청렴한 기자들을 영입했고 국외의 지역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폭로하기 시작한다. 그가 이야기 한 내용들은 미국 정부 이외에는 절대 알아서는 안되는 내용이었으며 언론 공개는 물론 타국에 전파돼서는 안되는 심각한 내용이었다. 그의 이야기가 매스컴을 타기 시작하자 미국은 그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간신히 러시아에 대피하여 그곳에서 현재도 버텨내고 있다.



 어쩌면 인터넷이라는 것이 생기면서, 인간의 활동 범위는 좁아졌지만 두 개의 입력 도구와 하나의 출력창을 통해 이동의 제약이 없어지면서, 자신의 모든 자취들이 보이지 않는 공간에 찍히듯 남겨지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타인에 의한 감시를 무시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당신은 오늘 얼마나 많은 인터넷 창을 켜봤었나? 혹시 휴대폰 인증을 하면서 '전체 동의'를 눌렀는가? 어느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했고 노트북은 몇 번이나 열었다 닫았는가? 혹시 지금도 열려 있는가? 길을 걸어가며 얼마나 많은 CCTV가 당신을 지켜봤는가? 

 개인 정보를 보호할 수 없는 삶에 살면서 우리를 보호해 줘야 할 국가가 우리를 배신하려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어디에 의지해야 하는가? '스노든' 게이트는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주고 또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고 있다.

 국익이라는 이상적인 집합체에 똘똘 뭉쳐서 타인의 기본권을 짓밟는 행위는 인정돼서는 안된다. 더욱이 그 국익이 개인의 이익으로 환전되어서는 안된다. 당신은 이 영화를 어떻게 판단하고 싶은가? '스노든'은 애국자인가, 매국노인가?

 우리는 이 신뢰가 소멸한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feat. 김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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