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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Mar 18. 2017

판단 조차 필요 없다.

영화 <미녀와 야수>

 내 어릴 적 이야기를 해야겠다. 
 어릴 적에 우리 집 TV에는 비디오가 같이 달려 있었다. 그 아래 유리문으로 된 선반이 있었는데 거기엔 항상 디즈니의 영화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처럼 휴대폰이나 컴퓨터가 있던 시절도 아니었기 때문에 내 어릴 적 집에 있을 때면 늘 디즈니 영화를 돌려 보곤 했다. 자막도 없었고 그냥 영어로 된 원어 만화 영화였는데도 그게 그렇게 재밌어서 계속 돌려 봤다. 
 제일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었는데 '라이언 킹' 과 '미녀와 야수'였다. 

 내가 제목에 적어 둔 것처럼 이 영화는 내게 있어서 평가가 불가능한 영화다.



 영화 시작부터 터져 나오는 음악과 함께 나는 내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이해가 하나도 안되는 외국어로 된 그 만화 영화를 방 한구석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엎드려 주야장천 보았던 그 시절로 말이다. 그때의 캐릭터들의 모습들 하나하나가 마치 오래된 책의 먼지를 한번 털어낸 듯 머릿속에서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정말 놀라웠다.

 내 그 오래된 기억 속에 장면들이 실제 배우들을 통해서 그리고 말도 안되게 성장한 CG 그래픽을 통해서 내 앞에 등장했다는 사실에 감동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당시에도 정말 아름다웠다고 느낀 그 모든 장면들이 너무나 비슷한 배우들 그리고 똑같은 연출을 통해서 재연되었기 때문에 온몸에 소름이 돋아 올랐다.



 그 이후부터는 줄곧 음악이 흘러나올 때마다 웃음이 자연스럽게 지어졌다. '미녀와 야수'에서 제일 유명한 장면인 야수와 함께 아름다운 선율 속에서 미녀가 춤을 추는 장면에서는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아마 과거의 향수가 불러온 감동인 것 같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성인이 되고 동화를 바라보면 그거만큼 막장 스토리가 없다고 한다. 냉철하고 정직한 시선으로 동화 속 사람들을 바라본다면 말이다. 아무도 없는 일곱 난쟁이 집에 들어간 백설공주는 무단 주거 침입이고 독사과를 먹고 죽어 있는 백설공주의 입에 키스한 왕자는 시체 성애자라고 비하한다. 

 바다에서 인어공주를 만난다면 당장에 잡아서 아쿠아리움에 전시되었을 거고 신데렐라는 12시가 되어도 돌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애당초 미녀가 야수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일은 비현실 그 자체다.



 그러나 나는 이들의 사랑이 좋다. 감동적이다. 어쩌면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동화 이면의 아름다움을 부정하고 독설을 일삼지 않을까? 나는 어느새 다 커서 어른이 되었지만 내 안에 또 다른 나는 저들의 사랑에 진심으로 감동할 줄 안다. 영화가 끝나고 아직도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이들도 나와 다르지 않을 것임을 느꼈다.

 이만큼 아름다운 사랑. 그리고 이만큼 순수한 믿음. 

 더럽고 추악한 현실을 비판하고 누군가를 죽여야만 통쾌하며 시끄럽고 번잡한 영상들 속에서 환호하기 보다 이런 영화가 더 좋다. 이런 영화야말로 진정한 마음의 치유다. 
 
 내가 이 시대에 살아 미녀와 야수를 볼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나에게 옛 추억을 불러 주고 다시 한번 심장이 뛰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 '미녀와 야수' 모든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당신이 만약에 '미녀와 야수'를 알고 있는 어른이라면, 어린 시절 당신의 기억 속에 애니메이션으로 '미녀와 야수가' 남아 있었다면 영화 시작과 동시에 그때의 아이 같은 모습으로 변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feat. 김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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